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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3월 26일 밤에 있었던 일들 3월 26일 밤, 이스라엘 총리가 이상한 일을 했다. 국방부장관, 샤바크(security agency) 대표 등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사법 개혁 중단을 요구했는데, 그런 국방부장관을 해임했다. 오후 8시 57분쯤 갑자기 뉴스가 나왔고. 퇴근했을 해설자들을 부랴부랴 전화로 연결해 긴급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놀랍게도 이스라엘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졌다. 나는 아직도 이스라엘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게 분명이다. 이건 정말 뜻밖이다. 오전 3시 20분, 이스라엘 고등학생회 의장(그런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지만) 란 샤이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다. 고3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하고 있다. 27일 오전 장이 열리자마자, 셰켈 화가 치솟았다. 달러 대비 3.66, 눈물 난다. 오전 9시 이스라엘 국회의 외교안보.. 더보기
바느질 가게 우리말 반짓고리는 반짇과 고리의 결합으로, 바느질을 위한 도구를 담는 상자라는 뜻이다. 일본어는 사이호바코, 재봉상자다(그들다운 수준의 어휘다). 이 단어를 히브리어로 옮기기 위해 무진장 고생했다. 바늘은 마하트, 실은 후트니까 마하트와 후트가 들어 있는 상자라고 옮겨 보았는데 아니었다. 히브리어는 에즈라 쉬니아, second aid이다. 바늘과 실 외에도 단추나 핀이 들어 있다. 아끼는 바짓단이 헐어서 수선을 맡겨야 했다. 누가 봐도 건물주인 이 세탁소의 주인은 늦게 문을 열고 칼퇴근을 한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밤늦게 돌아오는 외노자에게 서비스를 의뢰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이민한 종교인 주인은 매사에 고압적인 태도라, 세탁을 맡길 때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이때 룻기를 읽고 있을.. 더보기
어느 금요일 요즘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다. 나도 바쁘지만 저들도 10주가 넘게 샤밧마다 데모에 가기 때문이다. IT쪽에서 일하면서 돈 많이 버는 친구들이 이번 데모의 선봉이다. 재미있는 나라다. 암튼 모처럼 시간이 난 금요일, 하루에 미팅을 세 군데에서 가졌다. 뭘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 굳이 고민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돈 정도일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느라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식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한 가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데, 음식 정결법 코셔이다. 물론 내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모처럼 여유롭게 호사를 누리는 금요일 오전, 음식점에서 사람들 시선을 받으며 뭔가를 먹어야 할 때, 갑자기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파스트라마와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아차.. 더보기
내향성 발톱 수술 발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그렇다고 걷는 걸 멈출 수도 없고, 시간 나기를 기다렸다. 속터지는 이스라엘의 행정 서비스와 달리 의료 시스템은 건강한 편이다. 조갑 갑입증이라는 진단이 쉽게 내려지고 30분 안에 수술실에 들어가 대기했다. 간호사실 옆에 있는 조촐한 수술실. 히브리어는 찌포렌 호드라니트, 안으로 들어가는 발톱이라는 뜻이다. 영낙없는 오른쪽 엄지발톱이다. 처음 염증이 생기고 약도 바르지 않고 계속 강행군한 탓이다. 저 문 너머로 긴급 수술만 하는 Surgeon의 방이 있다. 마취하고 염증난 부분을 잘라낸다. 그러고 거즈를 씌우면 끝이다. 그래도 운동화 신고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 다시 피가 났다. 저 발로 이틀을 더 걸어야 했다. 더보기
다시 예루살렘 테러 샤밧을 준비하던 2월 10일 오후, 1번 고속도로가 예루살렘 북부로 뻗어가는 곳에 자리한 라마 교차로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한 차량이 접근했고 보행자들에게 돌진한 것이다. 무장도 하지 않은 테러리스트는 후세인 카라카,라는 이름이었고, 동예루살렘 이싸위야 출신이었다. 테러가 일어났다는 뉴스는 그로부터 몇 분 후에 내게도 알려졌는데, 그렇구나 하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지진과 폭우로 집이 난장판이었고 가스가 떨어진 걸 이제 알게 돼서 분통을 삼키며 주문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샤밧의 고요함 좋아하네, 하루 쉬자고 그 전날 전쟁같은 나날을 보내는 게 무슨 머저리 같은 삶인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테러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각인되었다. 이스라엘의 일상은 .. 더보기
일요일 아침 텔아비브 기차역 이스라엘의 일요일은 욤리숀, 일주일의 첫날이다. 모든 도로가 막히지만 텔아비브 방향은 특히 엄청나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텔아비브 쪽으로 갈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굳이 가야 하면 기차를 탄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텔아비브 방향 기차들도 지독하다. 위장이 안 좋아서 가스트로엔터롤로지스트, 를 예약한 게 대략 세 달 전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전문의가 없어서 바트 얌Bat Yam까지 가야 했다. 텔아비브 욥바 바로 아래 있는 해안 도시이다. 교통 상황 같은 걸 따질 계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기차를 불사하게 됐다. 이 단어의 스펠링을 몇 번이나 체크했다. gastroenterologist גסטרואנטרולוג. 히브리어는 의학 관련 용어를 라틴어 그대로 사용.. 더보기
이스라엘 나무 이야기 솔로몬 왕의 업적 중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은을 돌같이, 백향목을 평지의 뽕나무 같이 많게 한 것이다(왕상 10:27). '평지'란 지형적으로 낮은 저지대 '쉐펠라'를 가리킨다. 게젤, 람레, 롯, 르호봇 등이 현재 쉐펠라의 주요 도시들이다. 뽕나무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쉬크마'이다. 영어로 sycamore, 플라타너스 계열이다. 우리의 뽕나무와는 비슷하지도 않다. 왼쪽이 뽕나무 오디, 오른쪽이 쉬크마 열매이다. 드고아의 목자 아모스는 뽕나무를 재배하던 사람בולס שקמים이었다. 먹지도 못하는 열매를 따다가 아무스는 뭘한 걸까. 예루살렘은 1967년 6일 전쟁으로 동서 병합을 이루고 나서 이 도시를 대표하는 노래를 선정한다. 나오미 쉐메르가 작사작곡한 '예루살라임 쉘 자하브'이다 (표절 혐의가 있다)... 더보기
수리남 회당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보다 껐다. 그런 종류의 영상은 도대체 왜 만드는 걸까. 실화라는 게 정당한 이유가 되나? 내 돈 내고 시청하는 처지에 별로였다는 감상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혹평을 보탤 필요는 없을 테니 이만하겠다. 이스라엘에서 수리남은 꽤 알려진 나라이고, 그렇게 알게 된 나라에 개인적으로 많은 애착을 느꼈다. 수리남은 남아메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작은 나라로 브라질 위, 베네주엘라 오른쪽, 그리고 대서양에 접해 있다. 영토의 90% 이상이 열대우림 정글과 강으로 나라 경제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대부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대륙에서 수리남은 거의 유일하게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공용어가 네덜란드어이다. 하지만 유럽 지배자들을 위한 노예 사회로 기능했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