트럼프를 향한 설교
미국 47대 대통령은 취임 첫날, 여성과 LGBT 소수자에게 기회를 확대하는 연방 프로그램을 취소하고, 망명 신청자를 퇴치하는 행령 명령에 서명했으며, 원정 출산으로 미국에 태어난 사람과 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사실이다. 이왕이면 몇 년 소급해서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사람 명단 좀 발표했으면. 거기 우리가 아는 이름들이 상당하리라 보는데. 아무튼 트럼프 집권 첫날 수천 명의 난민 신청자들이 국경에 갇혔고, 적어도 1,000명이 입국 거부됐단다.
참, 미국에는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있다고도 했다. 이미 트랜스 지위로 등록된 수많은 사람들의 법적 지위는 어떤 보장을 받는지 나만 궁금한가?
미국 대통령은 취임식 전에 St. John Episcopal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취임식 다음날에는 워싱턴 National Cathedral에서 기도 예배에 참석한다. 21일 기도 예배를 주관한 이는, 워싱턴 성공회 교구 최초의 여성 Biship 마리안 에드거 버드였다. 설교를 마친 마리안 버드 주교는 예상치 못한 발언을 했다.
“Let me make one final plea, Mr. President: Millions have put their trust in you. And as you told the nation yesterday, you have felt the providential hand of a loving God. In the name of our God, I ask you to have mercy upon the people in our country who are scared now. There are gay, lesbian and transgender children in Democratic, Republican and independent families, some who fear for their lives. And the people, the people who pick our crops and clean our office buildings, who labor in poultry farms and meatpacking plants, who wash the dishes after we eat in restaurants and work the night shifts in hospitals, they — they may not be citizens or have the proper documentation, but the vast majority of immigrants are not criminals. I ask you to have mercy, Mr. President, on those in our communities whose children fear that their parents will be taken away, and that you help those who are fleeing war zones and persecution in their own lands to find compassion and welcome here, Mr. President.”
취임 첫날, 행정 명령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음껏 권력을 행사했다. 그런 권력을 지닌 자가 자비를 베풀어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더 기세등등할 줄 알았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왜 격노했을까. 행사 후 백악관으로 돌아와 예의 X에 주교를 공격하는 멘트를 쓰더니, 아예 사과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주교가 교회를 정치에 끌어당겼다고 느낀 모양이다. 그것도 자기 심기를 건드리면서.
동감이다. 권력자에게 용감하게 도전하는 건 자유지만, 그게 설교자의 지위를 이용하는 방식이어도 될까. 트럼프는 바보가 아니고, I ask you에 불쾌감을 느꼈다면 그 느낌이 맞을 것이다. 성직자의 권면은 사실상 명령이나 마찬가지다. 그게 성직자의 권위니까. 연단에 서서, 설교가 다 끝난 후, 자비를 베풀라 명령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특이한 분은 이런 권위에 의존한 방식을 더 꼬이게 받아들였을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대다수 이민자들이 시민으로서 필요한 서류가 없지만 범죄자는 아니다"는 대목. 지난 한 해, 미국 사회에서 불법 이민자들에 의한 범죄 건수가 꽤 많지 않았나. 살인도 꽤 있었다. 민주당의 이민 정책이 정말 문제가 없었나. 무능과 콜라보였지 않나.
대통령 면전에서 반대 입장을 개진한 만족감을 제외하고, 무슨 성과를 거둔 것도 아니다. 정말 영향을 미치고자 했다면 좀 더 신중했어야 하지 않을까.
어째 트럼프 대통령 표정이 제일 온화하다. 다들 성격 드러내는 표정. 이 와중에 뒷줄 라라 트럼프 다이아 반지 시강.
트럼프 대통령이 성공회 예배가 지루하다고 비판했던데, 신실한 기독교인이라고 알려진 것치고는 어느 교회 예배에 참석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어머니가 스코티쉬 장로교인이었던 건 확실하다. 나 역시 장로교인이지만 성공회 예배가 훨씬 생동감 있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