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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수리남 회당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을 보다 껐다. 그런 종류의 영상은 도대체 왜 만드는 걸까. 실화라는 게 정당한 이유가 되나? 내 돈 내고 시청하는 처지에 별로였다는 감상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혹평을 보탤 필요는 없을 테니 이만하겠다. 이스라엘에서 수리남은 꽤 알려진 나라이고, 그렇게 알게 된 나라에 개인적으로 많은 애착을 느꼈다. 수리남은 남아메리카에서 영토가 가장 작은 나라로 브라질 위, 베네주엘라 오른쪽, 그리고 대서양에 접해 있다. 영토의 90% 이상이 열대우림 정글과 강으로 나라 경제에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대부분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대륙에서 수리남은 거의 유일하게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았다. 그래서 공용어가 네덜란드어이다. 하지만 유럽 지배자들을 위한 노예 사회로 기능했기.. 더보기
유대인의 빵 할라 유대인에게 주식이 빵이냐고 물어보면 출신지에 따라 답이 다르다.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출신들은 의외로 쌀이 주식이다. 그래도 샤밧이나 명절에는 필수 구비해야 하는 빵이 있는데 할라다. 할라는 공간을 뜻하는 단어와 관련돼 있는데 이스트를 듬뿍 넣어 부풀린 빵이기 때문이다. 미숙한 솜씨로 만들면 달걀 냄새가 날 정도로 달걀을 많이 쓴다. 반죽에도 들어가고 겉을 바삭하도록 달걀물도 바르기 때문이다. 단맛이 많이 느껴지는데 설탕을 듬뿍 넣었기 때문이다. 일단 먹기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무서운 빵이다. 많은 종교인이 비만으로 고통받는 편인데 그 이유는 단연 샤밧과 명절마다 먹는 이 빵에 있다. 유대인의 식문화는 영양학적으로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분주한 텔아비브 거리에서 꽤나 웃기는 장면인데, 차마 사람들은.. 더보기
텔아비브, 그라피티의 거리 자파는 아랍 도시였다. 에레츠이스라엘에 도착한 유대인들은 자파 항구에 도착한 다음, 거처가 정해지면 예루살렘 등으로 퍼져나갔다. 항구의 삶이 편안한 이들은 자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주저앉았다. 이들에 의해 1887년 네베 쩨덱, 1909년 아후자트 하바이트가 세워진다. 1921년 그리스 살로니카에서 대규모 유대인 이민이 건너온다. 살로니카의 유대인 게토에 큰 불이 났기 때문이다. 이들은 텔아비브 남부에 자리를 잡고, 지도자 솔로몬 플로렌틴의 이름을 따라 동네 이름을 플로렌틴으로 정했다.       아테테에 온 줄 알았다. 2-3층에 주거 공간, 1층에 생업을 위한 가게를 운영하는 건 전형적인 그리스 동네 풍경이다. 살로니카 유대인들이 세운 회당이 지금도 기능하고 있다. 뒤편으로 번쩍번쩍 빌딩들이 올라간다.. 더보기
비둘기와 마이나 요즘 이스라엘 생태계를 교란하는 새가 있다. 마이나, Indian myna이다 (아니 왜 나쁜 건 다 인도래). 찌르레기 종으로 노란 부리에 머리 부분은 검정색, 몸은 갈색을 띠고 매우 공격적이다. 찌르레기 새들은 원래 새소리가 예쁘기로 유명한데, 마이나의 깍깍깍 소리는 매우 선명하다. 어찌된 일인지 예쁜데 거슬린다. 마이너의 공격에 가장 몸살을 앓는 새들이 평화를 애호하는 비둘기다. 비둘기는 분명 성품 때문에 평화의 상징이 되었을 것이다. 싸움을 싫어하고 다툼을 피해 스스로 물러난다. 문제는 이 평화의 사도가 도망쳐 나와 인간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것이다. 최근 안면을 튼 비둘기가 있는데, 내가 해코지를 안 한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우리집으로 밀고 들어왔다. 그 정도는 아니라고, 여러 번 타일렀는데 협조를.. 더보기
