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브아에 다녀왔다. 한때 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참 쿨하구나, 점잖게 고인을 기리며 품위있는 장례를 치르는구나 생각했었다. 아니다. 젊은, 원치 않는,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이들도 몸부림친다. 키수핌 국경 근처 지뢰 폭발로 사망한 21명 예비군들의 장례식은 한결같이 처절하고 원통했다. 아직 젊었던, 앞날이 창창했던 이들은 많은 걸 이루지 못했기에, 남은 이들은 죽은 자의 빈자리를 오래도록 아파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제각각의 염려로 무거웠던 쉬브아에서 돌아오는 길은 슬프고 심난했다. 비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진다. 이스라엘에 이런 비가 내리기도 했나 기억나지 않는다.
전쟁이 시작되면서 물리치료가 중단됐었다. 거의 나은 줄 믿고 내버려두었더니 스트레스와 함께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나의 물리치료사님이 예비군 복무를 마치고 무사히 돌아와서, 다시 치료를 시작했다. 지난 5월에 부러진 팔이 아직도 이 지경이라는데 다 같이 놀랐다. 손가락 재활을 위해 밀가루 반죽을 해보기로 했다. 사실 전에도 권했지만 그때는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요즘 빵값도 비싸졌는데, 샌드위치용 할라 빵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할라의 나라인 만큼 샤밧을 위한 두 할라를 구울 수 있는 계량대로 재료를 판다. 밀가루 1kg, 이스트 한 팩, 베이킹 파우더 하나(10개 단위로 판다), 카놀라 기름(없어서 해바라기씨 기름) 1/3컵, 설탕 1/3컵, 소금 1 티스푼, 따뜻한 물 2와 1/3컵이면 된다. 설탕과 소금을 계량대로 제대로 넣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소한 차이가 결과를 비튼다.
이스트와 설탕에 따뜻한 물 2컵을 붓고 4-5분 두면 저런 상태가 된다. 이스트 냄새가 온 집에 진동한다.
밀가루와 기름과 소금과 나머지 물 1/3컵을 넣고
원래는 프로세서에 넣고 돌리면 되지만, 나는 손가락 재활을 위해 하는 일이니만큼 천천히 치댄다. 10분 정도 한다. 더 했어야 한다.
덮고 반죽이 두 배로 부풀어 올 때까지 기다린다. 너무 날씨가 추울 때는 이불 속에 넣어 두기도 한다.
180도 25분이다. 너무 좁은가. 할라 굽기가 쉬운 이유는, 이걸 매주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 저런 라흐마니아 하나를 사려면 4NIS이다. 10세켈 정도로 전기세와 노동력을 합해 8개를 만들었으니 가성비로는 나은 건가.
근데 맛은 없다. 시중 빵에 소금도 설탕도 훨씬 많다는 뜻이다. 그래서 꿀을 찍어 먹는다. 샤밧은 할라로 인해 풍성해지는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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