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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삶을 지탱하는 것들

요즘 의료 관련 자료들을 번역중이다. 덕분에 심장 판막 수술 과정을 머리가 세도록 연구했는데, 그 결과 밥맛이 떨어졌다. 어느새 중년 건강에 좋은 식품 같은 걸 찾아보고 있다. 친구가 10월 7일 전부터 아프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그 원인을 못 찾았고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 서지도, 걷지도 못한다. 친구의 남편은 유머감각이 남다른 사람인데 지친 기색이 완연하다. 매일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범 10시 넘어 집에 온다. 일부러 그 시간에 전화를 한다. 아픈 아내 앞에서 의연하느라 꺾일 지경인 그의 의지를 격려한다. 유대인이지만, 기독교인인 내가 예수의 이름으로 하는 기도를 듣는다. 같은 분이라 그런가 그도 위로를 받는다. 

 

 

나 역시 병가중이다. 온갖 질병으로 시달린다. 정확히 말하면 그 병을 치료해줄 의사를 예약하느라 앓을 지경이다. 하루에 한번 볕이 좋을 때 나가서 걷는다. 그 길에 아로마 커피숍이 있는데 거기 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신다. 매니저인 엘리는 내가 들어오면 벌써 내 커피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라브리우트, 건강을 기원해 준다. 커피를 들고 나와 정원에서 꽃들을 보며 천천히 마신다. 친구들에게 전화도 하고, 뉴스도 읽는다. 그 시간대 고정 손님들과 꽤 낯이 익어 수다도 떤다. 

 

프랑스 니스 지방이 원조라는 french mallow, 히브리어로 헬미트חלמית, 우리에게 비슷한 건 아욱이다. 아랍어로 카바자, 빵굽는사람이다. 

 

인간이란 이상하다. 이런 연산과정을 통해 돌아오는 길에 빵집에 들른다. 푸림절이 다가오고 있어 유대인의 원수 '하만의 귀'라는 이름의 쿠키가 깔려 있다. 

 

동유럽에서 이디쉬로 하만타셴이라 불리던 이 쿠키는 원래 삼각형 모양에 양귀비 씨앗을 넣는 게 정석이다. 하만이 양귀비 씨인 '만'과 비슷한 발음이고, 타셴의 단수형 타쉬는 주머니라는 뜻이니, 만을 넣은 주머니 되겠다. 이게 왜 히브리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귀'가 된 걸까. 이탈리아 문헌에, 유럽에서 교수형에 처하기 전에 귀를 잘랐다는 풍습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하만은 모르드개를 높이 달아 죽이려고 장만한 장대에 달려 죽는다.

 

에스더서를 편다. 희한한 성경이다. 에스더를 돕는 내시 하닥이 다니엘이라는 전승도 있다. 다니엘도 세 친구들과 바벨론 왕궁에서 채식을 했는데, 히브리어로 즈라임, 씨앗을 먹은 것이다. 역시나 먹는 게 중요한 거였다. 중년에 좋은 다이어트 식품으로 칙피, 병아리콩이 좋단다. 내일은 아로마에 가서 칙피 샐러드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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