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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이스라엘 아침 식사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으라는 표현은 랍비이자 의사였던 람밤רמב״ם이 한 말이다. 요즘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자신을 위해 아침을 먹고, 친구와 나눠서 점심을 먹고, 적에게 저녁을 주어라. 이러니저러니 아침 식사가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식사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금과옥조인지라, 아침마다 새로 한 현미밥에 국 끓이고 고기 한 점이라도 먹어야 사람 같이 먹고사는 거라고 믿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 그런 아침 상을 본인이 차리지 않으니까 하는 말이겠지만. 이스라엘에서 자각하게 된 건데, 한국 사람은 정말 밥을 많이 먹는다. 한국 남성 인구의 40퍼센트 이상이 비만이라는데, 그럴 만하다. 한국 사람의 하루 세 끼는 과한 양이다. 람밤이 아침을 왕처럼 먹으라고 한 것은.. 더보기
창마이, 이스라엘 중국 식당 나의 근면함과 성실함에 크게 덕을 본 이스라엘 친구가 밥을 사기로 했다. 뭘 좋아하는지 식성까지 알 사이는 아닌데 나를 중국 식당 창마이로 데려갔다. 나는 처음 오는 척했다. 메뉴판 보고 피차 놀랐다. 소름끼치게 비쌌다. 코로나 기간 배달음식 붐에 힘입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중이라나 보다. 나는 외국인 노동자 주제에 먹는 게 꽤 까다롭고 돈을 아끼는 편도 아니다. 레스토랑 투어가 낙인 사람이다. 풀 코스로 인당 200세켈이 넘는다. 어쩔래, 나갈까? 동공이 흔들리던 친구는 결국 근처에 계시던 아버지를 불렀다. 시원하게 긁어주고 가셨다. 내가 그 친구의 일종의 학자로서 커리어를 구했다는 걸 아시는 아버지는 날 보고 어정쩡하게 웃으셨다. 네, 중국 식당은 싸지 않습니다. 우타이산이나 황산 같은 데 어울릴 불상.. 더보기
이스라엘 치즈 만들기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서 치즈는 수입에 의존한다. 이스라엘의 식문화는 이미 유럽화되어 치즈는 매 끼니 소비되는데 이 좁은 땅에서 소 키우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치즈값이 견딜 수 없게 오르고 있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가장 싼 치즈가 쯔파티트인데 100그램에 16세켈이다. 우리 돈 6천 원을 한 끼 샐러드에 날마다 쓰는 게 쉽지 않다. 쯔파티트보다 고급진 페타나 불가리아 치즈는 엄두도 못낸다.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치즈를 들여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이 품목들에 대한 관세가 상당히 높다는 건데, 농산부가 관세 인하를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투표권이 있는 이스라엘 농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 있다. 모든 사안이 그렇지만 이익집단은 소수이다. 그들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더 .. 더보기
키멜, 길보아 이스라엘 TV는 요리 프로그램을 셀 수 없이 많이 만드는 걸로 유명하다. 최근에 가장 빈번히 등장하는 쉐프 중 한 명이 Shaul Ben Aderet이다. 주로 현장에 가서 요리를 하는데, 유격 훈련중인 군인들을 찾아가 든든한 요리를 해주거나, 알러지 환자들을 위해서 무공해 샐러드를 제공하는 식이다. 쉐프 유니폼에 이스라엘 국기를 박아 요리를 통해 이스라엘을 대표한다는 자부심과 의무감을 표출하곤 한다. 사업 수완도 훌륭하다. 길보아 산자락에 있는 레스토랑 '키멜'을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Top 10에 들어가리라 본다. 경치가 좋은 곳이라 연회석도 갖추고 있는데,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자본력이 아니다. 이즈르엘 평야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하루종일 보고 있어도 안 질리는 풍경이다. 식당의 이름 키멜은.. 더보기
