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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2025 트리플 푸림

2025년 푸림을 앞두고 인질 가족들이 광장에 모여 메길라 에스더를 읽는다. 이번 전쟁이 유대 민족을 자기 하나님께 더 인도한 것이 사실이다. 24명의 살아 있는 인질들의 생환을 위해 모두를 이어줄 강력한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에스더 여왕의 역할이었던 것처럼.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 교환도 없이 열흘 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이유는 3월 31일 때문이다. 그날까지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네탄야후 총리가 너무 바빠서다. 대신 이스라엘은 가자에 공급하는 전기를 끊었는데, 아마 그 때문에 인질들은 엄청난 고초를 당하고 있을 거다. 인질 가족들은 인권 법정에 이스라엘 정부의 조처를 고발했다.   

 

2025년은 이른바 트리플 푸림 פורים משולש이다. 원래 이틀에 걸친 푸림을 삼 일이나 맞게 됐다는 뜻이다. 목요일은 에스더 금식, 금요일은 푸림, 토요일은 샤밧, 다음 월요일이 성벽 있는 예루살렘의 "쇼샨 푸림"이다. 수요일부터 학교에서 코스튬 파티가 열리는데, 올해 유난히 코스튬에 진심인 아이들이 많다. 오랜만의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사람들도 차고 넘친다. 고물가 인플레 시대에도 돈 있는 사람들의 여유는 대단하다. 푸림 명절을 맞아 나트바그 공항을 통해 해외로 떠나는 사람들의 줄이 끝이 없다. 유명한 아웃바운드 트립 사이트마다 매진 행렬이다. 이스라엘 경제가 어렵고 재정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인구가 적지 않다더니, 돈 걱정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인가.

 

 

곳곳에서 푸림 스피릿이 충만하다. 며칠째 연속 학생들은 푸림 코스튬을 입고 등교한다. 공공건물들도 푸림을 알리는 요란한 장식으로 치장했다. 멸절의 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민족의 역사를 기념하는 게 이 시국에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들의 가족은 인질로 잡혀 있지 않겠지. 텔아비브는 날밤을 새며 광란의 파티를 16시간이나 계속한단다. 

 

뉴욕 Jewish museum에서는 부림절 특별 전시가 열리는 중이다. 세상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바다 건너 전시를 줌 강의로 보고들을 수 있다. 역시나 렘브란트와 얀 스테인 같은 네덜란드 화가 작품이 집중적으로 콜렉팅됐다. 유럽 예술사에서 17세기는 암스테르담 시대다. 소위 네덜란드 황금 시대, 1648년 80년 전쟁을 마무리하며 네덜란드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유대인들은 종교적으로 관대한 암스테르담에서 새로운 자유를 누리며, 카톨릭 스페인에 맞서는 칼뱅파 개신교를 성원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예술가들이 국가적 정체성을 드러내고 스페인 카톨릭 왕조에 대한 저항감을 표현하기 위해 즐겨 쓴 소재가 마침 구약 성경이다. 미신 같은 아이콘보다 성경 내용을 입체적으로 구현하는 게 의미있는 작업이었을 테니까. 유대인이 네덜란드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끌어모은 건 우연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신분을 숨기고 수산 궁에 들어간 에스더는 스페인에서 신분을 세탁해야 했던 유대인들이 가장 공감한 인물이었을 것이다. 

렘브란트의 A Jewish Heroine from the Hebrew Bible, 유대교 명절 푸림의 영웅 에스더를 묘사한다. 

 

 

얀 스테인도 에스더 관련 그림을 그렸다. The Wrath of Ahasuerus. 아하수에로 왕의 제스처가 마치 연극의 한 장면 같다. 네덜란드 화가 길드와 Rederijkers, 수사학자들과의 깊은 관계를 입증한다.  

 

렘브란트의 제자 얀 빅터스가 그린 Esther Accusing Haman. 고대 페르시아가 아니라 17세기 네덜란드 테이블웨어를 선보인다.ㅋ 이 세 캐릭터의 대조는 개신교가 유대인과 함께 카톨릭에 맞서는 역학관계를 내비친다. 

 

렘브란트의 마지막 제자 아트 드겔더의 Esther and Mordecai. 렘브란트 작품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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