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

시리아 새 정권과 드루즈

HareiBether 2025. 5. 3. 06:00

고사성어 진퇴양난은 초한지의 항우본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인지, 영어 표현 in a dilemma나 stuck in limbo로 옮길 때 뉘앙스가 턱없이 못 미치는 느낌이다. 모든 군대를 잃고, 사랑하는 우미인의 목까지 베고, 혼자 죽음에 직면한 항우의 처절함이 전달이 안 된다. 물론, 딜레마나 림보에 걸린 상태를 내가 과소평가하는지도 모른다. 그것도 꽤나 사활이 달린 일이긴 할 텐데. 히브리어는 פטיש와 סדן 사이에 끼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파티쉬는 망치고 사단은 anvil, 우리말로 모루다. 모루에 금속을 올리고 파티쉬로 때려서 벼리는 게 대장장이의 일이다. 그러니까 이 둘 사이에 끼어 있다면 그야말로 죽을 지경인 것이다.   

 

 

파티쉬와 비슷한 도구로 마케베트מקבת가 있다. 해머다. 여기서 외국인인 내 눈에 정말 이상해 보이는 그림이 떠오른다. 이스라엘 국기를 해머처럼 만들어 뿅망치로 사용하는 것이다. 독립기념일에 사람들이 들고 나와 휘두른다. 이스라엘 역사 인물 가운데 마카비מכבי가 있는데 해머를 휘두른 이라는 뜻이다. 이스라엘 국기가 마케베트가 된 건, 유대 독립을 위해 싸운 마카비를 기억하기 위한 게 아닐까. 이런 추측을 유대인에게 물어보면, 어김없이 에이제 스투이옷, 에이 바보같은 소리, 한다. 뭐, 나도 딱히 동의 같은 걸 바라고 물어본 건 아니다. 아무튼 마카비의 죽음을 연상하니, 진퇴양난의 히브리 표현이 좀 더 생동감 있어진다. 

 

이스라엘이 처한 현실은 곳곳이 파티쉬와 사단 사이다. 가자가 그렇고, 인질 협상이 그렇고, 팔레스타인 민족 문제가 그렇고, 대외 외교정책이 그렇고, 반유대주의가 그렇고, 국내 정치가 그러하다. 이 와중에 최근 또 하나의 파티쉬가 이 나라를 후려치기 직전이다. 시리아 문제다.

 

시리아에 새 정권이 들어섰나? 아흐메드 알 샤라가 쿠데타에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 직책으로도 취임한 바 없다. 수많은 인종 그룹들끼리 내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 나라와 수교를 맺은 대한민국 화이팅. 뭐, 북한을 제외한 유엔 회원국 전원과 수교 맺는다는 명분을 위한 거지, 실제로 시리아와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아닐 거다. 아무튼 알 샤라는 미국 눈에 들기 위해서인지, 이스라엘과 평화를 원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이 말이 믿기는 사람은 평소에도 사기를 잘 당했을 거다. 적어도 이스라엘 사람은 아무도 안 믿는다. 아랍인들도 안 믿는다. 무슨 수로 수니파 지하디스트가 이스라엘과 평화를 유지하겠나. 아니, 일단 이 정권이 정말 시리아 통치 세력이 될 수는 있을까. 바샤르 정권이 붕괴되고 나서 알아사드 가문과 같은 알라위파에 대한 테러가 어마어마했다. 수천 명이 보복 살해로 죽었다는 데 별로 뉴스에 언급되지 않는다. 가자나 서안지구에서 한 명만 죽어도 들고 일어나 언론의 사명을 과시하는 유명한 통신사들 뭐하나.  

 

알라위파 다음으로 수니파 지하디스트가 보복하려는 상대가 드루즈다. 

 

 

 

0727 마쟐샴스 참사

헬몬 산 아래 드루즈 마을 마쟐샴스(the tower of the sun) 학교 축구장에 로켓이 떨어져 12명이 살해됐다. 10살부터 20살까지다. 오늘 아침 한 명을 제외하고 이름이 공개됐다. 오전 11시 장례식이다. 미

jy4kids.tistory.com

 

이스라엘과 시리아 국경 지역의 드루즈 인들은 원래 시리아 국적자들이다. 이들이 살고 있던  골란고원을 1967년 6일 전쟁 때 이스라엘이 정복occupation했고, 1981년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annexation했으며, 2019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의해 이스라엘의 실질적 점유effective control가 인정됐다. 물론 1981년 이스라엘 병합 직후 유엔은 이를 무효화하는 결의안을 선언했고, 트럼프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but so what?

