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staurant

세게브, 신발 디저트 쉐프 모세 세게브는 키가 훤칠한 친화력 좋은 쉐프다. 시장에 임시 레스토랑을 만들고 그날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즉석에서 요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히트를 쳤다. 있는 재료로 창의적인 맛을 이끌어내는 그의 요리법도 여러 책으로 소개됐다. 이런 유명세는 다 그의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체인점에 도움이 되었다. 2015년 이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 세게브는 이스라엘 10대 쉐프 명단에 들어갔다. 이스라엘 총리의 개인 쉐프가 됐다는 것부터가 초심과는 멀어진 증거가 아닐까. 창의력을 지나치게 발휘했는지 일본 총리 아베 신조를 위한 디저트를 이런 모양으로 냈다. 부인 입김이라는 말이 돌았다. 세게브의 아내 산드라 링글러의 직업이 스타일리스트이다. 세게브의 레스토랑, 주방기구 사업, 요리책, 신메뉴 디자인에 참여한다.. 더보기
튤립, 텔아비브 이스라엘은 나름 다국적 퀴진을 자랑한다. 이민자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동유럽 가운데 은근히 음식 부심 있는 나라가 헝가리이다. 우리와, 정확히 말하면 몽골과 인연이 있는 이 나라는 묘하게 친밀감을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일단 음식이 입에 딱 맞는다. 예루살렘에는 헝가리 빵집이 있고(지금은 닫았고) 텔아비브에는 레스토랑이 있다. 식당 이름은 튤립이다. 아무 생각없이 튤립이 헝가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물어봤다. 헝가리 민속의 핵심 모티브가 튤립이란다. 튤립은 네덜란드인 줄 알았지. 텔아비브 아슈케나짐 상당수가 헝가리 출신이라 식당에서 헝가리 말 하는 분들이 꽤 많았다. 두브데바님, 앵두로 만든 국이다. 메기레베쉬라고 한다. 헝가리는 지금도 가로수들이 앵두다. 국이 뜨거워야 한다고 믿는 사람은 싫어하는 달고 차갑.. 더보기
이디, 아슈돗 유대교는 코셔라는 강력한 통제법이 있다. 아무 것이나 먹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레위기 같은 성경에는 먹어도 되는,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길짐승, 날짐승, 물고기, 곤충 순으로 길게 나열돼 있다. 랍비들은 그걸 토대로 현대 새로운 먹거리로 도출된 종에 대한 해석을 내린다. 다른 건 별로 상관이 없다. 해산물이 문제다. 아마도 이들이 해산물을 꺼린 이유는 해안가에서 내륙 산지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부패하기 쉬웠기 때문일 것이다. 고대 사회에서 집단 식중독은 대단히 위험한 질병이었다. 종교적으로는 해산물이 블레셋 영토에서 나는 것과 관련돼 있었을 것이다. 음식은 문화의 척도이고, 여기 넘어가면 답도 없으니까. IDI, 아슈돗 항구 옆에 있는 생선과 해산물 레스토랑이다. 메인 요리를 시키면 따라 나오는 것들.. 더보기
메종 카이저, 나말 텔아비브 코로나로 정신 없을 때 나말 텔아비브에 빵집이 문을 열었다. 그런가보다 했다. 상황이 좀 나아져서 갔다가 놀랐다. 메종 카이저였던 것이다. 파리의 그 유명한 크루아상 챔피언 에릭 카이저의 블랑제리다. 이스라엘은 이제 전 유럽이 노리는 요식업의 타겟이 되었다. 먹는 유행이 빠르고 소득이 높으니 그럴 수도 있다. 현지 스탭들은 코로나 때문에 파리로 가서 교육을 받는 대신, 스카이프나 줌으로 바게뜨와 크루아상 특별 레시피를 배웠단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다고 느낀 바게뜨가 파리의 메종 카이저였는데 여긴 그 정도는 아니다. 일단 줄이 너무 길고 사람이 너무 많다.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로스칠드 거리에 더 큰 규모로 지점을 냈다. 그 정도는 아닌데. 접시를 안 쓰는 건 좋은데, 대신 종이백을 많이 사용한다. 쓰레.. 더보기
