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10년 넘게 살았지만 미용실에 한 번 가봤다. 머리 기장만 줄이는 간단한 작업에 에얄이라는 이름의 남자 미용사는 90세켈, 우리 돈 25,000원을 요구했다. 그럴 수도 있는데, 이 미용사는 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딱 12번 가위질을 했다. 빗질만 오래 했지 가위질은 다 합해도 5분쯤? 이게 다냐고 묻지는 않았다. 이곳에서 헤어설롱은 바버샵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예약이 필수인 고급 헤어 살롱에 친구 따라 가본 적은 있다. 머리 염색에 한 시간 걸렸다. 매번 색깔을 바꾸긴 하지만 금발을 훨씬 선호한다.
또 최근 이스라엘 여성 사이에는 직모가 유행이다. 우리가 스트레이트 파마라고 부르는 게 히브리어로 החלקת שיער 머리카락 부드럽게 하기이다. 빙판 위를 미끄러진다 할 때 쓰는 단어이다.
이스라엘도 핑크 텍스가 어마어마해서 여성들이 찾는 제품일수록 이해할 수 없이 비싸다. 저 기계 이름이 마흘리크인데, 어지간한 모델은 200세켈, 7만원이 넘는다. dyson은 4,000세켈이다.
소비가 있으니 뉴스로 마케팅을 한다. 어느 제품이 제일 좋을까?
한국을 찾는 이스라엘 젊은 여성들이 제일 먼저 미용실부터 간단다. 선호하는 헤어스타일은 일관적으로 스트레이트 파마다. 왜? 어려 보인다나 보다. 평생을 직모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동의하기 어려운 취향이다. 이스라엘 여성들의 천연 곱슬이 내 눈에는 건강하고 활기차 보이던데. 머리카락을 저런 기계로 지지고 있으니 당연히 머리결이 안 좋다. 그래서 각종 영양제를 먹어 머리결을 좋게 만들려 한다. 샴푸도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마초 사회이고 여성의 외모 코르셋이 노골적인 사회다. 루키즘, 외모지상주의는 이 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만큼 심하진 않다 해도). 이로부터 초월한 개개인도 물론 많지만 헤어와 메이크업 분야는 점점 한국과 비슷해지고 있다. 이제 그만, 말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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