 

드루즈 인들은 같은 동네에 살다가 하루 아침에 생긴 국경을 경계로 생이별을 하게 됐다. 하지만 곧 다시 하나가 될 줄 기대했다. 그럼 그렇지 1973년 10월 시리아가 골란고원을 기습 공격하며 이들은 다시 시리아 국민이 된다. 한 달 간. 덕분에 이스라엘은 골란고원을 빼앗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그래서 국제사회가 뭐라 하든 말든 일방적인 병합을 결정한 것이다. 이렇게 통치자가 뒤바뀌는 현실은 드루즈 인에게 낯선 게 아니었다. 레반트에 거주하는 이들의 DNA에 새겨진 일이다. 당초 이들은 완강하게 시리아 국적을 유지했다. 그런데 골란고원의 드루즈 인들은 시리아의 드루즈와는 생이별을 했지만, 또 다른 성격의 동족을 만나게 됐다. 바로 원래 이스라엘에 거주했던 드루즈다. 드루즈의 주요 성지는 모두 이스라엘 갈릴리 땅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은 성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처음부터 이스라엘 국가에 협조했고, 그야말로 피를 나눈 혈명이 되었다. 1948년 이후 435명의 드루즈 군인이 이스라엘 국가를 위한 전투에서 전사했다. 천만 명 이스라엘 인구 가운데 드루즈 인구는 15만 명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1.5%에 불과한 인종그룹의 전사자 비율이 전체 24,293명 가운데 1.8%나 되는 것이다. 

 

게다가 아랍어를 구사하고 아랍인과 비슷한 외모를 가진 드루즈 인들은 대테러부대나 최전선 전투부대에서 막강한 전략적 가치를을 발휘한다. 또 이들은 아랍인과 달리 교육과 사회적 성취를 중시하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통해 전문 직업을 갖는 인구가 압도적이다. 이스라엘 사회 기여도가 높다는 뜻이다. 

 

골란고원의 드루즈가 이스라엘 드루즈를 선망하게 됐을까? 그래 보인다. 

 

 

 

베르카트 람, 살림 슈피 묘

밥 때를 한참 놓치고 식당에 도착했는데, 이곳을 먼저 들러야 한다고 한다. 환장할 노릇이지만 이건 이 나라 사람들에게 무척 중요한 문제다. 저기서 사예레트 마트칼, 이스라엘 최고 엘리트 부

jy4kids.tistory.com

 

어느새 골란고원의 드루즈들도 이스라엘 국적을 취득하기 시작했다. 드러내놓고 떠벌리지는 않지만, 암암리에 진행중이다. 

 

이 와중에 시리아에 쿠데타가 일어나고 수니파 지하디스트 출신 인물이 정권을 차지하려고 하는 중이다. 정치 보복은 안 한다더니, 몇 달 동안이나 그의 추종자들은 알라위파를 색출해 살해하는 데 골몰했다. 지난 3월부터는 자라마나에서 드루즈와 대치하기 시작했다. 자라마나는 다마스커스 남동쪽에 위치한 인구 10만 명의 작은 도시로, 드루즈의 주요 성지이자, 시리아 정교회 인구가 많은 곳이다. 골란고원에서 이 두 종교는 나란히 자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슬림보다야 서로를 가깝게 느끼기 때문이다. 드루즈는 레바논 내전에도 휩쓸려 크게 상했었다. 트라우마는 잊기 어렵기 때문에 문제다. 그때부터 (골란고원) 드루즈 인들은 이스라엘 정부에 호소하기 시작했다. (이스라엘 드루즈) 자신들이 이스라엘 국가를 위해 피흘렸던 것처럼, 시리아의 자기 동족을 위해 이스라엘 국가가 나서달라는 것이다.  

 

특히 4월 30일, 자라마나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다. 가자 전쟁의 내막이 시시각각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것과는 달리 드루즈의 학살은 세계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가해자가 유대인이 아니니까. 

 

아무튼 이스라엘 총리와 국방부장관은 시리아의 새정권이 드루즈를 보호해줄 것을 기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드루즈를 공격하는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대한 공습을 승인했다. 그날은 마침 이스라엘 현충일이었고, 드루즈의 국립묘지에서 비장한 추모식이 열리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대가 시리아 영내에 진입해 전투를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 세계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이스라엘을 비난할 것이다.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일이다. 어젯 밤 드루즈 예비군들이 케이사랴 총리 사저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시리아의 우리 형제를 보호하겠다고 했으니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다. 자라마나의 학살은 끔찍하다는 소문이다. 파티쉬와 사단 사이에 낀 이스라엘의 입장도 안타깝고, 평소 전 세계 인류애를 앞세우던 이들의 침묵도 원망스럽다. 

 

90번과 85번 고속도로가 만나는 아미아드 교차로. 저길 막으니 북부 지방 전체가 막힌다. 

 

 

 

아부 살라흐, 90번 아미아드 교차로

텔 하쪼르에 땅 파러 갔을 때였다. 그때는 고고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땅을 더 파다가는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망쳐 나왔다. 공범이 필요해서 키부츠 사는 친구를 설득해 같이 나왔다.

jy4kids.tistory.com

 

낮에는 804번 사흐닌 교차로를 막고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중이다. 저기서 이어지는 805번 도로는 갈릴리에서도 손꼽히는 절경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