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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Kimchi, 텔아비브 이스라엘에서 한식은 경쟁력이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도 텔아비브와 하이파에 한식 레스토랑이 생겼다. 자본 투자 없는 분식집 규모다. 20년 전에 갈릴리 바닷가에 한식당을 열었던 분이 떠오른다. 무모함이냐 비전이냐는 포장하기 나름이라는 걸 알려주셨지.  텔아비브의 한식 레스토랑 '김치'는 위치는 좋다. 코로나 때 배달 전문으로 시작했다. 아직은 자리 잡는 중이지만, 직장인 상대로 값이 싸다는 장점 외에는 잘 모르겠다. 그조차 외식 비용이 높은 이스라엘에서는 조금 더 투자해서라도 제대로 식사하는 걸 선호할 거다. 음식 맛이 이도저도 아닌데, 메뉴판도 성의가 없다. 홀을 지키는 러시아 출신 알바는 주문 받는 법도 모른다. 배달 전문이라 그럴 수 있다.      이게 비빔밥이다. 이스라엘 사람 중에는.. 더보기
moovmoo, 르호봇 장사가 잘 된다니 반가운 일이지만, 무베무에 자리 잡기가 너무 어렵다. 샤밧과 일요일은 문도 열지 않는다. (이스라엘 시장은 야채가 월요일에 공급되기 때문에 푼돈에 신경 안 쓰는 식당들은 일요일 영업을 과감히 접는다). 나는 일 년에 두 번 고기를 먹는다. 한번은 여름 휴가 때, 메툴라 하타하나에서 먹는다. 다른 한번이 크리스마스인데 르호봇 무베무다. 이 두 곳에 내가 아는 한 이스라엘 최고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다. 두 곳 모두 코셔가 아니다. 코셔가 아니라서 스테이크가 맛있는 것이다. 2023년 여름 메툴라에 못 갔다. 그때부터 이미 북쭉 레바논 국경이 난리였다.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기념하는 날도 진작 포기했었다. 로켓 공습이 있으면, 쉘터에 달려갔다 오는 동안 고기가 다 식을 것 아닌가. (너.. 더보기
Wat Sang, Tel Aviv 요즘 텔아비브는 아시아 레스토랑 전성기다. 이 현상이 믿기지 않았는데, 내 주변에는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아시아 음식 맛에 눈을 떴다는 젊은이들은 이스라엘에 돌아와서 다시 코셔로 눈 감는다. 대체 누가 아시아 음식을 찾는다는 거지? 내막을 들춰보면, 수년간 맛집으로 소문난 영세 식당을 자본이 접수해 새 간판을 내세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망하기 쉽다. 원래 쉐프와 투자자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법이니까. 남부 텔아비브의 악명 높은 빈민촌은 과거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간 기차역이 있던 곳이다. 한때 마약과 범죄의 소굴이었던 곳을 예술하는 사람들이 바꾸기 시작하자 이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꽤 번듯해졌다. 명실상부, 텔아비브의 남쪽 진입로다. 그래서 오토.. 더보기
아랍 길거리 음식 알고리즘 때문인지 이스라엘 여행 유투버 채널이 자꾸 뜬다. 천편일률적으로 길거리 음식 컨텐츠다. 먹을 건 못 참지. 하지만 대개 이런 컨텐츠는 너무 성의가 없다. 내가 이 나라를 높게 평가하는 몇 안 되는 요인 중 하나가 식도락 문화인데, 너무들 한다. 그래도 며칠 다녀가는 여행자가 이것저것 먹어보고 애써 정보를 남기려는 태도는 높이 사고 있다. 내가 못 견디겠는 건, 그렇게 사먹는 길거리 음식 대부분 바가지라는 점이다. 남의 나라 여행하면서 바가지 안 쓰기는 쉽지 않다. 중국 등 동아시아나, 모로코 등 북아프리카나, 영어가 안 통하는 발칸 반도에 가면 그러려니 해야 한다. 그 나라 언어를 조금만 구사해도 어이없는 바가지는 쓰지 않는다. 그러니까 바가지라는 건 해당 국가의 언어나 문화를 배우기 위해 투자.. 더보기