이스라엘 체르케스 음식 체르케스 사람circassian은 러시아어로 캅카스라고 부르는 곳에 살았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러시아 남쪽이자 조지아의 북쪽이고 체첸 서쪽이다. 주변 나라 모두 체르케스의 존재에 시련을 안겨주었다. 체르케스 사람은 자신을 아디게, 즉 신실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아디게 언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는다. 캅카스에서 가장 오랫동안 러시아에 대항한 민족이 체르케스였다. 러시아의 침략이 시작된 1763년부터 전쟁이 마무리되는 1864년까지 101년 전쟁을 치렀는데, 이 기간 러시아 군대에 희생된 체르케스 사람이 150만 명으로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이다. 체르케스 제노사이드로 불린다. 현재 이 지역은 아디게야 공화국이 세워졌고 러시아에 편입된 상태이다. 러시아가 이들의 독립을 막는 이유는 이.. 더보기
이스라엘 하누카 음식 올해 하누카는 12월 19일부터 8일간이다. 아직 6주나 남았지만 수퍼에는 벌써 수프가니야 도넛이 등장했다. 이스라엘도 겨울은 춥다. 영하 수준은 아니지만 만만하게 보다가 부실한 대비로 감기 걸리기는 더 쉬운 추위이다. 한국인은 추운 날 뜨끈한 걸 먹고 싶은 법인데 이 나라는 뜨거운 국물 먹는 문화가 아니다. 그래서 기름을 덥혀서 볶고 튀기나 보다. 1. 수프가니야, 도넛 미쉬나에도 등장하는 '수프간'이라는 단어에 작고 사소한 물건에 붙이는 접사 ya를 붙였다. 이런 어휘 창조 작업은 19세기 다비드 옐린이 했다. 수프간은 '마짜 와퍼'라고도 하는 넓적한 빵인데, 어근이 sponge 즉 흡수하는 것과 관련돼 있다. 당연히 기름을 빨아들이는 것이다. 원래 밀가루를 기름에 튀기면 맛이 없기 어렵다. 동유럽 .. 더보기
크라밈, 샐러드와 파스타 이스라엘에는 전설적인 쉐프가 있는데 에즈라 케뎀이다. 그림같은 에인 케렘에 오가닉 스튜디오를 갖고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스터 코스를 제공한다.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 요리를 만들어 보고 싶지 않은가. 이스라엘 여행 포맷으로 구성하고 싶어 섭외를 해보았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깜짝 놀랐다.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르나 보다.ㅋ 아님 최고의 쉐프와 음식을 만들어 보는 데 의의를 두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건지. 에즈라 케뎀이 레스토랑을 열지 않는 게 그의 스튜디오를 핫하게 만드는 요인일 수도 있다. 에즈라 케뎀과 함께 나란히 떠오르는 인물이 사하르 라파엘이다. 두 사람이 함께 TV 요리 경쟁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면서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군대 제대 후 호텔에서 접시를 닦으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이.. 더보기
앵거스, 텔아비브 텔아비브 도시 한복판에 키카르 기브온, 기브온 광장이 있다. 텔아비브 피아짜라는 별명도 있다. 대도시 광장인 만큼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먹을 것 마실 것이 풍성하다. 주말 밤에는 어휴. 텔아비브 쇼핑몰 TLV와 Sarona 사이에 끼어 있다. 그중에 앵거스Angus가 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냥 앙구스라고 한다. 스코틀랜드 토착 소의 품종으로 19세기에 개발돼(?) 미국으로 옮겨갔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산 앵거스 소고기라고 하는 것 같다. 이스라엘에서 검정 소를 보면 대개 앵거스 소다. 소고기 품종에 따라 맛을 구분할 줄 모르는 내가 여기를 오는 이유는 이 닭 날개 때문이다. 못해도 30조각이 넘을 이 버켓이 68세켈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닭 날개를 안 먹기 때문이다. 물론 소고기 집에서 닭 날개를 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