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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티슈비 와이너리, 비냐미나

이스라엘의 여름철 낭만은 역시 크라밈, 포도밭이다. 전국에 걸쳐 포도 재배를 하고 있으니 와이너리도 우후죽순이다. 2010년인가 본 자료에, 대략 150개 와이너리가 있고 여기서 나오는 포도주가 2500종이라고 한다. 지금은 더 늘었겠지. 유럽이 가까운데도 수입 포도주는 많지 않다. 이스라엘에서 포도주는 단지 술이 아니라 안식일 제의에 필요한 물품이고 그래서 코셔가 필수인데, 포도주 코셔는 이스라엘 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일 발효주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고 특히 포도주는 노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구한 음료다. 19세기 후반 유대인들은 그래서 다시 돌아온 약속의 땅에서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걸까? 그럴 수도 있는데, 사실 주인 잘못 만난 탓도 있다. 잘 만난 건가? 이들에게 돈을 대준 이가 로스칠드였고 그의 주요 산업이 와이너리였던지라, 농사를 전혀 모르는 유대인들에게 포도 농사를 권한 것이다. 결국 초기 포도밭들은 다 망하고 로스칠드는 노발대발해서 귀인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기 힘으로 좀 살라고 성경 말씀(시 146:3)까지 인용하며 닦달한다.  

 

로스칠드가 살았으면 대단히 칭찬했을 와이너리 티슈비. 로스칠드 이름(벤자민)으로 불리는 모샤바 비냐미나에 자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프랑스 로스칠드 와이너리 하청업체로 전전긍긍했는데, 1980년대 드디어 자체 브랜드로 탄생했고 현재 최고의 코셔 와인으로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티슈비는 우리말로 디셉이다. 엘리야 선지자가 길르앗에 거주하는 디셉 사람 TISHBITE다. 그래서 디셉이 어디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אֵלִיָּהוּ הַתִּשְׁבִּי מִתֹּשָׁבֵי גִלְעָד 엘리야가 디셉 출신 즉 외지인으로 길르앗으로 이주해서 나그네로 산다는 건지, 디셉이 길르앗에 속한 동네인지 애매하다. 또 엘리야가 디셉 출신이라는 게 디셉에서 태어났다는 건지, 디셉에 거주만 했는지도 확정할 수 없다. 

천정 없이 포도 나무 잎과 줄기로 햇빛을 가리고 있다. 

겨울에 비오면 어쩌나, 그때는 천정 있는 공간을 사용한다. 

낭만이고 뭐고 한여름에 저기 앉아 있기는 너무 덥다. 왜 저녁에 못 갔냐면 샤밧이라 문을 닫기 때문이다. 더워서 찬 음료를 찾았더니 리즐링 와인을 준다. 저날 카슈카발 치즈를 덮은 샤크슈카를 시켰는데, 워낙 양념이 세서 평소라면 리즐링 와인이 맞긴 하다. 하지만 와인은 에어컨 잘 돌아가는 곳에서 마시게 되어 있는 음료다. 아이스커피가 도움이 될까 했는데, 이스라엘은 카페 카르, 찬 커피가 나온다. 찬 우유는 가라앉고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식히느라 얼음을 넣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미지근하다. 아아가 왜 안 될까. 에스프레소를 찬물로 희석하는 걸 용납하지 않는다. 결국 카페 하푸흐, 이스라엘 카푸치노를 시켜 이열치열로 다스렸다.  

티슈비 샐러드다. 과일이 들어 있어 달다.  

기름을 실수로 쏟은 건 아니겠지. 카슈카발 치즈는 불가리아, 세르비아, 루마니아 같은 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데, 이스라엘에서도 요즘 대단한 인기다. 그냥 먹어도 쫀득하고 살 많이 찌는 맛이다.  

이걸 보고 놀라지 않는 사람은 술에 관심이 없는 거다. 나도 그런 쪽이지만, 억지로 공부를 했다. Alembic still이라고 불리는 티슈비의 유명한 브랜디 증류 장치다. 1912년 Copper와 brass로 제작됐다. al로 시작되는 단어는 대개 아랍어인데, al+ambix, 암빅스가 헬라어로 비이커다. 술도 안 마시는 무슬림들이 증류 장치에 관심을 가진 것은 그들의 검은 오일을 정제하기 위해서였다. 무슬림의 과학 기술을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그들이 아니었어도 증류주는 어떻게서든 발전했을 것이다. 도수 높은 술에 대한 인간의 관심은 불가항력이니까. 마오타이주를 진나라 시절에 만든 중국 같은 나라는 그 비법을 숨기려 했던 건 아닐까. 자기들만 알고 있으려고? 아무튼 중국인들이 여기 방문하는 걸 좋아해서, 술 공부를 좀 해야 한단다.       

가까운 지흐론 야아콥에 예술가들의 공예샵이 많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뉴스를 좋아하고 정치에 민감하고 와인 고르는 데 까다롭다. 장담하건대 나파나 토스카나보다 이스라엘에 와인 전문가가 더 많을 거다. 허영기 없는 박식함의 본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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