후무스 쉘 트히나, 스데롯 스데롯은 독특한 도시다. 다른 형용사가 안 떠오른다. 참 특이한 곳이다. 일단 가자 지구에서 가장 많이 로케트를 날려보내는 이스라엘 도시다. 아니지, 가자 지하디스트들이라고 텔아비브를 맞추고 싶지 않겠나. 거기까지 날리자면 로케트 성능도 좋아야 하고, 이스라엘의 대로켓 방어시스템 아이언돔도 뚫어야 하니 어렵다. 그래서 제일 손쉽게 많이 날려보내는 대도시가 스데롯이다. 나만 해도 스데롯이란 이름을 로켓 경보 사이렌 때문에 알게 됐다. 작전 중에는 가자에서 밤낮 안 가리고 로켓을 수백 발 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사는 도시는 시간에 한 번씩 사이렌이 울리는데, 스데롯은 거의 5분 간격으로 울리는 거다. 시간에 한 번 울려도 미쳐버리겠는데, 저기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의문이다. 이스라엘은 지역마다 사이렌 경보.. 더보기
티슈비 와이너리, 비냐미나 이스라엘의 여름철 낭만은 역시 크라밈, 포도밭이다. 전국에 걸쳐 포도 재배를 하고 있으니 와이너리도 우후죽순이다. 2010년인가 본 자료에, 대략 150개 와이너리가 있고 여기서 나오는 포도주가 2500종이라고 한다. 지금은 더 늘었겠지. 유럽이 가까운데도 수입 포도주는 많지 않다. 이스라엘에서 포도주는 단지 술이 아니라 안식일 제의에 필요한 물품이고 그래서 코셔가 필수인데, 포도주 코셔는 이스라엘 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일 발효주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고 특히 포도주는 노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음료다. 19세기 후반 유대인들은 그래서 다시 돌아온 약속의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걸까? 그럴 수도 있는데, 사실 주인 잘못 만난 탓도 있다. 잘 만난 건가? 이들에게 돈을 대준 이.. 더보기
카페 이탈리아, 텔아비브 이스라엘 사람들도 특이한 요리만 찾지는 않는다. 가족 단위로 격식없이 많이 먹자면 이탈리아 요리가 제일 좋다. 이름도 카페 이탈리아. 텔아비브의 IT 회사들이 몰려 있는 지역에 있다. 샤밧에 가면 주차장이 많아 좋다. 여기 말고 문 연 데가 없으니까. 공간도 널찍하다. 12시 런치 타임 직전, 한산해 보이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는 중이다. 이스라엘 레스토랑치고는 테이블 회전율이 빠르다. 시간 끌 일이 없다.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안티파스티로 가장 무난한 것들이다. 슈림스 나폴리타나와 튀긴 칼라마리, 부라타 치즈 샐러드. 맛이 없는 건 아닌데, 맛을 탐구할 의욕은 사라진다. 나같은 사람도 다 할 수 있는 요리니까. 채식주의자들에게 가장 무난한 파스타. 버섯 파파르델라와 시금치 페투치니. 고르곤졸라 치즈가 .. 더보기
BIGA, 모디인 한때 제빵 공부를 했다. 인생에 닥칠 시련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자격증만이 살 길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분이 자녀들에게 살 길을 마련해 주신다를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지금도 많이 다르지 않다. 하다하다 가이드 자격증을 땄으니. 아무튼 그래서 Biga가 발효종, 사워도를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살다 온 친구가 비가를 모른다. 맨날 집에서 치아바타 구우면서. 과연 지식은 먹고사는 데 쓸모가 없는 것일까. 그래서 비가에 갔다. 이스라엘에서 블랑제리와 파티세리를 같이 하는 흔치 않은 빵가게다. 문어발식 사업 확대는 여기도 중증이라 곧 커피숍이 되더니, 키친까지 겸하게 됐다. 한마디로 욤쉬쉬 브런치에 최적의 장소가 되었다. 예루살렘 오가는 길에, 커피 한 잔 생각나면 여기를 가는데, 가면 어차피 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