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종교를 존중해야 하는 인간적 도리와 상관없이 유대교는 굳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관습이 많이 있다. 예컨대 유월절은 7일이라고 성경에 쓰여 있는데, 욤 토브 (문자적으로 좋은 날, 영혼을 위한 활동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노동 금지의 날)가 시작 때뿐 아니라 마지막에도 있다. 분명 7일간인데 종교인들은 8일 동안 지킨다. 이 이상한 관습에 또 이유를 갖다붙힌다.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 땅을 떠난 건 니산월 15일 (사실상 14일 밤)이다. 열 가지 재앙 이후 바로는 이스라엘 백성을 내보냈는데, 3일 동안 떠나 있으라고 허락한 것이다. 사흘 후에도 이스라엘 노예들이 돌아올 것 같지 않자 바로는 병마를 몰고 추격한다.
바로가 이스라엘 백성을 따라잡은 곳은 홍해 앞이었고 니산월 20일이었다. 모세가 지팡이를 바다 위로 올리자 바다가 갈라졌고 이스라엘 백성이 육지를 건넌 후 따라 건너려는 바로의 군대 위로 물이 덮였다. 이 홍해가 갈라지는 기적이 유월절 일곱째 날, 이른 아침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 욤 토브, 좋은 날이 됐다.
음력은 29.5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새 달의 시작을 안전하게 지키자면 이틀을 모두 지키는 게 속편하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예루살렘의 랍비들은 천체를 연구해 날짜를 결정하면 봉화를 쏘아 올려 디아스포라 유대인 공동체에 전달했다. 여기에 사마리아인들이 등장한다. 가짜 봉화를 올려서 시스템을 교란한 것이다. 랍비들은 확고한 보장을 위해 메신저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라크처럼 먼 나라에 가려면 시간이 촉급했다. 그래서 유월절이나 초막절처럼 중요한 명절 욤 토브는 시작 때 이틀, 마칠 때 이틀을 모두 지키게 됐다. 디아스포라 유대인 공동체에서!
이제 천체 연구는 전문가들이 알아서 해주고, 유대인은 이스라엘 땅으로 돌아왔다. 초하루 초생달이 뜨는 게 오늘인지 내일인지 헷갈릴 이유가 없다. 그러니까 해방의 명절을 이틀씩 지키는 불필요한 관습은 사라져야 한다. 서구 사회에 살고 있는 리버럴, 개혁파 유대인들은 점차 그 방향을 택했다. 하지만 유럽에 살다가 이스라엘로 돌아온 하시딤은 자기네 관습이 중요하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여전히 이틀씩 명절이다. 여기에서 '관습'의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데, 의무는 아니지만 개인적 경건의 표현으로 준수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행동이다. 그럼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어느 종교나 관습의 '폐기'를 결정할 만큼 개혁적인 움직임은 저항이 크다.
이스라엘의 공식 달력은 유월절을 7일로 표기한다. 그리고 이날을 아슈케나지 하시딤 쪽에서는:
• 홍해를 가르는 기적에 대해 감사하는 의미로 이 밤을 토라 공부에 바친다.
• 페사흐 이즈코르, 즉 돌아가신 부모의 영혼이 승천하는 것을 기념하는 '이즈코르' 기도를 한다. 카톨릭의 연옥과 비슷하지만 본인들은 아니라고 한다.
• 하시딤의 창시자 바알 셈 토브는 이날 "메시아의 계시가 빛난다"면서 "메시아의 만찬"을 청했다.
성경에도 나오지 않는, 역사적 사실과 상관없는 이날에 대한 유대교의 신학적 해석은 "우리의 시선을 과거에서 미래로 돌리는 기회"이다. 보통 이사야 10-12장을 하프타라로 읽는다. 전쟁과 고통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메시아가 가져올 평화로의 출애굽을 기원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모로코 출신 마로카임 인구가 많고 이들에 의한 소위 미즈라힘 혁명이 현재 우파 정부의 근간이다. 물론 지도자는 므나헴 베긴이나 네탄야후 같은 아슈케나짐이지만 일단 만족하나 보다. 열등감이란 감정은 이렇게나 모순된 것이다. 아무튼 그들이 모로코에서 가져왔다는 전통이 미무나מימונה이다. 이게 전통이라는 것도 이상하다. 모로코에서 좀 살던 유대인들이 유월절 이후 속히 맛있는 걸 먹기 위해 아랍인 하녀들을 시켜 디저트를 미리 만들게 한 게 전부다.
이스라엘 대통령 헤르쪼그가 오렌 하잔의 집에서 열린 미무나에 참석했다. 미무나 관련 가장 이상한 장면이다.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미무나는 정치가들의 활동처럼 보인다. 돈 많은 미즈라힘 후원자들의 미무나 행사를 빛내주러 정치가들이 총출동하기 때문이다. 시국이 수상한 2023년에도 미무나 행사가 열렸다. 행사 규모가 점점 더 크고 웅장해진다. 아슈케나짐 정치가들이 미무나에서 전통(!)을 주장한다. 밖에서는 시위자들이 경찰에 끌려 나갔다. 이사야 11장을 다시 읽는다.
לֹא-יָרֵעוּ וְלֹא-יַשְׁחִיתוּ, בְּכָל-הַר קָדְשִׁי: כִּי-מָלְאָה הָאָרֶץ, דֵּעָה אֶת-יְהוָה, כַּמַּיִם, לַיָּם מְכַסִּים
וְהָיָה, בַּיּוֹם הַהוּא, שֹׁרֶשׁ יִשַׁי אֲשֶׁר עֹמֵד לְנֵס עַמִּים, אֵלָיו גּוֹיִם יִדְרֹשׁוּ; וְהָיְתָה מְנֻחָתוֹ, כָּבוֹד
내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해 됨도 없고 상함도 없을 것이니 이는 물이 바다를 덮음 같이 여호와를 아는 지식이 세상에 충만할 것임이니라 그 날에 이새의 뿌리에서 한 싹이 나서 만민의 기치로 설 것이요 열방이 그에게로 돌아오리니 그가 거한 곳이 영화로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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