첫 비 이른 비 요레 이스라엘은 숙콧이 끝나면 비를 위해 기도한다. 원래 이때가 에레츠이스라엘에서 비가 내리는 시기이다. 비가 오게 되어 있는데 왜 기도를 할까. 유대교는 샤머니즘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여름 땡볕에서 비를 내려 달라는 기도는 하지 않는다. 원래 내리게 되어 있는 이 시기에, 때를 맞추어 약속하신 비를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הוא משיב הרוח ומוריד הגשם 하나님은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게 하신다. 저주가 아니라 축복을 위하여, 기근이 아니라 풍성함을 위하여, 죽음이 아니라 생명을 위하여 그렇게 하신다. 게쉠 게쉠 들판이 열기로 한숨쉬고 גשם, גשם, נאנח שדה מחום 게쉠 게쉠 정원이 피흘림 없이 탄원한다 גשם, גשם, מתחנן הגן בלי דם 하늘에서 우리 소리를 들으소서.. 더보기
미츠페 하야밈, 갈릴리 이스라엘에서 투어가이드 시험을 준비한다는 것은 2년 간 넋이 돌아오지 않은 채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기본 중의 기본이 이 나라 역사를 아는 걸 텐데, 최소 3000년이다. 일주일 중 하루는 저녁 수업을 하고, 하루는 종일 답사를 하는데, 당연히 생업을 유지하면서 해야 한다. 코스웍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졌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반이 쪼개지면서 답사를 두 배 한 느낌이었다. 이 과정을 미리 알았다면, 누가 자세히 알려주면서 공포감을 심어줬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살면서 시험이 어렵고 힘들었던 적이 없다. 이 시험을 왜 치는지 출제자 마음을 생각하면 대개 공부해야 할 게 보였다. 그런데 이스라엘 투어가이드 라이센스 시험은 출제자의 마음이 안 보인다. 아, 그건 있다. 이.. 더보기
Helena Rubinstein 미니어처 룸 헬레나 루빈슈타인, 이상하게 샴푸가 생각났는데, 알고 보니 그건 비달 사순이었다. 그럼 헬레나 루빈슈타인은 어디서 들었을까. 화장품 이름이었나. 아무튼 두 사람 모두 뷰티 산업에 종사한 사람들이고, 모두 유대인이다. 1959년 텔아비브 아트뮤이점(TAMA)은 늘어난 전시품을 감당하기 위해 새로운 문화의 전당을 마련하는데 그 건물에 아낌없는 기부를 한 게 HR이다. Helena Rubinstein Pavilion for Contemporary Art란 이름으로 불린다. Tarsat boulevard 9번지이다. 타르사트는 히브리력으로 1909년을 가리키고, 바로 텔아비브가 세워진 해이다. 18세기 프랑스 루이 15세의 로코코 룸이다. 헬레나 루빈슈타인은 폴란드의 어린 시절부터 미니어처 룸에 매료됐다고 한다.. 더보기
TAMA, Jeff Koons Bear and Policeman, 1988 1980년대 미국 네오팝 아티스트의 선두주자 제프 쿤스의 가장 유명한 시리즈가 2021년 텔아비브 아트 뮤지엄 TAMA를 찾아왔다. 이게 전부 Mugrabi family의 콜렉션이다. 미디어 포화 시대에 예술과 스펙터클의 의미를 탐구하고 소비 문화를 강조하는 미학 되시겠다. TAMA의 장점 중 하나는 예술의 소위 격을 무너뜨리는 도발적인 전시들에 있다. 제프 쿤스의 작품을 일찍 접한 사람이라면 예술 작업에 좋음과 나쁨을, 높음과 낮음을, 문화와 키치를 구분하는 촌스러움은 벗어날 것이다. 나는 매우 촌스러운 사람이라서 마이클 잭슨이나 레이디 가가, 뽀빠이와 헐크가 왜 이렇게 극도의 완벽주의를 표방하며 거의 종교적인 분위기 속에 수집가들의 열망의 대상이 되는지 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