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돌아와보니 치즈와 넛츠가 주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주인들은 놀러 나가시고 없어 무슨 일인가 혼자 살펴보니, 다니는 회사들에서 받은 것, 농사짓는 이웃들이 보낸 것들이다. 그럼 혹시 이 맘때가? 그렇다. 올해 2월 5일은 투비슈밧, 슈밧 월의 15일, 우리 식으로 식목일이다.
그런데 투비슈밧은 단순히 나무만 심는 날은 아니다. 나무를 비롯한 모든 자연에 새로운 기운이 생긴다 해서, 나무들의 새해로 여긴다. 반복적으로 맺는 나무 열매의 햇수를 가리는 기준 시점이기도 하다. 땅에 대한 사랑과 그 거룩함에 대한 율법의 맥락 때문에 유대교에서는 매우 중요한 절기로 여긴다.
일반인들은 이스라엘 땅에서 나는 7종의 열매를 먹는데, 실제 열매 맺는 기간이 아니기 때문에 말린 것으로 먹는다. 요즘은 파인애플 같은 외국 농산물도 많이 보이지만, 유대교 세데르는 이스라엘 품종만 올리게 되어 있다. 대추나무 열매(타마르), 무화과(테에님), 건포도(게펜)는 성경에서도 보장하는 이스라엘 품종이고(신 8:8), 그외 아몬드(샤케드 나무 열매), 크랜베리(하무찌트), 플럼(쉬지핌) 등을 첨가한다.
이 명절에 새롭게 주목한 이들은 국가가 세워지기 이전 이민 시대로, 유대인 정착촌 즉 키부츠나 모샤브의 부흥을 위한 특별 행사를 시작한 이들이다. 오늘날에는 나무를 심고 환경 문제를 생각하는 날로 기념된다.
유대교의 모든 문제가 그렇듯, 투비슈밧의 날짜가 결정되는 과정에는 Beit Hillel과 Beit Shammai 사이의 논쟁이 있었다. 신년이라면 초하루가 상식적으로 맞지만, Beit Hillel 의견대로 슈밧 월의 15일이 되었다. 아마도 비가 내리는 시기라는 점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올해 투비슈밧에도 밤새 비가 내렸다.
나무가 열매를 맺는 게 비를 맞을 때인지, 비를 맞고 난 후인지에 대한 논쟁도 있다. 과학적 접근이 돋보이는 이런 관점은 영락없이 Rashi의 견해다. 라쉬는 비가 지난 후에야 나무가 열매를 맺는 과정을 시작한다고 해석한다. 나무에 송진이 올라올 때 열매가 향기롭다는 것이다.
투비슈밧을 식목일로 전환한 인물은 교사이자 작가인 Zeev Yavetz이다. 1890년 Zichron Ya'akov 학교 학생들과 함께, 공식적으로 이스라엘 자손을 위한 교육 활동으로 나무 심기를 시작했다. 하나님이 그들 조상들을 위해 땅에 식물을 심으셨기 때문에, 학교 역시 나무를 심고 그 아름다움을 기뻐하기 위해 고대로부터 지정된 욤 토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습은 1908년 히브리 교사 위원회에 의해 채택됐고, 그후 Jewish national fund의 핵심 활동이 된다.
야베츠는 히브리어 위원회 의원이기도 했는데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많은 히브리어 단어를 만들어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타르부트(문화)와 크비쉬(고속도로)가 야베츠가 만든 히브리어 단어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 중부에 그의 이름을 딴 모샤브 크파르 야베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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