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절부터 칠칠절까지를 '오메르' 기간이라고 한다. 성경은 이 기간, 즉 49일 동안 숫자를 셈하라고 명령한다. 오메르의 첫째 날, 둘째 날 숫자를 셈하다가 서른셋째ל"ג 날도 맞이하게 되는데, 그날이 오메르의 33째날, 라그 바오메르이다. 성경에 나오지 않는데, 이날이 랍비 시므온 바르 요하이의 죽은 기일이기 때문이다. 대략 주후 161년의 일이다.
로마에 맞선 유대교 순교자들의 이야기는 하가다에 기록돼 욤 키프르 때마다 읽혔다. 철빗에 긁혀 죽은 랍비 아카비나 그의 제자 랍비 시므온 바르 요하이는 유대인의 정신으로 숭상받았다. 로마에 저항한 위대한 영웅들. 시오니즘은 종교성과 거리가 멀지만, 이 영웅주의에는 솔깃했다. 게다가 이날은 어두운 역사에 빛을 가져온 이들을 기리며 모닥불을 피우는데, 그게 아이들 놀이의식과도 맞아떨어졌다. 이래저래 해서 라그 바오메르는 이스라엘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절기로 자리잡게 됐다.
자, 이제 그 폐해에 대해 말해보자. 호흡기가 좋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재앙의 날이다. 빨래든 뭐든 밖에 나와 있는 것들을 안으로 들이고, 이 더운 날 모든 창문을 닫는다. 시간이 되면 이스라엘 전 국토 상 비어있는 땅들에 차량이 이렇게 몰리기 시작하므로 퇴근도 서둘러야 한다.
이날의 관습이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고 느끼는 학부모는 많다. 하지만 아이들 기대와 성화를 꺾는 것보다 주의 감독을 선호한다. 다행히 이스라엘 국토에는 비어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저곳도 아파트로 채워질 것이다.
종교인과 세속인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보고 싶지 않다. 이산화탄소에 질식할 것 같다.
못해도 3시간째 이산화탄소 대방출이다.
그래도 불이 안 나면 다행이다. 이스라엘 소방청은 이날 비상이다.
2024년 라그 바오메르는 북쪽 국경에서 헤즈볼라의 미사일 공격 때문에 랍비 시므온 바르 요하이의 무덤이 있는 메론 산에서 집회를 갖지 못했다. 코로나 때도 전염병 때문에 제한했는데 당시 종교인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이번에도 종교인들이 메론 산에 몰려가는 게 아닌가 걱정했는데, 죽기는 싫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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