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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ed

푸림

아달 월 14-15일, 에스더 서를 배경으로 하는 푸림이다. 푸림은 아카드어로 '제비'를 뜻한다. 마르둑의 신년 축제에서 왕의 대관식을 기념해 신의 뜻을 묻는 도구였다. 수산 성의 비밀스런 소수민족 출신 여왕 에스더가 자기 민족을 구원하기 위해 페르시아 출신 하만과 그 집안을 몰살하는 스토리다. 

 

남의 나라에서 장구한 역사 동안 수난을 당한 유대인 입장에서 이런 역전 스토리가 흥겨운 건 당연하다. 마음껏 즐기시라. 시비 걸 생각 없다. 

 

2023년 푸림은 라마단을 2주 앞두고 테러와 군사작전의 긴장감과 더불어, 이스라엘 반정부 시위가 10주째 이어지는 상황에 맞게 되었다. 이 마당에? 유대인의 본성은 전도서에서 엿보인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에 다 때가 있다. 그때가 다가왔는데 안보 상황을 이유로,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로 그 흥겨움을 건너뛸 이유가 없다. 

 

메길라 에스더, 에스더 두루마리를 들고 코텔(통곡의 벽)로 가는 아이를 만났다. 포토제닉하다. 

 

푸림의 하이라이트는 홀론이라는 도시에서 열리는 퍼레이드이다. 아드 로야다 עד דלא ידע Adloyada이다. 푸림에는 술을 먹고 즐기게 되는데, 그때 적어도 제정신을 놓치지 않을 때까지 마셔야 한다. 홀론의 길거리 퍼레이드는 제정신이 아닐 지경으로 흥겹다는 뜻에서 '제정신을 놓칠 때까지'라는 이름이 되었다. 

 

내 짐작이지만 매년 협찬사가 자기 제품 이미지 활용을 위해 투자하는 듯하다. 

 

나는 이 동화 반댈세. 

 

이건 뭔지?

 

텔아비브의 상징인 비마의 조각상과 시청 전광판도 푸림을 알린다. 

 

올해 예루살렘 시청에 설치된 푸림 맞이 장식이다. 저게 아마 토토일 텐데. 

 

종교인들은 푸림이 시작되는 6일 오전 '에스더의 금식' תענית אסתר를 한다. 히브리어에서 금식은 단지 밥을 굶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을 괴롭게 하는 일'이다. 그래서 타아니트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 금식은 그다지 정통성이 없다. 아달월의 금식은 푸림 에스더의 금식이 아니라 스가랴 8장의 금식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현대 유대교는 자기 소견대로 이날을 기념하고 있다. 

 

그나저나 엄마아빠들이 자녀들 푸림 코스튬에 투자해야 할 돈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게 다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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