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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투 비슈밧

쉐베트 월이다. 바벨론력으로 11번째 달, 겨울의 한 자락, 보통 1월 중반에서 2월 사이다. 쉐베트 월의 상징이 슈케디야שקדיה이다. 일 년 중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 붙은 이름일 거다. 히브리어 샤카드שקד는 기대한다צופה는 뜻으로, 봄을 기다린다는 맥락이다.

슈케디야를 우리말은 살구꽃나무로 옮기는데 난감하다. 살구꽃 같은 나무라는 의미다. 슈케디야 열매는 살구가 아닌 셰케드 아몬드니까 아몬드 나무가 타당하기도 하다. 우리말성경이 번역될 때 중국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몬드를 몰랐으니 어쩌겠나. 살구나 복숭아나 아몬드나 모두 하얗고 분홍분홍한 비슷한 꽃을 피운다.

 

성경에 아몬드를 뜻하는 또 다른 단어가 나오는데 "루즈"다. 벧엘의 이전 이름이다. 아랍어는 여전히 لوز 루즈가 아몬드를 가리킨다. 슈케디야에 꽃이 필 즈음 함께 열매가 보인다면 그건 작년의 열매다. 시간이 오래됐기에 검게 변하기도 한다. 복숭아, 살구, 체리처럼 과육 안에 단단한 씨가 있는 과일을 drupe גַלעון라고 한다. 올리브, 아보카도도 그렇다. 아몬드도 드루프의 일종인데, 아직 단단해지기 전에 털이 난 녹색 열매를 먹기도 한다. 저 부분에 Amygdalin이 들어 있어 쓰고,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Amygdalin이라는 성분에서 알 수 있는데, 쉐케디야의 학명이 Amygdalus다. Amy+gdal אם גדולה 위대한 어머니라는 뜻이다. 수메르어로 ama.gal을 사용한다. 고대 근동에서 모신은 대개 나무로 표상됐는데, 그게 아몬드 나무였을 가능성이 크다. 어머니 신으로 떠받들어진 고대 근동의 신은 앗수르의 이슈타르 여신으로, 성경에서는 아세라로 표시된다. 돌이나 청동이 아닌, 나무로 만든 목상인데 그 나무가 아몬드 나무였을 것이다. 자, 벧엘, 즉 "하나님의 집"이 루즈라고 불린 적이 있고, 성전 기구의 여러 디자인이 살구꽃 모양이었다는 것은 묘하지 않나. 그저 이뻐서 살구꽃은 아니었을 것이다.

 

신실한 유다 왕국에서 종교개혁이 일어나면 제일 먼저 "아세라 목상을 제거하라"고 한다. 신명기에는 여호와를 위한 제단 옆에 어떤 나무로도 아세라 상을 세우지 말라고 한다. 아론의 살구 열매가 난 지팡이를 언약궤 안에 두지 않았나? 법궤 안에 뭐가 있었는지를 두고 성경의 진술은 엇갈린다. 신명기와 신학을 공유하는 열왕기는 법궤 안에, 여호와가 언약의 징표로 주신 돌판만 있었다고 강조한다. 이런 게 뭐시 중한디 묻는 사람들도 많다. 생명원리를 구현한 여신의 표상으로, 살아있는 나무, 그중에서도 위대한 어머니라는 뜻의 아몬드 나무 슈케디야가 어울린다는 정도로 마무리하자. 

 

내게 히브리어 이름을 지어주려는 친구들이 '샤케드'를 권했다. 왜냐하면 나는 샤크단שקדן이기 때문이다. 슈케디야는 일년 중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부지런한 꽃이다. 슈케디야 나무 밑에 서면 벌꿀의 분주한 움직임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그 부지런함, 성실함을 근거로 학구적이라는 뜻으로도 확장된다. 단순한 Sementic만으로도 문맥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가 히브리어다. 예레미야 1장에서 여호와는 선지자에게 물으신다. 네가 무엇을 보느냐מה אתה רואה. 예레미야는 답한다. 살구나무 가지를 봅니다מקל שקד אני רואה. 하나님은 이 '샤케드'와 같은 어근을 가진 단어로 워드 플레이를 하신다.

