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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삶을 지탱하는 것들 요즘 의료 관련 자료들을 번역중이다. 덕분에 심장 판막 수술 과정을 머리가 세도록 연구했는데, 그 결과 밥맛이 떨어졌다. 어느새 중년 건강에 좋은 식품 같은 걸 찾아보고 있다. 친구가 10월 7일 전부터 아프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그 원인을 못 찾았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서지도, 걷지도 못한다. 친구의 남편은 유머감각이 남다른 사람인데 지친 기색이 완연하다. 매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범 10시 넘어 집에 온다. 일부러 그 시간에 전화를 한다. 아픈 아내 앞에서 의연하느라 꺾일 지경인 그의 의지를 격려한다. 유대인이지만, 기독교인인 내가 예수의 이름으로 하는 기도를 듣는다. 같은 분이라 그런가 그도 위로를 받는다. 나 역시 병가중이다. 온갖 질병으로 시달린다. 정확히 말하면 그 병을 치료해줄 의사를.. 더보기
2023 하마스 전쟁, 마마드 이스라엘 건축법은 1990년 걸프전 이후 모든 건물에 보호 공간 מרחב מוגן을 구비하도록 규정한다. 벽을 두텁게 해서 폭발물이 뚫을 수 없게 만든 공간인데, 원래는 독가스 침투를 막는 밀봉 기능에 중점을 두었다. 그때 그 시절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이스라엘을 독가스로 공격하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건물마다 보호 공간이 생기기 전에는 보통 거리마다 일정 간격으로 미클라트 bomb shelter, 우리말로 방공호를 세웠다. 텔아비브는 아직도 미클라트가 많다. 가장 현대적인 도시지만 상대적으로 도시 형성은 가장 오래된 도시기 때문이다. 유대인 국가 기금Jewish National Fund은 로켓 공격이 집중되는 가자 인근 지역의 방공호를 치장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지역 출신 예술가를 초대해 어린이들과.. 더보기
최고의 율법 드디어 이스라엘 사람들이 자신들의 대화 습관에 문제가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다. 미디어에 능동적 경청 הקשבה פעילה 이란 표현이 눈에 띈다. 이들이 날마다 읽고 있는 토라만 해도 허구헌날 말하는 장면만 나온다. 조용히 듣고 있는 건 체질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다. 여호와의 말씀을 들었다고? 제대로 들었으면 그 지경이 됐겠나? 어디서나 줄을 서는 게 일상인 이스라엘에서는 툭하면 언성을 높이며 싸우는 광경을 접하게 된다. 일차적으로 그것은 언어적 장애 때문이다. 이민자로 구성된 이 나라는 모든 시민에게 일정한 히브리어 수준을 기대하기 어렵다. 히브리어로 안 통하는 것 같으면 영어를 쓰는데, 마치 영어가 2류 언어인 것처럼 굴지만 솔직히 못 들어줄 수준도 많다. 러시아 쪽 이민자들은 영어 활용도가 낮고.. 더보기
타미르 그린버그 이번 휴가에 나는 하기 싫은 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유럽 공항은 파업이고, 어디 갈 데도 없고, 문 밖은 용광로다. 아나키스트가 되려는 건 아니고 고작해야 내 방 책상을 지옥의 혼돈으로 만드는 정도다. 간간히 한심한 생각이 들지만 관성이 생겼는지 드러운 채 놔두는 게 견딜 만하다. 그런데 문득 일어나 청소를 싹 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 타미르 그린버그 노래를 들었기 때문이다. 드디어 텔아비브 트램 알렌비 역이 완공된 것도 알게 됐고. 스트레스가 겁나 많은데 왜 도시야 כמה זה לחוץ אז למה עיר 키부츠의 '여유'는 절반 가격인데 סתלבט בקיבוץ בחצי מחיר 내가 열심히 일하는 건 부자가 되려는 게 아냐 אני לא עובד קשה בשביל להיות עשיר 노래.. 더보기
