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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전쟁 600일

 

 

저들을 잊은 채 살려고 했나. 문득 떠오르면 하늘을 보는데, 목 안에 뭔가가 치민다. 분노라기엔 너무 여리고, 슬픔이라기엔 너무 독하다. 쓰라리다. 인간이 인간을 위한답시고 만든 각종 권리장전들이 잣같이 느껴진다. 더 큰 대의를 위해 이 절박한 이들의 간청을 외면하고 계시다? 텔아비브 고층 빌딩에 살고 계신 국회의장 집 앞에서 아침 집회가 있었다. 당신의 근사한 발코니에서 우리를 좀 내려다 보라고. 게이 정치가들이 고귀한 예루살렘 대신 이 도시에 사는 이유는 나만 궁금한가. 이 과정에서 다시 확신한다. 신앙의 적은 다름아닌 냉소다. 비웃고 저격하고 깎아내리고 싶은 이 세상의 온갖 추잡함에 입을 다무는 한 가지 이유는, 600일 동안 삶을 잃어버린 이들에 대한 동료 인간애 때문이다. 우리 모두에게 신은 한분이고, 그분의 경륜만이 이 추잡한 세상에 대해 입다무는 오직 한가지 이유다. 주여, 신원하소서. 

 

 

미국이라는 나라는 참 신기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단 알렉산더 석방 퍼포먼스를 마치고는 Gaza Humanitarian Foundation을 결성해 인도주의 구호 활동에 나섰다. UN 주도로 하던 일이 미국 손으로 들어갔다. "하던 대로 하는 데 익숙한 이들"은 GHF를 깎아내리느라 여념이 없다. 하마스는 가자인들에게 GHF 접근 명령을 내렸다. 이스라엘이 GHF를 통해 정보 수집을 한다는 주장이다. 여튼 구호물자는 필요한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거 같은데. 미국은 GHF에 자금을 대라고 다른 나라들을 독촉하기 시작했다. 세계식량계획은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줄이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UN 조직들이 미국 활동에 협조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자를 먹여살리는 시스템은 거기 붙어 기생하는 수많은 조직들의 빨대이기도 하다. 그러니 최선을 다하시라.

 

미국 기관인 GHF가 새로 문을 연 구호물자 지원 센터. 유엔과 전통적인 구호 기관들을 이미 장악한 하마스에 물자가 공급되지 않도록 고안된 새로운 시스템이다. 하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GHF의 구호 활동이 인도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GHF에 대한 지원을 보류했다. 가자 주민들은 GHF의 구호품을 받으려면 먼 거리를 걸어야 하고, 남부 가자 지역으로 배급을 제한했기 때문에 이로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다. "Do not go to Rafah. Do not fall into the trap. Do not risk your lives. Your homes are your fortress. Staying in your neighborhoods is survival, and awareness is your protection." 가자 시민들은 아무데로도 움직이지 말고 하마스의 인간 방패 노릇만 하라는 뜻인가?  

 

다음 단계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임바고가 될 것이다. 영국과 EU에서 이스라엘과 무역 보이콧이 거론되고 있다. 독일 메르츠 총리도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이 이해가 안 된다고 토로했다. 독일까지 등지게 되면 이스라엘도 힘들지 않나? 이스라엘 네탄야후 총리는 2026년 선거가 연기되는 일은 없다고 입을 털기 시작했다. 연기하려나 본데? 한때 이스라엘 국가가 가졌다고 믿었던 가치와 미덕을 지금 찾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걱정 마시라. 네탄야후 총리 눈에는 이 나라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모양이니까. 

 

우리 동네 초등학교 담벼락에 써 있는 글귀다. "이스라엘 국가가 시험받는 것은 부나, 군대나, 기술로서가 아니라, 도덕적인 특성과 인간적인 가치로서다." 벤구리온의 말이다. 강력한 군대만 앞세우고 있는 지금 정부가 들어야 할 말 같은데.

 

한때 경색된 것처럼 보이던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워싱턴 유대인 박물관 테러를 계기로 급해동에 들어갔다. 다름아닌 미국 영토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들이 테러로 사망했는데, 할 말이 없겠지. 크리스티 노엠 미국국토안전부 장관과 허커비 미국 대사가 예루살렘에서 열린 추모식에 참석했다. 희생자 야론 리신스키는 베이트 자이트 가족 묘지에 묻혔다. 사라 밀그림은 미국 캔자스에 묻히게 된다. 야론이 사라에게 청혼하기 위해 반지를 사두었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두 사람은 함께 묻힐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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