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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아부 살라흐, 90번 아미아드 교차로 텔 하쪼르에 땅 파러 갔을 때였다. 그때는 고고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땅을 더 파다가는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망쳐 나왔다. 공범이 필요해서 키부츠 사는 친구를 설득해 같이 나왔다. 왜 그런지 키부츠 출신들은 끝까지 배신 안 할 것 같은 신뢰감이 든다. 일단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갔다. 바깥에 식당 이름도 써 있었을 텐데 들어와서야 느꼈다. 아랍 식당이구나. 약간 움찔했다. 아랍 식당은 고기를 시켜야 하는데 그게 비싸다. 보통 때라면 관광객들이 단체 식사를 했을 텐데, 텅텅 비어 있었다. 이때 테러로 어수선할 때였다. 땅 파고 나면 너무너무 소금이 먹고 싶다. 이걸 계속 갖다주셨다. 피타가 왜 작아 보이지? 군시렁 거리고 있는데 말티를 갔다 준다. 안 시켰어요!!! 그냥 마시란다. 최고 .. 더보기
Bindella Osteria & Bar 텔아비브의 삶은 그다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아기자기함은 아니다. 한눈에도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대단치도 않은 인연에 호들갑을 떨며 친밀함을 가장하는 곳이다. 몹시 피곤하고 성가시지만 그런 삶을 갈망하는 친구가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어디라도 데리고 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내가 무려 쉐프와 레스토랑의 평점을 조사해 고른 곳이다. 푸림절 축제로 어디를 가도 산만한 날, 모처럼 떨쳐입고 외출했지만 흉내만 냈을 뿐 충만함과는 거리가 먼 하루였다. 텔아비브는 내게 그런 곳이다. 내 기억에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리 푸림 때 어디 갔었지? 도무지 레스토랑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궁리 끝에 전화까지 해보았다. 내가 예약을 했으니까! 네? 어디라고요? 자신들이 뭐하는 곳이라고 말해주는 기계 음을 서너 .. 더보기
길보아, 하바트 하타블리님 길보아에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가리고 싶지 않은 레스토랑이 두 군데 있다. 그래도 먼저 전화하게 되는 곳은 여기다. 타블린, 향신료들의 농장이란 뜻이다. 레스토랑 정원에 향신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허브들이 자라고 있다. 몰래 뜯다가 걸릴까 봐 보고만 있으면, 주방에서 일하는 스탭이 툭 뜯어주고 간다. chic하다. 이런 전망이다. 날이 더워도 실외 테라스에 앉아 있으면 평안해진다. 메뉴는 자주 바뀌는 편이다. 철에 따라 재료를 쓰기도 하고, 코로나 때문에 테이크아웃 정책을 오래 하다 보니 변하기도 했다. 그 전에 어머나, 하던 맛은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길보아의 자랑이긴 하다. 더보기
Tishreen, 나사렛 나사렛은 공연히 가기는 어려운 도시다. 이스라엘 도시인데도 웨스트뱅크에 있는 베들레헴만큼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가 있으니 차를 갖고 가게 되는데 주차를 하기도, 주차장을 찾기도, 참 불편하다. 크리스천 친구들을 만나면 꼭 한탄한다. 왜 나사렛의 접근성은 나아지지 않을까. 한참 투덜대다 푹 터진다. 선지자가 고향에서 대접을 못 받는 법이기 때문이다(마 13). 이 도시는 여전히 인재 볼 줄을 모른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부근에 꼭 한 번씩 가는데, 저렇게 장식도 해놓고 아기자기하다.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아랍 도시인데도 스페셀 와인을 대접하겠다는 저 패기 보라. 티슈린은 10이라는 뜻인데, 보통 아랍권에서 말하는 10은 10월을 말하고, 10월은 욤키푸르 전쟁이고, 욤 키푸르 때 당했던 걸 잊지 않겠.. 더보기
