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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sha

로쉬 하샤나의 파라샤

2023년 9월 15일 일몰, 로쉬 하샤나 이브다. 테트 쉰 페이 달렛תשפ"ד 유대력 5784년의 시작이다. 로쉬 하샤나는 그저 한 해의 시작이 아니라, 유대인의 모든 감정과 운명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간이라고 한다. 뭔 소리야, 꼬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그들이 어제와 똑같은 날, 새 삶으로 활력을 얻으려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인간은 특별한 날로 지정된 시간, 즉 시대의 고조된 영적 분위기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유대교 절기는 인간의 고조된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영혼을 불러내고, 자기 존재의 중심에 있는 신의 불꽃을 발견하라고 권한다. 이 무언의 외침을 대변하는 것이 로쉬 하샤나의 나팔 소리다. 시간의 허무 속에서 진실을 잊어버린 자에게 영혼을 살펴보라는 촉구인 것이다. 


왜 자아를 찾아야 하나. 유대인이 듣고자 하는 내면의 외침은 뭘 위한 걸까. 모든 종교 공동체는 하나 됨을 지향한다. 하나로 연합된 상태가 신의 물질적 영적 축복에 합당하다고 본다. 

 

말을 대신해 강렬함을 전달한다는 나팔 소리를 들으며 창세기 21장을 읽는다. 하프타라는 사무엘상 1장이다. 두 본문을 나란히 보니 비로소 이날의 의미가 들어온다. 로쉬 하샤나는 불임여성들의 고통을 다룬다. 종교 공동체에게 이 고통을 입증하고 거기 공감하게 만들려는 의도다. 하늘의 별보다 바다의 모래보다 많은 자손을 약속하신 여호와의 징표가 유대인 남성의 할례이다. 그런데 그들의 아내들은 자식을 낳지 못한다. 아카라עקרה의 간구는 처절하다.  

사라의 말은 고대 사회 여성에게 출산의 의미를 대변할 것이다. 하나님이 나를 웃는 자로 만드시니, 듣는 이 모두가 나를 위해 웃으리라צְחֹק, עָשָׂה לִי אֱלֹהִים: כָּל-הַשֹּׁמֵעַ, יִצְחַק-לִי

 

어떤 고통을 겪었든, 이제 사라는 아들을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웃었다.

 

한나에게도 아들이 생겼다. 한나의 기도는 훗날 예수를 낳게 될 마리아의 기도와 연결돼 있다. 한나는 아들을 하나님의 집으로 데려와 선포한다. אֶל-הַנַּעַר הַזֶּה, הִתְפַּלָּלְתִּי 내가 기도한 게 바로 이 아이입니다. 


하지만 현대 여성들은 자식을 위한 만트라를 멈추었고, 종교 공동체는 그로 인해 재앙을 만났다. 

 

1990년 3월 26일 리투아니아 하레딤 정당 "데겔 하토라"의 지도자 엘라자르 샤흐는 세속인 유대인을 향한 입장을 밝힌다. 사반들과 돼지들의 연설נאום השפנים והחזירים이다. 사반hyrex과 돼지는 유대교 음식정결법이 먹지 말라고 규정한 동물들이다. 연설 내용이 욤키푸르나 샤밧을 지키지 않고, 유대인의 미츠바를 모르며, 먹지 말아야 할 사반과 돼지를 키우는 키부츠를 비난하는 것이었다. 당시 시몬 페레스는 이츠하크 샤미르와 동맹을 깨고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초정통파 정당들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정치적인 성명을 기대해 전국 생중계된 이 연설은 그저 좌파의 비유대성을 비난하는 내용에 그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국과 함께 벤구리온 연정에 끼어 국가 예산으로 살아온 초정통파는 이 연설을 계기로 오직 우파와만 손을 잡게 된다. 거창한 아젠다와 달리 실상 시몬 페레스가 여성의 낙태 권리에 찬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코 아마르 하랍, 랍비 가라사대. 

 

로쉬 하샤나 둘째날 파라샤는 창세기 22장 아케다 본문이다. 하프타라는 예레미야 31장이다. 두 본문을 나란히 보니 결론이 선명하다. 자식이 없어져 통곡하는 라헬에게 하나님은 말씀하신다. 네 훗날 소망이 있으니 네 자식들이 그들의 경계로 돌아오리라וְשָׁבוּ בָנִים, לִגְבוּלָם. 돌아올 자녀가 없다면, 공동체가 자녀를 만들 의무에서 이탈한다면, 유대교로서는 종말이다. 다른 종교 공동체도 마찬가지지만 이들만큼 여기 사활을 거는 이들은 없다. 부모와 똑같은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도록 자녀를 통제하는 데 있어 유대교 초정통파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발휘한다. 몇 번이나 역사 속에서 끝장날 뻔한 그들이 삶으로 터득한 비결이기 때문이다. 바로 자기들 식대로 살지 않는 이들을 철저히 끊어내는 것이다.

 

로쉬 하샤나를 앞둔 저녁, 군대 복무 기피로 체포된 자기 형제들을 꺼내 놓으라는 하레딤의 시위로 예루살렘이 봉쇄됐다. 트램조차 운행하지 않아 막막한 길거리를 걷는데 나팔 소리가 들려온다. 무슨 수를 써서든 자기 식대로 살겠다는 초정통파의 외침 속에서 그 가냘픈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사마리아 산에 포도나무를 심어 열매를 따고 에브라임 산에서 파수꾼이 외치는 날이 있으리라 כִּי יֶשׁ-יוֹם, קָרְאוּ נֹצְרִים בְּהַר אֶפְרָיִ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