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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sha

파라샤 바야크헬 (출 35-38) 분석하기 좋아하는 신학자들은 출애굽기를 보통 두 부분으로 나눈다. 여호와의 강력한 구원 행위가 나타나는 전반부 내러티브와, 모세를 통해 법과 제의가 드러나는 후반부 여호와의 자기 계시다. 레트로스펙티브(1-18장)와 프로스펙티브(19-40)라고도 표현한다. 그 터닝포인트에 해당하는 18장은 이트로를 통해 여호와가 자기 백성과 함께 거하시며 그들을 통해 이루시려는 특별한 목적을 드러낸다. 히브리어 원문으로 읽는다고 이런 분석이 똑떨어지진 않는다. 그래도 주석적 선입견이 있으면 분명 그렇게 읽히긴 한다. 그런데 바야크헬에서는 전적으로 텍스트의 톤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 주어가 모세다. 여호와의 미슈칸을 실제로 제작하는 일지다 보니,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과 기술자들에게 내리는 맹령이 주를 이루는 것이다. 트루.. 더보기
파라샤 키 티사(출 30:11-34:35) 이 현실에서 성경을 읽는 것, 특히 이런 본문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종교는 그 생리에 동의하지 않는 이의 눈에는 우스운 논리이다. 나는 이 파라샤에서 샬롬을 얻지 못했다. 하레딤 정당이 예루살렘 시의회 다수를 차지하면서 그야말로 머리를 들어올렸다(티사). 1알리야 30:11-31:17 이스라엘 백성의 머리를 들어올릴(숫자를 셈할) 때 20세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은 재산에 관계없이 반 세겔을 바쳐야 한다. 이는 질병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그 수익금은 회막 봉사에 쓴다. 물두멍을 놋으로 만들어, 아론과 제사장들이 손발을 씻게 한다. 씻고 회막에 들어가야 죽음을 면한다. 몰약, 계피, 창포에 올리브기름을 섞어 향 기름, 즉 특별 연고(관유)를 만든다. 성막의 성구들과 제사장에게는 바르되, 사람이.. 더보기
파라샤 테짜베 (출 27:20-30:10) 하나님의 미슈칸, 성막의 제작 지침이 계속된다. 앞선 파라샤 트루마가 미슈칸의 하드웨어라면, 파라샤 테짜베는 소프트웨어처럼 성구의 부속품이나 제사장에 필요한 것들이다. 1알리야 27:20-28:12 메노라(lampstand)의 마오르(light)를 위해 올리브 기름을 가져다 네르 타미드(lamp continually)를 태운다. 문법적으로 네르 타미드는 수식 관계는 아니지만 오늘날 회당에서 추모용으로 (전기를 사용해) 항상 켜 놓는 촛불의 이름도 네르 타미드다. 이름을 중시하는 유대인들은 회당에 네르 타미드를 켜두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올리브 기름은 순전한 기름 extra virgin oil이어야 한다. 오늘날 올리브 기름의 등급은 extra virgin, virgin כתית, refined מ.. 더보기
파라샤 트루마 (출 25-27) 나는 이런 본문을 읽을 때 희열을 느낀다. 알다가도 모를 경지를 넘어, 머리를 뜯어도 모르겠는 본문이다. 그 무지의 부분이 하나님과 대화를 통해 채워나가야 할 신비의 영역 같다. 이 본문을 수십 번 넘게 읽었지만 아직도 모르겠다. 시청각 교재도 수없이 봤지만 글쎄, 아닌 것 같은 게 더 많다. 위로가 되는 건 유대인들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도 다 외우기 때문에 모른다는 생각을 잘 안 한다. 모세는 다 알았을까? 만든 사람은 어쨌든 모세가 아니다. 이 본문과 뒤에 나오는 브살렐과 오홀리압의 작업 일지와 비교해 보면 조금씩 다른 지점이 있다. 아마 작업자들이 채워 넣은 부분일 것이다. 그게 너무 신기하다. 이 신기함이야말로, 나보다 수천 배는 히브리어를 잘하면서도 토라 본문에 전혀 흥미가 없다는 이스라.. 더보기
