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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taurant

이스라엘 체르케스 음식

체르케스 사람circassian은 러시아어로 캅카스라고 부르는 곳에 살았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러시아 남쪽이자 조지아의 북쪽이고 체첸 서쪽이다. 주변 나라 모두 체르케스의 존재에 시련을 안겨주었다. 체르케스 사람은 자신을 아디게, 즉 신실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아디게 언어를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는다. 캅카스에서 가장 오랫동안 러시아에 대항한 민족이 체르케스였다. 러시아의 침략이 시작된 1763년부터 전쟁이 마무리되는 1864년까지 101년 전쟁을 치렀는데, 이 기간 러시아 군대에 희생된 체르케스 사람이 150만 명으로 인구의 80퍼센트 이상이다. 체르케스 제노사이드로 불린다. 현재 이 지역은 아디게야 공화국이 세워졌고 러시아에 편입된 상태이다. 러시아가 이들의 독립을 막는 이유는 이 지역에 천연자원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나라 운명을 위해서는 땅이 척박한 게 나을 수도 있다. 아무튼 체르케스 사람들은 살 길을 찾아 가까운 이슬람 국가 오토만 제국으로 피난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상부 갈릴리 레하니야, 하부 갈릴리 크파르 카마에 공동체를 세웠다.  

 

체르케스의 국기는 푸른 들판에 떠 있는 12개의 금별로 열두 종족을 상징한다. 12별은 활 모양으로 둘렸고 3개의 교차한 화살을 감싸고 있다. 

 

레하니야는 상부 갈릴리에서도 경치가 빼어난 곳에 위치해 있다. 덕분에 맛집들이 꽤 된다. 날치크는 캅카스에 있는 강 이름이다. 체르케스 사람들이 떠나온 조국을 적시는 물줄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어딘가에서 한강이나 섬진강이나 낙동강이란 이름으로 식당을 여는 심정일 것이다.  

 

밀가루 성분을 구워야 한다면 타분-화덕은 필수다. 저게 있는 집을 가면 일단 마음이 놓인다.

 

실내 인테리어는 조촐하다. 그래도 전통을 소중히 여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TV 화면으로 아디게 전통 무용이 계속 나온다. 그 옆에 문 안쪽으로는 이 집 주인이 야심차게 마련한 아디게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날치크의 주인 아저씨는 이스라엘 군대 골라니 출신이다. 체르케스 사람은 이스라엘 시민이기 때문에 당연히 군복무도 의무이다. 이슬람교라는 공통 분모가 체르케스 사람과 아랍인을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나라 사람이 기독교인이라고 유럽인에게 딱히 가까움을 느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들의 역사만큼이나 체르케스 전통 요리도 매우 흥미롭다. 캅카스 산맥에서 말과 염소를 키웠기 때문에 치즈 기술이 발달했다. 이스라엘에서 맛볼 수 있는 치즈 종류 중에 체르케스 치즈는 상위 5위권에 든다. 순전히 내 입맛이다. 

 

이스라엘에 알려진 대표적인 아디게 음식은 할루차이다. 밀가루 반죽 속에 속을 넣고 튀기거나 삶은 것이다. 할루(빵)-추아(튀기거나 삶기). 튀기는 것과 삶는 게 같은 단어가 됐다. 이 음식의 기원이 우리네 만두이기 때문이다. 만두는 튀기거나 삶지 않나. 반죽 속에 감자를 넣었으면 차로크, 소고기를 넣었으면 차브로키락 한다. 할루차는 꽤나 손이 많이 간다는 점에서 단가가 센 것에 수긍하게 된다. 렌틸 콩을 올리브유, 레몬, 향신료와 섞은 요리는 마쥐마크이다. 피타 빵에 찍어 먹는데 콩이기 때문에, 먹고 나면 뱃속에 가스가 차는 부작용이 있다. 극동 아시아처럼 콩을 제대로 다루는 민족이 많지 않다. 

 

아디게 요리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역시 덤플링, 만두다. 마타즈라고 부르지만 할루차의 일종이기도 하다. 삶은 할루차니까. 대체 이걸 어디서 배웠을까. 체르케스란 이름을 지은 이들이 몽골이다. 13세기 캅카스를 지나는 몽골 군대를 번번이 주저앉힌 게 용맹한 아디게 인들이었다. 그래서 체르케스, 즉 길을 자르는 자들이란 이름으로 불렀다. 몽골의 이름 명사는 꽤나 철학적인데 '주먹 쥐고 일어서' 인디언들과 비슷한 면모가 있다. 만두, 마타즈 속에 후무스를 넣었으면 쿨락크, 고기 만두는 쉬쉬 바라크, 만두국은 마타자라고 한다. 만두는 요구르트에 찍어 먹는다.ㅋ 간장을 제대로 소화한 민족도 얼마 되지 않는다. 콩을 베이스로 한 소스이기 때문이다. 

 

열량이 꽤 되기 때문에 날치크에서 식사를 하고 나면 레하니야 동네 구경을 하면 좋다. 모스크가 보이지 않아서 물어보았는데 웃기만 한다. 문화센터가 있어서 그곳에서 모스크 역할을 한다. 

집들이 잘 꾸며져 있다. 

동네 공터도 훌륭하다. 유대인 마을 같기도 하고, 슬라브 마을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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