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life in Israel 썸네일형 리스트형 길을 걷다 내가 사는 도시는 오렌지의 도시다. 출발부터 오렌지 밭이었다. 그 과수원은 지금은 부동산 개발의 요지로 변했고, 도시의 상징인 오렌지는 가로수로 변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냄새 땜에 멈춰 서서 두리번거렸다. 라일락으로 알고 있는 진한 향이었다. 그러다 알았다. 오렌지 나무에 꽃이 핀다는 것을. 이스라엘 봄철에 자스민 말고도 흰꽃이 피는 줄 처음 알았다. 같은 나무에서 자라난 잎사귀들이 모두 똑같은 색깔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건 빛의 효과라고 이과 출신 친구가 말했다. 아니야, 종이 다양하니까 색깔도 다른 거지. 같은 나무에서 열렸는데? 할 말이 없지만 쨌든 이 다양한 색감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길에 있는 오렌지 나무에서 꽃을 따면 안 되지만, 자기 집 정원에 오렌지 나무를 기르는 사람은 적지.. 더보기 이스라엘 봄꽃 이스라엘 봄은 연두다. 좀 더 쨍한 노란색이면 좋을 텐데. 기분 탓일지 몰라도 대개 저런 덤불 곁으로 다가가 보면 쓰레기가 발견된다. 쓰레기 버려도 죄책감이 덜 드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저 노란 꽃이 예수님이 비유로 말씀하신 겨자, 하르달이다. 예수님은 천국이 겨자씨 한 알과 같다고 하셨다. 씨는 원래 작지만 나무처럼 자라서 공중의 새들이 깃들기 때문이다. 자, 이제 새들이 머물고 있는 겨자 좀 봅시다?? 그런 건 없다. 비유의 특징은 과장에 있다. 가까이서 보면 예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데이지 (compositae)나 민들레 (crepis) 계열도 노란 색이 많다. 갈릴리와 골란고원 고유의 데이지인 니사니트ניסנית이다. 가자 근처에 니사니트란 이름의 유대인 마을이 있어 가보니, 그 마을 이미.. 더보기 그래도 이스라엘에 사는 이유 이스라엘 미디어는 정기적으로 저런 제목으로 여론조사를 한다. "이스라엘에서 살고 있는 O가지 이유"라는 제목도 심심치않게 발견된다. 이들에게는 '국가' 역시 선택 사항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국적이 인정되지 않는 우리나라로서는 낯선 정서이다. 이 문제 많은 나라에서 아직도 살고 있는 데 대해 진지한 견해를 펼치는 사람도 있지만, 재기 넘치는 펀치라인도 적지 않다. 1. Soup Nuts (שקדי מרק) 직역하면 스프에 들어가는 아몬드이다. 히브리어와 상관 없는 미국에서는 Mandlah라는 용어가 알려져 있다. 뉴욕 같은 유대인 코셔 식당 많은 곳에서 흔하고, 유대인 캐릭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언급된다. mandel이 독일어로 아몬드라는 뜻이다. 이디쉬를 사용하는 유대인들이 미국에 가서 퍼트린.. 더보기 3월 26일 밤에 있었던 일들 3월 26일 밤, 이스라엘 총리가 이상한 일을 했다. 국방부장관, 샤바크(security agency) 대표 등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사법 개혁 중단을 요구했는데, 그런 국방부장관을 해임했다. 오후 8시 57분쯤 갑자기 뉴스가 나왔고. 퇴근했을 해설자들을 부랴부랴 전화로 연결해 긴급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놀랍게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졌다. 나는 아직도 이스라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게 분명이다. 이건 정말 뜻밖이다. 오전 3시 20분, 이스라엘 고등학생회 의장(그런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 란 샤이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고3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고 있다. 27일 오전 장이 열리자마자, 셰켈 화가 치솟았다. 달러 대비 3.66, 눈물 난다. 오전 9시 이스라엘 국회의 외교안보.. 더보기 바느질 가게 우리말 반짓고리는 반짇과 고리의 결합으로, 바느질을 위한 도구를 담는 상자라는 뜻이다. 일본어는 사이호바코, 재봉상자다(그들다운 수준의 어휘다). 이 단어를 히브리어로 옮기기 위해 무진장 고생했다. 바늘은 마하트, 실은 후트니까 마하트와 후트가 들어 있는 상자라고 옮겨 보았는데 아니었다. 히브리어는 에즈라 쉬니아, second aid이다. 바늘과 실 외에도 단추나 핀이 들어 있다. 아끼는 바짓단이 헐어서 수선을 맡겨야 했다. 누가 봐도 건물주인 이 세탁소의 주인은 늦게 문을 열고 칼퇴근을 한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밤늦게 돌아오는 외노자에게 서비스를 의뢰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이민한 종교인 주인은 매사에 고압적인 태도라, 세탁을 맡길 때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이때 룻기를 읽고 있을.. 더보기 어느 금요일 요즘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다. 나도 바쁘지만 저들도 10주가 넘게 샤밧마다 데모에 가기 때문이다. IT쪽에서 일하면서 돈 많이 버는 친구들이 이번 데모의 선봉이다. 재미있는 나라다. 암튼 모처럼 시간이 난 금요일, 하루에 미팅을 세 군데에서 가졌다. 뭘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 굳이 고민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돈 정도일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느라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식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한 가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데, 음식 정결법 코셔이다. 물론 내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모처럼 여유롭게 호사를 누리는 금요일 오전, 음식점에서 사람들 시선을 받으며 뭔가를 먹어야 할 때, 갑자기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파스트라마와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아차.. 더보기 내향성 발톱 수술 발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렇다고 걷는 걸 멈출 수도 없고, 시간 나기를 기다렸다. 속터지는 이스라엘의 행정 서비스와 달리 의료 시스템은 건강한 편이다. 조갑 갑입증이라는 진단이 쉽게 내려지고 30분 안에 수술실에 들어가 대기했다. 간호사실 옆에 있는 조촐한 수술실. 히브리어는 찌포렌 호드라니트, 안으로 들어가는 발톱이라는 뜻이다. 영낙없는 오른쪽 엄지발톱이다. 처음 염증이 생기고 약도 바르지 않고 계속 강행군한 탓이다. 저 문 너머로 긴급 수술만 하는 Surgeon의 방이 있다. 마취하고 염증난 부분을 잘라낸다. 그러고 거즈를 씌우면 끝이다. 그래도 운동화 신고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다시 피가 났다. 저 발로 이틀을 더 걸어야 했다. 더보기 다시 예루살렘 테러 샤밧을 준비하던 2월 10일 오후, 1번 고속도로가 예루살렘 북부로 뻗어가는 곳에 자리한 라마 교차로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한 차량이 접근했고 보행자들에게 돌진한 것이다. 무장도 하지 않은 테러리스트는 후세인 카라카,라는 이름이었고, 동예루살렘 이싸위야 출신이었다. 테러가 일어났다는 뉴스는 그로부터 몇 분 후에 내게도 알려졌는데, 그렇구나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지진과 폭우로 집이 난장판이었고 가스가 떨어진 걸 이제 알게 돼서 분통을 삼키며 주문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샤밧의 고요함 좋아하네, 하루 쉬자고 그 전날 전쟁같은 나날을 보내는 게 무슨 머저리 같은 삶인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테러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각인되었다. 이스라엘의 일상은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