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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moovmoo, 르호봇

장사가 잘 된다니 반가운 일이지만, 무베무에 자리 잡기가 너무 어렵다. 샤밧과 일요일은 문도 열지 않는다. (이스라엘 시장은 야채가 월요일에 공급되기 때문에 푼돈에 신경 안 쓰는 식당들은 일요일 영업을 과감히 접는다). 나는 일 년에 두 번 고기를 먹는다. 한번은 여름 휴가 때, 메툴라 하타하나에서 먹는다. 다른 한번이 크리스마스인데 르호봇 무베무다. 이 두 곳에 내가 아는 한 이스라엘 최고의 스테이크 레스토랑이다. 두 곳 모두 코셔가 아니다. 코셔가 아니라서 스테이크가 맛있는 것이다. 2023년 여름 메툴라에 못 갔다. 그때부터 이미 북쭉 레바논 국경이 난리였다. 하늘의 영광과 땅의 평화를 기념하는 날도 진작 포기했었다. 로켓 공습이 있으면, 쉘터에 달려갔다 오는 동안 고기가 다 식을 것 아닌가. (너무 이기적인 걱정인 것 같지만 80일 동안 전쟁을 하고 있는데, 언제나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심각하기도 어렵다. 인생은 계속돼야 하니까.) 그래도 전투가 잠잠해지는 분위기라 예약은 일찌감치 했다. 

 

 

무베무의 유일한 단점이 위치다. 시내 한복판에 있어서 주차장이 없다. 멀리 차를 세우고 걸어오느라 넉다운이 된다.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고기 냉장고가 보인다. 약간 무섭다. 여기서 고기만 사서 집에서 구워먹기도 한다. 명절에 굳이 코셔 고기가 아니어도 될 때는 여기서 산다. 예약을 안 하면 대개 바에 앉게 된다. 고기 먹을 때는 테이블에 앉고 싶다.

 

 

버터의 효능을 증명하는 데 이보다 좋은 게 없다. 육질이 부드러워진다. 이걸 못하니까 코셔 스테이크는 맛이 덜하다. 여기 쉐프가 실험정신이 강해서 고기도 종류가 많고 매번 시도하는 스타터도 달라진다. 훈련받은 웨이터들이라 오늘의 스페셜을 한참 설명하는데, 그냥 흘려 듣고 신타sirloin를 달라고 한다. 뉴욕 스테이크다. 전에는 여기 굵은 소금 찍어 먹었는데, 쉐프가 직접 나와서 소금을 안 먹으면 좋겠다고 충고를 했었다. 소금의 강한 맛이 육즙의 감칠맛을 지워 버린단다. 코셔보다 칼로리 걱정에 버터를 안 붓겠다고 했을 때도 쉐프가 나왔다. 스테이크에는 버터가 최고란다. 지금은 그냥 하라는 대로 한다. 저게 700그램이다. 뼈를 제하면 500그램쯤. 두 명이 먹는데 인당 250그램이면 적은 양은 아니다. 먼저 고깃덩이를 갖고 나와서 사이즈를 보여주고 요리에 들어간다.   

  

 

요즘 멕시코 요리가 뜨고 있다. 스타터로 비프 타파스를 시켰는데, 야채 샐러드나 효과는 비슷하다. 나는 고깃집에서 빵을 안 먹는다. 내가 크리스마스마다 오는 걸 아는 쉐프가 디저트를 내주었다. 아래 진한 생크림이 깔리고 잼과 퓨레를 얹었다. 이름이 크램 파티시에르Crème Pâtissière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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