Zozobra, 헤르쩰리아 이스라엘 레스토랑은 문화다. 정교한 비평이 필요한 분야다. 그래서 칼럼도 많이 나온다. 조조브라는 그런 심리를 자극하는 곳이라, 여러 번 매체에서 다뤘다. 일단 이름, 매년 산타페에서 벌어지는 화형의식의 인형, 일명 늙은이가 조조브라이다. 마음속의 우울과 불안을 가져다 태우는 축제이다. 그래서 이 식당은 파격적인 컨셉이다. 이런 구조다. 돈 많이 버는 매니저 얼굴 나와도 된다. 벤치처럼 등받이도 없는 의자에 테이블 구별 없이 모르는 사람과 나란히 앉는다. 점심 시간에 여기가 꽉 차는데, 시장통이다. 파격 컨셉 좋다치고 왜 이렇게 폭력적이지, 손님에게? 오픈 주방은 대부분 아시아계 스탭들이 일한다. 조조브라가 체인점인데 텔아비브와 크파르사바도 아시아계를 주방에 고용하는지는 모르겠다. 불편하냐고? 글쎄, 정.. 더보기
Coffe Bar, Tel Aviv 텔아비브는 독특한 도시다. 거주민의 평균 연령이 상당히 낮고, 대부분 독신이며, 레스토랑은 엄청나게 비싸다. 그래도 친구들을 만날 때는 텔아비브에 갈 수밖에 없다. 텔아비브 레스토랑의 자신감, 간판 필요없다. 전체 레스토랑의 절반이 이 정도다. 텔아비브에서 성공한 쉐프들은 대개 사업가로 변신하는데, 다양한 테마를 가진 레스토랑으로 확장해 가는 거다. 이곳만 해도 이스라엘 TV를 틀기만 하면 등장하는 여자 쉐프가 연 네 식당 중 하나다. 요리로 먹을 수 있는 동물은 다 시킨 것 같다. 아니지, 새우는 유대인은 안 먹고 나만 먹는다. 다 칵테일이니 와인이니 시키지만 나는 그린티를 마신다. 아, 중국인이세요? 귀찮아서 가만히 있는다. 주요 메뉴판 자체가 날마다 프린트되는 종이 한 장이다. 저기, 환경 보호를 .. 더보기
Reshta, Ein Rafa 벤구리온 국제공항에 내려 예루살렘으로 가려면 1번 고속도로를 달려야 한다. 유다 산지가 시작되는 골짜기 문(שער הגיא)을 지나면 꽤 큰 규모의 아랍인 마을이 있다. 한쪽은 아부 고쉬이고 다른 한쪽은 아인 라파다. 아인 라파는 치료의 샘이라는 뜻이다. 근처에 십자군 성채가 세워진 에인 헤메드, Aqua Bella가 있다. 프랑스 십자군들이 요양할 곳을 찾아 이곳에 정착한 듯하다. 예루살렘 근교에 남아 있는 아랍 도시는 1948년 당시 이스라엘에 협력했던 곳이다. 이들은 대개 외지(체르케심) 출신으로, 원래도 이곳 아랍인들에게 경멸의 대상이었기에 잃을 게 없었던 것이다. 다른 지역 무슬림은 이들과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지역이 살아남으려면 유대인과 협력해야 한다. 아부 고쉬는 이스라엘 최고의 호무.. 더보기
Shawatina, Haifa 1185년 프랑스의 십자군 Berthold of Calabria가 칼멜 산에 은둔 수도원을 세운다. 이스라엘 땅에서 탄생한 유일한 유럽 수도회 Order of the Carmelites의 시작이다. 칼멜 산은 엘리야 선지자(열왕기상 18장)와 관련된 장소로 가나안의 다신교에 종말을 고하고 여호와주의, 단신교를 확립한 사건이다. 그래서 기독교는 물론 유대교와 이슬람교도 엘리야 선지자를 중시한다. 1799년 이집트에서 깨지고 팔레스틴을 침략한 나폴레옹은 결국 얻은 것 없이 돌아가기 전 이곳에 들러 희생된 군인들을 추모하는 비를 세웠다. 그러나 스텔라 마리스 칼멜 수도회까지 돌아가는 이유는 신앙심 때문이 아니다. 그 앞에 있는 샤와티나 레스토랑 때문이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허락한 유익이라면, 넉넉한 공간? 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