창마이, 지흐론 야아콥 무심코 창매라고 읽다가 그럴 리가 매창이겠지 했다. 하지만 이 식당은 충분히 로컬화된 모양이다. Chiang Mai 식당이다(태국의 치앙마이와는 창字가 다르다). 번성하고 전진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식당 주인은 볼 수가 없었다. 여덟 마리 준마의 그림(팔준전도) 앞에서 왜 저게 여덟 마리인지 열심히 셌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듯 쳐다본다. 昌龍騰雲盖五嶽 창룡등운개오악 邁猊奔月鎮四海 매예분월진사해 아마 중국도 고전 연구는 디아스포라 중국인에 의지할 날이 올 것이다. 이스라엘에 대만, 홍콩에서 온 이민자가 좀 있다. 달랑 한 개? 비싸고 양이 적고 서비스 나쁘다는 평이 꽤 있다. 중국 음식은 왜 싸고 양이 많아야 할까. 나는 서비스에도 크게 하자를 못 느꼈는데. 이스라엘 사람들은 웨.. 더보기
Jaffa, 노인과 바다 (하자켄 베하얌) 어선의 그물은 전 세계 어디서나 쓸쓸하다. 바다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그 이유는 모르겠다. 텔아비브 남쪽에 있는 천연항구 자파는 요일별로 색깔이 달라지는 도시다. 금요일 저녁은 아랍 항구, 토요일 저녁은 유대 항구가 된다. 요즘 사람들은 공존의 의미를 무관심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점점 영역을 나누고 있다. 전에 자파의 활기는 그런 게 아니었는데. 어선보다 보트가 많아지는 것도 자파의 변화 중 하나다. 바다가 있는 나라에서 보트를 장만한다는 건 새로운 특권이다. 그래도 자파에는 여전히 진한 삶이 있다. 자파 항구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레스토랑의 이름은 '노인과 바다' ㅋㅋ 주메뉴를 시키면 저 많은 샐러드가 따라 나온다. 거의 안 먹는데 그래도 생각난다. 새우와 오징어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이스라엘에도 .. 더보기
아부 살라흐, 90번 아미아드 교차로 텔 하쪼르에 땅 파러 갔을 때였다. 그때는 고고학을 이해할 수 없었다. 땅을 더 파다가는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도망쳐 나왔다. 공범이 필요해서 키부츠 사는 친구를 설득해 같이 나왔다. 왜 그런지 키부츠 출신들은 끝까지 배신 안 할 것 같은 신뢰감이 든다. 일단 밥을 먹기로 하고 식당에 들어갔다. 바깥에 식당 이름도 써 있었을 텐데 들어와서야 느꼈다. 아랍 식당이구나. 약간 움찔했다. 아랍 식당은 고기를 시켜야 하는데 그게 비싸다. 보통 때라면 관광객들이 단체 식사를 했을 텐데, 텅텅 비어 있었다. 이때 테러로 어수선할 때였다. 땅 파고 나면 너무너무 소금이 먹고 싶다. 이걸 계속 갖다주셨다. 피타가 왜 작아 보이지? 군시렁 거리고 있는데 말티를 갔다 준다. 안 시켰어요!!! 그냥 마시란다. 최고 .. 더보기
Bindella Osteria & Bar 텔아비브의 삶은 그다지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아기자기함은 아니다. 한눈에도 외로워 보이는 사람들이 대단치도 않은 인연에 호들갑을 떨며 친밀함을 가장하는 곳이다. 몹시 피곤하고 성가시지만 그런 삶을 갈망하는 친구가 불행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어디라도 데리고 가고 싶어진다. 그래서 내가 무려 쉐프와 레스토랑의 평점을 조사해 고른 곳이다. 푸림절 축제로 어디를 가도 산만한 날, 모처럼 떨쳐입고 외출했지만 흉내만 냈을 뿐 충만함과는 거리가 먼 하루였다. 텔아비브는 내게 그런 곳이다. 내 기억에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리 푸림 때 어디 갔었지? 도무지 레스토랑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 궁리 끝에 전화까지 해보았다. 내가 예약을 했으니까! 네? 어디라고요? 자신들이 뭐하는 곳이라고 말해주는 기계 음을 서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