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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 life in Israel

금요일, 자파의 후파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에서는 사우스 코리아 여성들의 4B 운동을 이어받자는 운동이 한창이란다. 출산은 물론이고 남자와 데이트, 결혼, 섹스를 금지하는 것이다. 금지와 포기가 무슨 운동인가. 유대교 개혁파는 페미니즘을 박제해 탄생했다. 그래서 당연히도 여성의 모성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권리장전을 옹호했다. 노동당 직속의 여성단체가 국가 기금을 받아 탁아방을 운영하는 나라이다. 만약, 탁아방 따위 집어치우고, 유리 천장을 깨는 투쟁에 더 힘써야 한다고 하면, 그들은 반문할 것이다. 탁아방이 있어야 유리 천장을 깰 거 아냐? 

 

지금 이스라엘 MZ 여성들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그들의 친구들은 노바 축제에서 학살당했고, 남편들은 전쟁에 나가 있으며, 반유대주의 시대에 직면해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그래도 그들은 다 집어치우자는 운동 같은 건 안 한다. 멸절이 선택일 수 없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15일, 욤 쉬쉬, 금요일의 후파 초대장이 왔다. 올해 들어 다섯 번째 결혼식이다. 지금 내 상태로 말하자면, 세상이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신물이 난다. 올해 내가 참석한 장례식이 여섯 번이었다. 하지만 상실과 좌절에 미쳐버릴 것 같더라도, 후파 앞에서 싸쏜 베 씸하를 내지르는 게 삶이다. 아니, 삶에 대한 견해가 뭐가 됐더라고, 금지와 포기가 태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센스 넘치는 신부가, 자파에 있는 누르 갤러리를 후파 장소로 골랐다. 오토만 제국 시대 세워진 300년짜리 건물이다. 평소에는 레스토랑이고, 비디오 컨텐츠를 만드는 Noor Visual의 활동 공간이다.  

특이하게도 신랑 신부 이름이 같다.ㅋ 1시부터 밥을 먹고, 후파는 그 다음이다. 아니, 그래도 돼? 원래 결혼식은 신랑신부 마음대로 하는 거니까. 음식이 기가 막히게 맛있다.   

원래 이 길에 노점상들이 주욱 늘어서 장사를 한다. 욤 쉬쉬니까 오후에 이들이 철수를 하고 나면, 그 길에 카펫을 깔고 후파를 설치한다. 

텔아비비안답게 정통파 랍비를 부르지 않고 세속인 결혼식을 했다. 주례를 맡은 이는 텔아비브 부시장과 뉴욕 공사관을 지낸 아사프 자미르다. 아, 한때 관광청 장관도 지냈다. 부인이 배우 마야 베르트하이머인데, 억만장자 베르트하이머 집안이다. 이스라엘 근대산업사에서 스테프 베르트하이머와 에이탄 베르트하이머는 레전드다. 아무튼 아사프 자미르는 결혼식 서두에서 자신이 이 후파 주례를 맡은 이유 3가지를 이야기했다. 첫째, 신랑신부가 말하기를, 상대방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해서이고, 둘째, 신랑이 바로 자신과 마찬가지로 비교할 수 없이 월등한 수준의 신부를 맞이하기 때문이며, 셋째, 이들에게서 이스라엘의 아름다움을 보았기 때문이란다. 한 문장마다 좌중의 웃음이 터지는데, 신부가 조금씩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신부는 네게브의 키부츠에서 나고 자랐다. 10월 7일 신부의 어머니가 살고 있는 키부츠는 다행히 살아남았지만, 학살을 당한 다른 키부츠에 적지 않은 신부의 친구들이 있었다. 신부의 베프는 크파르 아자에서 가정을 이루어 살고 있었는데, 테러리스트가 집에 침입했을 때 엄마아빠는 10개월 된 쌍둥이 자녀를 숨기고 맞서 싸우다 총에 맞아 사망했다. 쌍둥이는 12시간이 지나서야 IDF 군인들에 의해 발견됐다. 현재 아이들은 이모에게 입양되어 자라고 있다. 

 

하다르와 이타이 부부

 

신부는 후파에서 친구 하다르에 대해 이야기했다. 유대인의 후파는 대단히 아이러니한 게 맞다. 즐거움이 슬픔으로 인해 더 강렬해지는 것, 그게 삶이 주는 선물이라고 수긍할 수밖에 없게 한다. 유대인 결혼식의 마지막은 전통적으로 유리를 깨는 것이다. 지난 한 해 우리의 모든 부서짐과 상함을 여기 모아 깨버리고 새롭게 건설하자는 선언 후, 모두가 환호하는 동안 신부가 후파를 내려와 하다르의 가족들에게 다가갔다. 어쩔 수 없이 모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지만, 그래도 기꺼이 이 순간 기뻐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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