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in Israel 썸네일형 리스트형 밥카 babka 이디쉬어로 할머니가 '보베'다. '-카'는 애칭으로 붙는 접미어. 우리 할머니가 만든 빵, 정도의 의미다. 할머니가 어디 사시는 분이냐에 따라 케이크의 성분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원조설을 내세우는 폴란드에서 밥카는 스폰지 케이크의 의미이다. 카톨릭 교회의 부활절이 밥카의 D-day이다. 폴란드의 나이 많은 분들한테 밥카 맛을 물어보면 초콜렛이라고 답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내 기억에도 건포도 많이 박힌 단 맛이다. 밥카는 역시 뉴욕이 최고다. 그 뉴욕에서도 최고의 밥카라는 Breads Bakery에는 언제나 한국인이 바글바글하다. 한국인만큼 먹는 데 진심인 사람이 없으니. 브레즈 베이커리 매대를 채우고 있는 빵과 쿠키와 케이크를 이스라엘 사람들도 그대로 먹는다. 주로 아슈케나짐이라고 해야겠지. 건포도 .. 더보기 이스라엘 아이스크림 이스라엘은 인구 천만 명이 안 되고 국방 예산이 어마어마한 나라다. 그래서 자잘한 제조업은 대략 수입에 의존한다. 특히 먹는 것은 유럽 브랜드가 거의 다 석권한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일일이 만들고 있겠나. 그런데 유제품을 베이스로 한 아이스크림 시장은 전쟁이다. 여기가 명색이 젖과 꿀이 흐르는 나라인데, 네슬레와 유니레버가 흐르게 둘 수는 없지 않나. 뭘 모를 때는 익숙한 네슬레 익스트림이나 유니레버 매그넘만 먹었다. 좀 텁텁해지면 상큼한 과일향의 아이스팝을 찾았다. 아이스팝은 유니레버가 더 낫다. 네슬레의 계열사 Froneri는 오레오, 밀카 같이 헤비한 데 치중한다. 1935년 르호봇이 자리잡은 펠드만 부부가 만들기 시작한 아이스크림. 싸고 품질이 낮다는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욜로라는 이름의 고급.. 더보기 골란 체리 축제 6월은 체리, 특히 앵두의 계절이다. 아니, 계절이었다. 우리 돈 만원 정도면 질릴 정도로 먹을 수 있었다. 2015년 정도까지는. 언제부턴가 여름이 돼도 체리를 볼 수가 없다. 어쩌다 하루 과일 시장에 체리가 깔리는 날이 있긴 한데, 소름 돋게 비싸다. 1킬로 60세켈? 원하는 만큼 사려면 우리 돈 10만원에 육박한다. 왜 체리가 이렇게 비싼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아서 뉴스도 많이 나왔다. 왜긴, 이 나라 유통 체계의 모순 때문이다. 체리는 차가운 지방에서 열린다. 헝가리 같은 동유럽 국가들의 가로수다. 이스라엘처럼 더운 나라에서는 북쪽 골란고원에서 자란다. 헤브론 근처 유대인 정착지에도 체리 농장이 있긴 한데 맛은 신통치않다. 암튼 골란고원에서 중부지방까지 화물로 실어 보내자면 비용이 든다. 이스라엘 .. 더보기 이스라엘 헤어 살롱 이스라엘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미용실에 한 번 가봤다. 머리 기장만 줄이는 간단한 작업에 에얄이라는 이름의 남자 미용사는 90세켈, 우리 돈 25,000원을 요구했다. 그럴 수도 있는데, 이 미용사는 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딱 12번 가위질을 했다. 빗질만 오래 했지 가위질은 다 합해도 5분쯤? 이게 다냐고 묻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헤어설롱은 바버샵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예약이 필수인 고급 헤어 살롱에 친구 따라 가본 적은 있다. 머리 염색에 한 시간 걸렸다. 매번 색깔을 바꾸긴 하지만 금발을 훨씬 선호한다. 또 최근 이스라엘 여성 사이에는 직모가 유행이다. 우리가 스트레이트 파마라고 부르는 게 히브리어로 החלקת שיער 머리카락 부드럽게 하기이다. 빙판 위를 미끄러진다 할 때 쓰는 단어이다... 