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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골란 체리 축제

6월은 체리, 특히 앵두의 계절이다. 아니, 계절이었다. 우리 돈 만원 정도면 질릴 정도로 먹을 수 있었다. 2015년 정도까지는. 언제부턴가 여름이 돼도 체리를 볼 수가 없다. 어쩌다 하루 과일 시장에 체리가 깔리는 날이 있긴 한데, 소름 돋게 비싸다. 1킬로 60세켈? 원하는 만큼 사려면 우리 돈 10만원에 육박한다. 왜 체리가 이렇게 비싼지 궁금한 사람들이 많아서 뉴스도 많이 나왔다. 왜긴, 이 나라 유통 체계의 모순 때문이다. 

 

 

체리는 차가운 지방에서 열린다. 헝가리 같은 동유럽 국가들의 가로수다. 이스라엘처럼 더운 나라에서는 북쪽 골란고원에서 자란다. 헤브론 근처 유대인 정착지에도 체리 농장이 있긴 한데 맛은 신통치않다. 암튼 골란고원에서 중부지방까지 화물로 실어 보내자면 비용이 든다. 이스라엘 운전사는 샤밧도 쉬어야 하고 밤샘 운전도 하지 않는다. 3-4일에 한번 트럭이 움직인다. 그걸로 얼마나 보낼 수 있겠나. 그런데 이스라엘 중부, 그러니까 텔아비브 근처에는 공항이 있다. 과일과 야채 싸기로 유명한 터키도 마침 가깝다. 터키에서 구입해 콘테이너에 실어 매일 공항으로 보내는 게 훨씬 싸게 먹힌단다. 골란고원 농부들이 힘들게 농사에 매진할 수가 없다. 

 

덕분에 터키산 블랙베리 싸게 먹고 있다. 이 나라에 좋은 일은 아니다. 

 

골란고원은 대신 직접 체리를 딸 수 있는 경험을 팔기 시작했다. 이름 하여, 골란 체리 축제. 우리 돈 만원쯤 내고 들어가서 한두 시간 마음껏 따고 먹을 수 있다. Agritourism이다.   

 

 

히브리어로 체리는 두브데반이다. 성경에는 나오지 않고 십자군들이 이 땅으로 들여왔으리라 짐작한다. 라쉬는 두브데반을 구드그단, 즉 hackberry와 혼동했다. 두브데반은 미쉬나에 나오고 구드그단은 탈무드에 나오는데, 미쉬나의 두브데반은 붉은 포도고, 탈무드의 구드그단은 틸탄, 클로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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