파라샤 미슈파팀 (출 21-24) 1월이 지나면 학교는 잠깐 소강상태다. 궤도에 올랐으니 그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다. 그래서 개인 일정을 많이 잡는데 한 달 내내 가이드 스케줄에 끌려가다 보면, 출애굽기 중반 이후 파라샤를 거의 못 읽는다. 왜 이렇게 본문이 낯설지 싶어 보면 영락없이 이 부분이다. Exodus Code라 불리는, 맥락없이 열거된 법조항들이다. 2024년 2월 아무도 성지를 찾지 않고, 전쟁은 나를 출애굽기 읽기로 인도한다. 1알리야 21:1–19 파라샤의 제목이기도 한 미슈파팀은 유대인이 지켜야 할 계명 미쯔바에서 논리적 합리성을 담고 있는 법률을 가리킨다. 하나님이 명령하지 않으셨어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 당연히 지키게 되어 있는 내용, 예를 들어 살인하지 말라 같은 것이다. 이에 대비되는 것이 후킴, 법령인데 초합.. 더보기
초막절 파라샤와 전도서 읽기 초막절은 티슈레이 15일부터 8일 동안이다. 워낙 파란만장한 명절이라 8일에 걸쳐 명칭이 따로 있다. 1일 명절חג 2일-6일 홀 하모에드חול המועד 7일 호샤나 라바הושענא רבא 8일 슈미니 아쩨레트שמינית עצרת 여덟 번째 날의 성회라는 뜻인데, 이스라엘 국가가 세워지면서 디아스포라 유대인이 9일째 지키던 심핫 토라שמחת תורה와 통합됐다. 날마다 파라샤 낭독이 있지만 명절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날만 파라샤를 하는 편이다. 나머지는 명절에 읽은 본문을 다시 읽거나 확대해서 읽는 방식이라 안 읽어도 티가 안 난다. 첫째 날 명절 레위기 22:26-23:44, 마프티르(일종의 부록) 민수기 29:12-16, 하프타라 스가랴 14:1-21 둘째 날 레위기 23과 민수기 29, 하프타라 열.. 더보기
파라샤 하아지누 (신 32장) 히브리어 시는 아름답다. 어렵기 때문이다. 뭘 모르면 아름다운 법이다. 나는 시를 쓰는데, 내가 썼는데도 뭔 말인가 싶을 때가 많다. 그래도 일단 쓰고 나면 쉽게 버리지 않는데, 시간이 지나 읽기 위해서다. 그렇게 걸러진 것들을 곱게 간직하는 편이다. 시는 절대로 한 번에 결판내면 안 된다. 신명기의 시도 마찬가지다. 이 시의 진정성은 오랜 되새김으로 드러난다. 아마도 유대인들은 매년 이 본문을 읽으며 그 경지에 도달했기가 쉽다. 신명기 32장의 부제는 "슬픈 노래를 부르는 이유" 정도가 될 것이다. 히브리어에서 시는 노래다. 왜 하나님의 백성은 성전에서 자신들에게 닥칠 비극을 노래한 것일까. 잠에서 깰 때마다 즐거운 노래가 귓가에 흘러나오는지 시험해 본다. 그러지 않은 지 오래 됐다. 심지어 그날의 주.. 더보기
로쉬 하샤나의 파라샤 2023년 9월 15일 일몰, 로쉬 하샤나 이브다. 테트 쉰 페이 달렛תשפ"ד 유대력 5784년의 시작이다. 로쉬 하샤나는 그저 한 해의 시작이 아니라, 유대인의 모든 감정과 운명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뭔 소리야, 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그들이 어제와 똑같은 날, 새 삶으로 활력을 얻으려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은 특별한 날로 지정된 시간, 즉 시대의 고조된 영적 분위기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유대교 절기는 인간의 고조된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영혼을 불러내고, 자기 존재의 중심에 있는 신의 불꽃을 발견하라고 권한다. 이 무언의 외침을 대변하는 것이 로쉬 하샤나의 나팔 소리다. 시간의 허무 속에서 진실을 잊어버린 자에게 영혼을 살펴보라는 촉구인 것이다. 왜 자아를 찾아야 하나.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