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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트몰 쉴숌, 예루살렘의 랜드마크

 

예루살렘 성벽 바깥에 19세기 후반 세워진 최초의 유대인 마을 중 하나가 '나할랏 쉬바'이다. 일곱 명이 모여 부동산 투자를 했다는 정도의 뜻이다. 이들 일곱 명은 유대인의 알리야를 이끈 건국 신화급 인물들이다. 그중 한 명이 요엘 모셰 살로몬이다. 가수 아릭 아인슈타인의 노래 "요엘 모셰 살로몬의 발라드" 주인공이다. 1878년 모샤브의 어머니 페타흐 티크바의 건설과정을 담은 노래이다.  

 

 노래 "요엘 모셰 살로몬의 발라드"의 한 구절을 표현한 동상, 페타흐 티크바 시청 광장에 있다.  

 

예루살렘 나하랏 쉬바에는 요엘 모셰 살로몬 거리가 있는데, 그 거리에 1994년 트몰 쉴숌이라는 북카페가 문을 열었다. "트몰 쉴숌"은 샤이 아그논의 책 제목으로, 1966년 히브리어에 노벨 문학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19세기 후반 에레츠이스라엘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트몰 쉴숌의 주인 다비드 에를리히는 예루살렘 문학인들에게 유명한 패트론이다. 1994년 트몰 쉴숌이 문을 열 때 예루살렘 시인 Yehuda Amichai가 자신의 시를 낭독했고, Amos Oz, Aharon Appelfeld, David Grossman, Etgar Keret가 자주 찾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이면 독서회와 저자와의 만남이 열렸다. 또 수많은 청춘들의 만남의 광장인지라 유명한 러브 스토리도 탄생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모아 "트몰 쉴숌의 사랑 이야기"라는 책이 나왔을 정도다.  

 

코로나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2020년 3월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다비드 에를리히가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겨우 61세였다. 이 시기 파산 위기에 몰린 수많은 자영업자들처럼 트몰 쉴숌도 위기를 맞았고, 인티파다 때도 트몰 쉴숌 문을 닫지 않았던 에를리히는 이를 지키느라 너무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파트너이자 일생의 사랑인 다니 골드베르그는 에를리히의 장례식에서 트몰 쉴숌만은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결심한다. 슬픔은 희망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공간이 사라진다는 건 상상도 하기 어렵다. 저 구석에 예후다 아미하이가 앉아 시를 쓰던 암체어가 놓여 있다. 아모스 오즈는 건강이 악화되기 전까지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았다. 다비드 그로스만의 실물을 확실히 볼 수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트몰 쉴숌의 폐업 위기가 전해지고 나서 예후다 아미하이 유가족과 문인들을 중심으로 크라우드 펀드가 시작됐다. 코로나를 버텨낼 수 있도록, 에를리히가 꾸었던 꿈을 지속할 수 있도록 수천 명이 참여했다. 

 

만약 에를리히가 단순히 이곳에서 사업만 했다면 그는 백만장자가 됐을 것이다. 그는 히브리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고, 문인들이 자기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믿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대로 트몰 쉴숌은 코로나를 이겨냈고, 다시 번성하기 시작했으며, 이곳을 새로이 찾는 사람들에게 전설이 되어가고 있다. 

  

요리 이름이 바아다트 키슈 - 애호박 위원회다ㅋ. 히브리어에 바아다트 키슈트, 교실의 장식을 책임지는 위원회가 있다. 워드 플레이로 바아다트 키슈를 쓴 것이다. 구운 애호박에 아몬드와 페타 치즈를 올렸다. 

 

 이스라엘에서 접할 수 있는 호박 종들이다. 그래서 '키슈 위원회'가 될 만하다. 

 

원래 버터와 파마산 치즈가 잔뜩 녹아든 퓌레가 깔려야 하는데 이날 퓌레가 일찍 떨어졌단다. 여기 전기 시설이 좋지 않아 자꾸 정전이 되는 것과 관련이 있을지 모르겠다. 

 

고구마 라비올리. 트몰 쉴숌 쉐프가 이탈리안 요리를 제일 잘한다. 탄수화물 애로만 아니면 피자 파스타만 먹어도 최고다.

 

예루살렘의 자랑, 클래식 샤크슈카. 야채를 볶다가 토마토 소스를 넣고 오래 끓이다가 달걀 두 개를 깨뜨려 익힌다. 펄펄 뜨겁고 매콤한 샤크슈카는 겨울에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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