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텔아비브는 아시아 레스토랑 전성기다. 이 현상이 믿기지 않았는데, 내 주변에는 아시아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태국이나 베트남에 가서 아시아 음식 맛에 눈을 떴다는 젊은이들은 이스라엘에 돌아와서 다시 코셔로 눈 감는다. 대체 누가 아시아 음식을 찾는다는 거지? 내막을 들춰보면, 수년간 맛집으로 소문난 영세 식당을 자본이 접수해 새 간판을 내세운 경우가 많다. 그래서 망하기 쉽다. 원래 쉐프와 투자자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법이니까.
남부 텔아비브의 악명 높은 빈민촌은 과거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간 기차역이 있던 곳이다. 한때 마약과 범죄의 소굴이었던 곳을 예술하는 사람들이 바꾸기 시작하자 이내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 꽤 번듯해졌다.
명실상부, 텔아비브의 남쪽 진입로다. 그래서 오토만 제국 시절부터 세금 내는 곳이 있었다. 10월 7일 하마스 테러에 희생된 사람중에 오메르 헤르메쉬가 있었다. 하포엘 텔아비브의 열성 팬이라 그의 이름과 함께, 노동자들의 스포츠클럽 하포엘의 로고 "Red Forever"가 히브리어로 적혀 있다. 놀랍게도 그를 아는 사람이 내 주변에 너무 많다. 나조차 그를 안다.
크파르 아자에 살았던 헤르메쉬는 키부츠가 피난해 있던 쉐파임 묘지에 묻혔다. 많은 이들이 하포엘 텔아비브의 상징인 빨간 셔츠를 입고 그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전쟁이 시작되고 로켓 공격이 절정이었던 때라 참석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1시간 넘는 의식을 생중계로 함께 했다.
아무튼 이런 어수선한 동네에 새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는데 바로 하마스 전쟁이 시작됐다. 이렇게 운도 없을까. 자본을 댄 쪽에서 손해를 보기로 한 모양이다. 당분간 15% 할인하고 있다. 태국인 Wat Sang은 텔아비브 디젠고프 광장 근처에 Moon이라는 스시 레스토랑에서 수년간 일하다가 이번에 쉐프로 독립했다. 이름이 꽤 알려진 편이라, 레스토랑에 자기 이름을 내건 모양이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태국 사람 이름 외우기가 쉽지 않은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오죽할까. 왓 상이라고 열 번 넘게 알려줬는데도 같이 간 친구는 일어나면서 여기 이름이 뭐라고? 다시 물었다. 태국인들이나 다른 아시아인들이 텔아비브에서 레스토랑으로 성공하려면 일단 무지하게 오래 문을 열어야 한다. Moon만 해도 텔아비브의 고소득층을 공략해 하루 12시간 넘게 야간 영업에 치중하는 전략이었다. 지금 전쟁중인데도 남부 텔아비브에서 자정까지 문을 연단다. 메뉴 중에 김치도 있다.
비가 오고 추워서 차가운 쌀알 덩어리가 내키지 않았다. 원래 이 옆에 있는 멕시칸 레스토랑이 가려다가 자리가 없어서 옮긴 터였다. 내가 라면을 시키자 다 따라왔다. 비건, 새우, 닭고기 라면이다. 맛이 모두 똑같다. 무엇보다 면이 너무 적다. 에그누들이다. 수타면 좀 먹어봤으면. 내 입엔 그냥 일식 흉내낸 태국 음식인데 다들 괜찮단다.
모찌다. 한국말로 찹쌀떡인가. 맛차와 함께 먹었다. 한국에서 사고 싶은 것 1위가 녹차 가루다. 말차와 녹차가 어떻게 다른지 설명하다가 얼굴에 마스크 팩하는 게 말차라고 하니 대번에 알아듣는다.
실내는 이런 분위기다. 나도 마끼 잘 굴릴 수 있는데, 여기서 알바나 했으면. 테이블 회전이 느린 편이다. 그래도 누가 텔아비브에서 국물 음식 찾으면 올 만하겠다. 스시를 먹겠다면 그냥 Moon을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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