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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일요일 아침 텔아비브 기차역 이스라엘의 일요일은 욤리숀, 일주일의 첫날이다. 모든 도로가 막히지만 텔아비브 방향은 특히 엄청나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에 텔아비브 쪽으로 갈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굳이 가야 하면 기차를 탄다. 이런 생각을 나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텔아비브 방향 기차들도 지독하다. 위장이 안 좋아서 가스트로엔터롤로지스트, 를 예약한 게 대략 세 달 전이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전문의가 없어서 바트 얌Bat Yam까지 가야 했다. 텔아비브 욥바 바로 아래 있는 해안 도시이다. 교통 상황 같은 걸 따질 계제가 아니기 때문에 일요일 오전 기차를 불사하게 됐다. 이 단어의 스펠링을 몇 번이나 체크했다. gastroenterologist גסטרואנטרולוג. 히브리어는 의학 관련 용어를 라틴어 그대로 사용.. 더보기
이스라엘 나무 이야기 솔로몬 왕의 업적 중 하나는 예루살렘에서 은을 돌같이, 백향목을 평지의 뽕나무 같이 많게 한 것이다(왕상 10:27). '평지'란 지형적으로 낮은 저지대 '쉐펠라'를 가리킨다. 게젤, 람레, 롯, 르호봇 등이 현재 쉐펠라의 주요 도시들이다. 뽕나무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쉬크마'이다. 영어로 sycamore, 플라타너스 계열이다. 우리의 뽕나무와는 비슷하지도 않다. 왼쪽이 뽕나무 오디, 오른쪽이 쉬크마 열매이다. 드고아의 목자 아모스는 뽕나무를 재배하던 사람בולס שקמים이었다. 먹지도 못하는 열매를 따다가 아무스는 뭘한 걸까. 예루살렘은 1967년 6일 전쟁으로 동서 병합을 이루고 나서 이 도시를 대표하는 노래를 선정한다. 나오미 쉐메르가 작사작곡한 '예루살라임 쉘 자하브'이다 (표절 혐의가 있다)... 더보기
수리남 회당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보다 껐다. 그런 종류의 영상은 도대체 왜 만드는 걸까. 실화라는 게 정당한 이유가 되나? 내 돈 내고 시청하는 처지에 별로였다는 감상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혹평을 보탤 필요는 없을 테니 이만하겠다. 이스라엘에서 수리남은 꽤 알려진 나라이고, 그렇게 알게 된 나라에 개인적으로 많은 애착을 느꼈다. 수리남은 남아메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작은 나라로 브라질 위, 베네주엘라 오른쪽, 그리고 대서양에 접해 있다. 영토의 90% 이상이 열대우림 정글과 강으로 나라 경제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대부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대륙에서 수리남은 거의 유일하게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공용어가 네덜란드어이다. 하지만 유럽 지배자들을 위한 노예 사회로 기능했기.. 더보기
유대인의 빵 할라 유대인에게 주식이 빵이냐고 물어보면 출신지에 따라 답이 다르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출신들은 의외로 쌀이 주식이다. 그래도 샤밧이나 명절에는 필수 구비해야 하는 빵이 있는데 할라다. 할라는 공간을 뜻하는 단어와 관련돼 있는데 이스트를 듬뿍 넣어 부풀린 빵이기 때문이다. 미숙한 솜씨로 만들면 달걀 냄새가 날 정도로 달걀을 많이 쓴다. 반죽에도 들어가고 겉을 바삭하도록 달걀물도 바르기 때문이다. 단맛이 많이 느껴지는데 설탕을 듬뿍 넣었기 때문이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무서운 빵이다. 많은 종교인이 비만으로 고통받는 편인데 그 이유는 단연 샤밧과 명절마다 먹는 이 빵에 있다. 유대인의 식문화는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분주한 텔아비브 거리에서 꽤나 웃기는 장면인데, 차마 사람들은.. 더보기
텔아비브, 그라피티의 거리 자파는 아랍 도시였다. 에레츠이스라엘에 도착한 유대인들은 자파 항구에 도착한 다음, 거처가 정해지면 예루살렘 등으로 퍼져나갔다. 항구의 삶이 편안한 이들은 자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저앉았다. 이들에 의해 1887년 네베 쩨덱, 1909년 아후자트 하바이트가 세워진다. 1921년 그리스 살로니카에서 대규모 유대인 이민이 건너온다. 살로니카의 유대인 게토에 큰 불이 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텔아비브 남부에 자리를 잡고, 지도자 솔로몬 플로렌틴의 이름을 따라 동네 이름을 플로렌틴으로 정했다.       아테테에 온 줄 알았다. 2-3층에 주거 공간, 1층에 생업을 위한 가게를 운영하는 건 전형적인 그리스 동네 풍경이다. 살로니카 유대인들이 세운 회당이 지금도 기능하고 있다. 뒤편으로 번쩍번쩍 빌딩들이 올라간다.. 더보기
비둘기와 마이나 요즘 이스라엘 생태계를 교란하는 새가 있다. 마이나, Indian myna이다 (아니 왜 나쁜 건 다 인도래). 찌르레기 종으로 노란 부리에 머리 부분은 검정색, 몸은 갈색을 띠고 매우 공격적이다. 찌르레기 새들은 원래 새소리가 예쁘기로 유명한데, 마이나의 깍깍깍 소리는 매우 선명하다. 어찌된 일인지 예쁜데 거슬린다. 마이너의 공격에 가장 몸살을 앓는 새들이 평화를 애호하는 비둘기다. 비둘기는 분명 성품 때문에 평화의 상징이 되었을 것이다. 싸움을 싫어하고 다툼을 피해 스스로 물러난다. 문제는 이 평화의 사도가 도망쳐 나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이다. 최근 안면을 튼 비둘기가 있는데, 내가 해코지를 안 한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우리집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여러 번 타일렀는데 협조를.. 더보기
첫 비 이른 비 요레 이스라엘은 숙콧이 끝나면 비를 위해 기도한다. 원래 이때가 에레츠이스라엘에서 비가 내리는 시기이다. 비가 오게 되어 있는데 왜 기도를 할까. 유대교는 샤머니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여름 땡볕에서 비를 내려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는다. 원래 내리게 되어 있는 이 시기에, 때를 맞추어 약속하신 비를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הוא משיב הרוח ומוריד הגשם 하나님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게 하신다. 저주가 아니라 축복을 위하여, 기근이 아니라 풍성함을 위하여,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위하여 그렇게 하신다. 게쉠 게쉠 들판이 열기로 한숨쉬고 גשם, גשם, נאנח שדה מחום 게쉠 게쉠 정원이 피흘림 없이 탄원한다 גשם, גשם, מתחנן הגן בלי דם 하늘에서 우리 소리를 들으소서.. 더보기
미츠페 하야밈, 갈릴리 이스라엘에서 투어가이드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2년 간 넋이 돌아오지 않은 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 이 나라 역사를 아는 걸 텐데, 최소 3000년이다. 일주일 중 하루는 저녁 수업을 하고, 하루는 종일 답사를 하는데, 당연히 생업을 유지하면서 해야 한다. 코스웍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졌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반이 쪼개지면서 답사를 두 배 한 느낌이었다. 이 과정을 미리 알았다면, 누가 자세히 알려주면서 공포감을 심어줬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살면서 시험이 어렵고 힘들었던 적이 없다. 이 시험을 왜 치는지 출제자 마음을 생각하면 대개 공부해야 할 게 보였다. 그런데 이스라엘 투어가이드 라이센스 시험은 출제자의 마음이 안 보인다. 아, 그건 있다. 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