 

이는 내가 내 말을 그대로 지키려 함이라 כִּי-שֹׁקֵד אֲנִי עַל-דְּבָרִי, לַעֲשֹׂתוֹ 여호와께서 쇼케드, 부지런히 움직여 당신이 하신 말씀이 이뤄지도록 일하시겠다는 것이다.    

 

쉐베트 월의 15일은 투 비슈밧이라 하는데, 유대교는 '나무들의 신년'이라 부른다. 출처는 미슈나의 '로쉬 하샤나' 항목이다.

אַרְבָּעָה רָאשֵׁי שָׁנִים הֵם: בְּאֶחָד בְּנִיסָן רֹאשׁ הַשָּׁנָה לַמְּלָכִים וְלָרְגָלִים

בְּאֶחָד בֶּאֱלוּל רֹאשׁ הַשָּׁנָה לְמַעְשַׂר בְּהֵמָה

רַבִּי אֶלְעָזָר וְרַבִּי שִׁמְעוֹן אוֹמְרִים, בְּאֶחָד בְּתִשְׁרֵי. אֶחָד בְּתִשְׁרֵי רֹאשׁ הַשָּׁנָה לַשָּׁנִים וְלַשְּׁמִטִּין וְלַיּוֹבְלוֹת, לַנְּטִיּעָה וְלַיְרָקוֹת

בְּאֶחָד בִּשְׁבָט, רֹאשׁ הַשָּׁנָה לָאִילָן, כְּדִבְרֵי בֵית שַׁמַּאי. בֵּית הִלֵּל אוֹמְרִים, בַּחֲמִשָּׁה עָשָׂר בּוֹ

일년에 "로쉬head"가 네 번인데, 니산(왕과 제사장), 엘룰(동물 십일조), 티슈레이(연초, 안식년, 희년, 식물과 채소)의 초하루이고, 쉐베트(나무의 신년)는 십오 일이다(*머리가 왜 15일이냐는 의문이 들어야 한다).  

 

 

Tu Bishvat

오랜만에 집에 돌아와보니 치즈와 넛츠가 주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주인들은 놀러 나가시고 없어 무슨 일인가 혼자 살펴보니, 다니는 회사들에서 받은 것, 농사짓는 이웃들이 보낸 것들이다.

jy4kids.tistory.com

 

투비슈밧에 이스라엘 사람들이 나무를 심는 것은, 비가 와서 물이 풍성하고 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카발라에서는 이날을 만물이 소생하는 날이라고 여기는데, 그래서 새로운 시작으로 삼기 적합하다. 히브리 대학교가 올해 개교 100년을 맞는데 1925년 투 비슈밧에 시작되었다.

 

 

 

나오미 쉐메르가 가사를 쓴 שלג על עירי, 그 도시에 대한 그리움은 그곳에서 나는 열매와 관련된다는 걸 알려준다.

 

투비슈밧이 나무들의 신년인 만큼 유대인은 이날 나무 열매를 먹는 관습이 있는데, 아마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에레츠이스라엘을 향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기회였을 것이다. 대략 30가지 열매를 먹는데 10은 안팎을 다 먹고(포도, 무화과), 10은 안은 안 먹고 밖만 먹고(대추열매, 복숭아 drupe), 10은 안만 먹고 밖을 버린다(석류, 바나나, 아몬드). 투비슈밧에 둘러앉으면 나무열매 이름 퀴즈대회가 열린다. 회사나 기관에서 선물로 준 말린 과일 세트가 쌓이곤 한다. 

 

참새가 나무에 붙어 앉아 있길래 뭔가 보니, 무화과나무תאנה였다. 먹지 못하는 열매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투 비슈밧에 네게브에 나무를 심기로 했다. 신명기 20장에서 여호와는 전쟁하러 갈 때 나무를 자르지 말라고 당부하시면서 나무가 사람이라고 하신다(*문맥은 나무가 사람이 아니므로 해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인데, 유대교는 כִּי הָאָדָם עֵץ הַשָּׂדֶה만 따로 인용해서 나무는 사람이라고 이해한다). 그날 쓰러진 사람들을 잃고 절망한 이들은, 그들을 대신해 나무를 세우며 위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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