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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2025 트리플 푸림 2025년 푸림을 앞두고 인질 가족들이 광장에 모여 메길라 에스더를 읽는다. 이번 전쟁이 유대 민족을 자기 하나님께 더 인도한 것이 사실이다. 24명의 살아 있는 인질들의 생환을 위해 모두를 이어줄 강력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에스더 여왕의 역할이었던 것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교환도 없이 열흘 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유는 3월 31일 때문이다. 그날까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네탄야후 총리가 너무 바빠서다. 대신 이스라엘은 가자에 공급하는 전기를 끊었는데, 아마 그 때문에 인질들은 엄청난 고초를 당하고 있을 거다. 인질 가족들은 인권 법정에 이스라엘 정부의 조처를 고발했다.    2025년은 이른바 트리플 푸림 פורים משולש이다. 원래 이틀에 걸친 푸림을 삼 일.. 더보기
2025 사순절 복음서 읽기 우리나라 사람들 사이에 이상한 루머가 있다. 세속 유대인은 말할 것도 없고, 종교 유대인도 토라만 읽기 때문에 성경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제발 좀 그랬으면. 대신 이건 말할 수 있다. 유대인은 신약 내용을 모른다. 나사렛 예수가 왜 베들레헴에서 태어났냐고 묻는 식이다. 막상 이 질문을 받으면 답이 궁색해진다. 아겔라우스의 인구조사는 주후 6년이라.   근대 계몽주의 시대, 유대인은 신약성경을 읽으면 헤렘, 공동체에서 추방됐다. 다 옛날 얘기라지만, 신약에 정말 흥미를 느끼고 개종을 각오한 입장이라면 헤렘 조항은 여전히 큰 위협이다. 오늘날에는 헤렘과 상관 없이, 생업 때문에 신약성경을 알아야 하는 유대인도 있다. 종교예술사를 전공한다면 신약성경에 대한 지식은 필수다. 미술품 옥션의 세계에 유달리 유대인.. 더보기
투 비슈밧 쉐베트 월이다. 바벨론력으로 11번째 달, 겨울의 한 자락, 보통 1월 중반에서 2월 사이다. 쉐베트 월의 상징이 슈케디야שקדיה이다. 일 년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 붙은 이름일 거다. 히브리어 샤카드שקד는 기대한다צופה는 뜻으로, 봄을 기다린다는 맥락이다.슈케디야를 우리말은 살구꽃나무로 옮기는데 난감하다. 살구꽃 같은 나무라는 의미다. 슈케디야 열매는 살구가 아닌 셰케드 아몬드니까 아몬드 나무가 타당하기도 하다. 우리말성경이 번역될 때 중국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몬드를 몰랐으니 어쩌겠나. 살구나 복숭아나 아몬드나 모두 하얗고 분홍분홍한 비슷한 꽃을 피운다.  성경에 아몬드를 뜻하는 또 다른 단어가 나오는데 "루즈"다. 벧엘의 이전 이름이다. 아랍어는 여전히 لوز 루즈가 아몬드를 가리킨다. .. 더보기
히브리어의 날 Hebrew Language Day 우리나라 한글날은 10월 9일이다. 라떼는 세종대왕 생일이라 그렇다고 배웠다. 정말이다. 나는 정형화된 집단 교육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사람인데, 기관에서 배운 걸 잘못 알고 있을 리가 없다. 물론 이렇게 항변을 해봤자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뭘 배우든, 왜 그럴까 질문하지 않으면 잘못된 지식이 주입되고, 그런 지식은 꽤 오래 가서 문제다. 아, 우리 한글날은 1446년 9월 상순이,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성된 날이므로, 그 마지막 날을 양력으로 계산해서 10월 9일이 된 것이다. '상순'이 뭔지 모르는 사람은, 별 수 없다.   이스라엘에서 히브리어의 날은 엘리에제르 벤예후다의 생일로 삼는다. 국가기념일은 아니고, 히브리어 연구 기관 "히브리어 아카데미"(האקדמיה ללשון העברית)가 그렇게 .. 더보기