더보기 초롱꽃 파아모니트 פעמונית 작은 종이라는 이름의 꽃이다. 라틴어 학명은 Campanula이다. campan이 bell이니까. 이스라엘의 요즘 트렌드가 꽃과 와인이다. 잘 모르면 대화에 끼기 어렵다. 명절에는 가사노동에 지친 Jewish mom들에게 꽃 선물을 많이 하기 때문에, 화훼에 가서 여러 단을 사다가 선물용 다발을 만들었다. 요리도 해보고, 다른 선물도 사보았지만, 꽃만한 게 없다. 이스라엘 화훼시장이 성장하면서 못 보던 꽃들이 많다. 내 취향은 아니지만 잘 나가는 꽃들을 추천 받았다. 어쩜 이렇게 생겼니 물어보고 싶은 꽃이 캄파눌라, 초롱꽃이었다. 줄기 하나에 줄줄이 종처럼 작은 봉우리들이 달렸는데 며칠 만에 일제히 피어난다. 일주일을 거뜬히 버틴다. 캄파눌라에 워낙 다양한 종이 있지만, 우리나라.. 더보기 테러 희생자 장례식을 보며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인간에게 죽음이 친밀한 것이라면, 아마 이 세상에서 종교가 융성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연로한 부모님의 부고들로 지인들과 안부를 대신하는 나이가 되어 보니, 사망의 권세가 이렇게 크구나 실감이 된다. 그조차 젊은이의 황망한 돌연사에 비하면 덜 참혹하다. 세상은 불행한 사건으로 가득하므로, 이 안타까운 고통이 끝이라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이 삶이 비루하게 느껴지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이스라엘에 사는 동안 여러 번 지인의 죽음을 겪었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유가족들의 고통을 목격했다. 수를 누리시다 연로하여 돌아가신 분들의 장례는 당연히 홀가분하다. 우리로 치면 상주겪인 분이, 고인의 무덤 앞에서 준비된 조문을 읉조리는 나한테, 뭐 어때 어차피 듣지.. 더보기 길을 걷다 내가 사는 도시는 오렌지의 도시다. 출발부터 오렌지 밭이었다. 그 과수원은 지금은 부동산 개발의 요지로 변했고, 도시의 상징인 오렌지는 가로수로 변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냄새 땜에 멈춰 서서 두리번거렸다. 라일락으로 알고 있는 진한 향이었다. 그러다 알았다. 오렌지 나무에 꽃이 핀다는 것을. 이스라엘 봄철에 자스민 말고도 흰꽃이 피는 줄 처음 알았다. 같은 나무에서 자라난 잎사귀들이 모두 똑같은 색깔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건 빛의 효과라고 이과 출신 친구가 말했다. 아니야, 종이 다양하니까 색깔도 다른 거지. 같은 나무에서 열렸는데? 할 말이 없지만 쨌든 이 다양한 색감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길에 있는 오렌지 나무에서 꽃을 따면 안 되지만, 자기 집 정원에 오렌지 나무를 기르는 사람은 적지.. 더보기 이스라엘 봄꽃 이스라엘 봄은 연두다. 좀 더 쨍한 노란색이면 좋을 텐데. 기분 탓일지 몰라도 대개 저런 덤불 곁으로 다가가 보면 쓰레기가 발견된다. 쓰레기 버려도 죄책감이 덜 드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저 노란 꽃이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겨자, 하르달이다. 예수님은 천국이 겨자씨 한 알과 같다고 하셨다. 씨는 원래 작지만 나무처럼 자라서 공중의 새들이 깃들기 때문이다. 자, 이제 새들이 머물고 있는 겨자 좀 봅시다?? 그런 건 없다. 비유의 특징은 과장에 있다. 가까이서 보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데이지 (compositae)나 민들레 (crepis) 계열도 노란 색이 많다. 갈릴리와 골란고원 고유의 데이지인 니사니트ניסנית이다. 가자 근처에 니사니트란 이름의 유대인 마을이 있어 가보니, 그 마을 이미..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