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유월절은 청소로 시작된다. 절대로 청소가 좋아질 것 같지 않았지만, 이곳 삶에서 봄맞이 대청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점점 체검중이다. 모르긴 몰라도 경제적으로도 유익이 있을 것 같다. 전국 공용 시설들이 일년에 한번이나마 손질과 점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들도 부엌을 전부 뒤집으며 청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해 보인다.
그러나 이런 청소를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노년층은 어렵다. 그래서 유월절 즈음에는 NGO들이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남의 집 청소를 해준다. 한 NGO는 청소년 1600명을 모아 예루살렘과 브엘세바에 사는 노인들의 400채 집 청소를 한다고 기사까지 났다. 무슨 청소를 얼마나 대단하게 하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할까?
이건 유월절 직전이라 쓰레기가 많은 편도 아니다. 침대 매트리스 같은 가구를 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일주일 내내 길거리마다 쓰레기 더미가 잔뜩이다. 청소용품을 싣고 돌아다니며 청소하는 업자들도 많다.
종교인이라면 탈무드나 기도문을 새로 장만하기도 한다. 쓰레기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종교용품은 그냥 버려선 안 되고 모아서 태워야 한다. 종교인 마을에는 저런 파란색 쓰레기함이 따로 있다.
버리면 그만인 청소는 그나마 양반이다. 부엌 식기들은 단순한 설거지로 그치지 않고 kashered 절차를 밟아야 하다. 누룩이 쉽게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믿기 때문이다. Boiling הגעלה 과 Burning ליבון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떤 방법을 적용할지는 그릇 종류에 따라 다르다. 먼저 그릇을 깨끗이 씻었다가 24시간 후에 하그알라나 리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린다. 종교인 마을들은 일주일 전부터 길거리에서 하그알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래도 하그알라나 리분은 간편한 방법에 속한다. 싱크대나 오븐 청소는 한두 번 해서 익숙해지지 않을 만큼 복잡하다.
렐하세데르가 있는 에레브 페사흐, 유월절 전날 아침에는 그동안 집을 청소하며 모아둔 하메츠를 가져와 태우게 되어 있다. ביעור חמץ 사진으로 냄새를 전달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종교인 마을은 거리마다 불냄새가 가득이다. 6개월 전인 숙콧, 장막절에 사용한 아르바 미님 룰라브도 이날 함께 태우기 때문에 가지고 나온다.
누룩 제거는 유대인이 유월절에 지켜야 하는 계명이다. 모든 종교 제의는 건강이나 위생 등 삶을 위한 실용적인 목적이 숨어 있기 마련인데, 누룩을 이렇게 철저히 없애서 얻는 건 대체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분주한 유월절 전날 아침, 길거리는 한산하다. 지나는 차도 한대 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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