오랜만의 샤밧 일상 일단 아침을 먹는다. 샤밧을 앞둔 욤 쉬쉬에 돌아다니려면 고기 먹고 힘내야 한다. 모샤브에 가서 킬로당 38.9셰컬이나 하는 앵두를 샀다. 대단한 용기였다. 베리 종류가 이렇게나 많구나. 피탄고가 수리남 체리다. 페텔은 우리말로 하면 산딸기고. 투트 파키스타니? 티벳 멀버리입니다만? (내가 예민한 건지, 이스라엘이 중국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 많이 하는 것 같다.) Cedar bay cherry가 궁금해서 사봤다. 호주 체리란다. 이 더운 날씨의 유익이라면, 여름 과일들이 잘 익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작물들이 자라고 있는 걸 보면 괜히 더 흐뭇하다. 올해 포도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바찌르를 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요즘 정원 과실수로 망고가 뜨고 있단다. 날씨 덕분인지 예년보.. 더보기
물리치료 한국에서 손목이 부러졌다. 이건 병리적 관점에서 내린 최종 결론이고, 낙상 당시 얼굴을 긁히며 머리에서 피가 났기 때문에 내 관심은 뇌가 다쳤는지 여부였다. 사람이 이렇게 걱정을 사서 한다. 아무튼 구급차를 불러 응급실을 갔는데, 한국의 의료 시스템은 참, 대단하긴 했다. 메디컬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구급대원이 증상을 읊조리고 사명감에 가득찬 표정의 의료진이 환자를 급히 이송하는 일은 없다. 환자는 원무과 등록이 끝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아무튼 그렇게 들어간 응급실에서, 무력한 나는 의료진이 제안하는 모든 검사에 동의했다. 거기에는 머리 CT, 손과 발 X-ray 등이 포함됐다. 걱정을 사서 했다니까. 손목이 부러진 것 같긴 한데 너무 희미하다고 해서 손은 CT도 다시 찍었다. 나는 이스라엘로 .. 더보기
이스라엘 드라마 슈티셀 이스라엘 TV에도 드라마가 있고 그게 꽤 재미있다는 걸 깨달은 건 2015년쯤이었다. 그 전에는 이런 종류의 관심을 가질래도 기회가 없었다. 그 드라마가 슈티셀이다. Shtisel. 예루살렘 메아 쉐아림에 사는 하레딤 슈티셀 가정의 아버지, 큰딸, 막내아들을 축으로 하는 시리즈였다. 우리말로 옮기면 '콩가루 집안'이 딱이다. 위선에 가까운 자기 보호막을 걸치고 살아야 하는 종교인들의, 숙명이라지만 어리석은 선택의 결과인 가정사에 매번 탄식이 터지는 기가 막힌 이야기들이다. 그런데도 그 이야기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게 이 드라마의 매력이다. 2013년 여름 케이블로 방송됐던 드라마가 그 시점에는 유투브에 올라와 있어서 한두 편을 볼 수 있었는데, 한동안 이걸 어떻게.. 더보기
밥카 babka 이디쉬어로 할머니가 '보베'다. '-카'는 애칭으로 붙는 접미어. 우리 할머니가 만든 빵, 정도의 의미다. 할머니가 어디 사시는 분이냐에 따라 케이크의 성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조설을 내세우는 폴란드에서 밥카는 스폰지 케이크의 의미이다. 카톨릭 교회의 부활절이 밥카의 D-day이다. 폴란드의 나이 많은 분들한테 밥카 맛을 물어보면 초콜렛이라고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기억에도 건포도 많이 박힌 단 맛이다. 밥카는 역시 뉴욕이 최고다. 그 뉴욕에서도 최고의 밥카라는 Breads Bakery에는 언제나 한국인이 바글바글하다. 한국인만큼 먹는 데 진심인 사람이 없으니. 브레즈 베이커리 매대를 채우고 있는 빵과 쿠키와 케이크를 이스라엘 사람들도 그대로 먹는다. 주로 아슈케나짐이라고 해야겠지. 건포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