이스라엘의 장례 원래 죽음에 대해 자주,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죽음의 의미 같은 건 아니다. 죽음에 무슨 의미를 따지나. 어차피 끝나는 건데. 내가 생각하는 건 주로 죽음을 처리하는 남은 자들의 과제이다. 남의 나라에 살다 보니 어디서 죽을지부터, 생각할 게 꽤 많다. 이 나라는 살기도 그닥이지만, 죽기에는 더 좋지 않은 여건이다.  이제는 상식처럼 됐지만, 임종을 앞둔 이는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병원 이외의 장소에서 사망하면 절차가 복잡하다. 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의사의 사망 진단서가 장례 절차의 필수 조건이다. 병원에서 서류를 받아서, 먼저 자기 지역의 חברות קדישא 장례 회사(?), burial society에 연락한다. 이 회사는 직접 찾아가면 아무도 만날 수 없고, 관련 인사와 무조건 전화 통화를 .. 더보기
로쉬 하샤나, 5885년 2024년 10월 2일은 유대력 5885년 신년 에레브이다. 이스라엘에서 모든 명절은 교통체증이 심하다. 텔아비브 모처에서 계획된 로쉬 하샤나 식사를 취소할 뻔했다. 지난 밤 이란의 탄도미사일 공격과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밤잠을 설쳤고, 도무지 명절이랍시고 기분을 낼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레바논 국경에 들어가 있었다. 오늘 내일 부음을 들어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차라리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고 싶었다.    교수님들께 전화로 안부 인사를 드렸다. 오래오래 망설이다가 그분께도 드렸다. 손자가 가자에 인질로 잡혀 있다. 그분의 지난 1년은 곁에서 지켜만 보기도 숨이 막혔다. 쉐티히예 레하 샤나 토바, 발음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눈물을 쏟았다. 한참 아무도 말을 .. 더보기
2024 티샤베아브 전쟁중인 이스라엘은 자기 조상이 멸망당한 날을 어떻게 맞이할까. 티샤베아브는 주전 586년과 주후 70년 두 번의 예루살렘 성전이 아브 월 9일째 멸망했음을 기념하는 종교 절기이다. 국가 공휴일은 아니지만 유대교 전통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금식을 하긴 한다. 욤키푸르에는 모든 가게가 문을 닫지만, 한여름 티샤베아브는 언뜻 평일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티샤베아브, 성전 멸망일아브 월의 아홉째 날, 올해 7월 26일 일몰부터 금식이 시작된다. 유대교는 이날 두 번의 성전이 파괴됐다고 믿기 때문에 깊은 애도를 표하기 위해 금식을 한다. 어떻게 성전이 두 번이나 같은 날jy4kids.tistory.com 벤 그비르가 올해도 성전 산에 올라가 주변 아랍국들을 격분시켰다. 미국에서 시작된 정착민들 제재에 반.. 더보기
2024 라그 바오메르 유월절부터 칠칠절까지를 '오메르' 기간이라고 한다. 성경은 이 기간, 즉 49일 동안 숫자를 셈하라고 명령한다. 오메르의 첫째 날, 둘째 날 숫자를 셈하다가 서른셋째ל"ג 날도 맞이하게 되는데, 그날이 오메르의 33째날, 라그 바오메르이다. 성경에 나오지 않는데, 이날이 랍비 시므온 바르 요하이의 죽은 기일이기 때문이다. 대략 주후 161년의 일이다.    메론 산, 이스라엘의 가을따뜻해지는 2월에는 남쪽에서부터 칼라니트כלנית와 라케페트רקפת가 피기 시작하고, 추워지는 11월에는 북쪽에서부터 시트바니트סתוונית와 헬모니트חלמונית가 피기 시작한다. 11월 첫jy4kids.tistory.com 로마에 맞선 유대교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하가다에 기록돼 욤 키프르 때마다 읽혔다. 철빗에 긁혀 죽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