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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하임 넬로, 텔아비브

루마니아 유대인은 19세기 말 에레츠이스라엘로 이민한 1세대이다. 이스라엘 국가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기여를 했지만, 자신들의 뿌리를 내세우며 과시하는 법이 없다. 물론 루마니아라는 나라가 헝가리나 폴란드처럼 내세울 게 없어서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시나이야 같은 곳을 가 보면 루마니아가 얼마나 아름다운 나라인지, 그 나라를 떠나 이스라엘 같은 나라로 이민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해가 간다. 어쨌든 자기 뿌리를 내세우는 대신 시오니즘에 철저히 동화한 루마니아 유대인들로 인해 이민 국가인 이스라엘은 독특한 정체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음식은 별개의 문제다. 각 도시마다 루마니아 식당이 하나씩은 꼭 있는데, 텔아비브에 60년 역사의 루마니아 식당이 있다. 넬로는 루마니아에서 매우 흔한 이름이다. 헬라어 형태소 nius가 라틴어로 nello가 된다. 안토니우스가 안토넬로, 브루노가 브루넬로, 레온이 리오넬로이다. 히브리어는 다니엘의 변형이기도 하다. 하임과 넬로는 둘 다 이름인데 루마니아 어로 넬로인 주인이 이스라엘로 이민해 하임이란 이름으로 바뀐 듯하다. 이런 걸 물어보고 싶지만 한가한 웨이터가 없어 혼자 짐작하고 말았다.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 건 아니다. 그냥 산타를 내걸었다. 60년 넘은 레스토랑 치고 깨끗한 것만 보인다. 

 

루마니아 음식은 그리스와 러시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지역 출신들과 식사를 하게 되면 한 단어를 세 개의 언어로 접하게 된다. 어쨌든 이스라엘에서는 히브리어로 '이크라'라고 부르는, 빵에 발라먹는 스프레드가 있다. 생선알을 야채와 허브와 양념과 섞어 만든다. 보통은 분홍색인데 넬로의 이크라는 하얗다. 뒷줄 가운데이다. 양 옆에는 가지 스프레드와 간을 갈아 만든 스프레드다. 앞 줄에는 콩 스프레드, 시큼한 파프리카 스프레드, 트히나이다. 6개 소스를 빵과 함께 주는데 80 NIS다. 이것만 먹어도 원래 배가 부르다. 

   

루마니아 음식은 헤비하다. 추운 나라라 그런가, 열량이 어마어마하다. 이건 카슈카발 페나인데 카슈카발 치즈를 슈니첼처럼 튀긴 것이다. 그걸 두 조각이나 준다. 

 

그래도 루마니아 요리의 대표는 소고기로 만든 케밥이다. '미티티'라고 부른다.  

 

궁극의 칼로리, 파파나쉬이다. 튀긴 도넛에 잼을 두르고 생크림을 끼얹었다. 보이는 것만큼 달지는 않다. 점심으로 먹은 건데 이날 밤에 잠을 못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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