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데롯은 독특한 도시다. 다른 형용사가 안 떠오른다. 참 특이한 곳이다.
일단 가자 지구에서 가장 많이 로케트를 날려보내는 이스라엘 도시다. 아니지, 가자 지하디스트들이라고 텔아비브를 맞추고 싶지 않겠나. 거기까지 날리자면 로케트 성능도 좋아야 하고, 이스라엘의 대로켓 방어시스템 아이언돔도 뚫어야 하니 어렵다. 그래서 제일 손쉽게 많이 날려보내는 대도시가 스데롯이다. 나만 해도 스데롯이란 이름을 로켓 경보 사이렌 때문에 알게 됐다. 작전 중에는 가자에서 밤낮 안 가리고 로켓을 수백 발 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사는 도시는 시간에 한 번씩 사이렌이 울리는데, 스데롯은 거의 5분 간격으로 울리는 거다. 시간에 한 번 울려도 미쳐버리겠는데, 저기 사람들은 어떻게 사나 의문이다. 이스라엘은 지역마다 사이렌 경보 시스템이 있어서 로켓이 날아오면 바로 마마드라 불리는 보호공간으로 들어가야 한다. 당연히 로켓의 조준 거리에 따라 마마드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 다르다. 우리 집은 1분 30초인데 스데롯은 30초다. 30초 안에 마마드에 못 들어가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다. 밤중에 사이렌이 울리면 잠이 덜 깨서 그런지 몸을 재게 움직이기 어렵다. 1분 30초가 빠듯하다. 스데롯 같은 곳에서도 좁은 마마드에 온 식구가 그저 몸을 구기고 자야 한다. Gaza Envelope עוטף עזה의 숙명이다.
여기가 그나마 스데롯에서 제일 번듯한 건물이다. 뜸하다 싶으면 가자 작전이 재개되는 도시에서 대규모 건설 공사가 가당키나 하겠나. 이 동네 왤케 가난한가 싶게 시내 풍경조차 궁색하다. 가자 지구를 마주하는 최전선에 살아온 스데롯 거주민은 정치적으로 우파다. 종교인 인구도 많다. 네게브는 1947년부터 매우 투철한 이념으로 무장한 키부츠 운동이 일어난 곳이다. 키부츠 니르 암이 5분 거리다. 왜 우파가 여기서 버티고 있을까. 특이하다니까.
그렇지만 이 도시에는 자유 분방한 젊은이들이 놀라울 만큼 많다. 사피르 대학교가 근처에 있기 때문이다. 벤구리온이 스데 보케르로 낙향했을 때 비서였고 네게브 벤구리온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인 제이브 쯔호르 교수가 세운 학술기관이다. 가장 유명한 학과가 영화와 TV, 커뮤니케이션이다. 이 학교 출신 배우들이 어마어마하다. 그다지 생산적인 활동이 없는 스데롯에서 대학과 대학생들이 창출하는 경제 효과는 대단히 크다. 비롯 외부인들이라 투표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이들 젊은이들이 스데롯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후무스 쉘 트히나는 이스라엘에서 가장 간편한 먹거리인 후무스와 트히나를 파는 레스토랑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젊은이들이 사피르 출신들이다. 전통적으로 후무스 식당은 마초스러운 가족 비즈니스이기 쉬운데, 이곳 운영자들은 주로 여성들이다. 일단 움직임이 빠르기 때문에 손님들에게 반응이 빠르다. 누가 맡겠지 무심하지 않고 얼른 손님에게 다가가 안내하고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른다. 속도가 빨라서 그런가, 이 더운 날 히피스러운 청량함을 느낀다. 원래는 지저분해 보일 것 같은데, 다양한 색깔과 장식들이 나쁘지 않다.
어라? 싶어서 다시 나가 입구 풍경을 보았다. 에어컨 돌아가는 실내에 자리 없다니까 밖에 앉겠다며 자리를 잡는다.
실내 공간 절반은 식사 테이블이고, 나머지 절반은 테이크아웃 주문을 받는다. 계산대 맡은 직원은 얼마나 빠른지 주문 받고, 돈 계산하고, 틈틈히 실내 손님들 시중을 들고, 기본 반찬 세팅까지 한다.
여기 피타가 특이하다. 더 쫀득하고 달다.
하무찜과 제이팀, 후무스 먹으면 목이 막히기 때문에 짠 걸로 뚫어줘야 한다. 우리는 김치로 식당 수준을 가늠하듯이 이스라엘은 이것들이 기본이다.
내가 알고 있는 팔라펠의 비밀이 있다. 아랍 가게에서 만든 팔라펠은 어디나 중간 이상이다. 유대인 가게는 그만 못한 경우가 많은데, 간혹 엄청나게 맛있는 곳이 있다. 여기가 그런 곳이다. 내가 저 팔라펠 카두르를 3개까지 먹은 가게는 10년 동안 세 군데밖에 없었다.
후무스는 병아리콩을 삶은 다음 짓이겨서 만든 스프레드인데, 이게 너무 밋밋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가르게림גרגרים을 첨가한다. 병아리콩 건더기다. 유대인 영혼의 음식인 삶은 달걀은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더해진다. 그리고 남은 하나가 Ful인데, fool이 아니라 ful이다. 잘 모르면 왜 멍청하다고 하는지 어리둥절할 수 있다. 후무스가 크리미하다면 풀은 펑키하다. 마늘, 트히나 같은 재료를 펑펑 쓰고 커민이나 레몬도 잔뜩 뿌린다. 맛은 봐야 하니까 따로 달래서 조금씩 찍어 먹고 있는데, 지금 뭐하냐면서 저렇게 다 쏟아부어 준다. 섞어 먹으면 원래 다 맛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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