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일은 유대력 5885년 신년 에레브이다. 이스라엘에서 모든 명절은 교통체증이 심하다. 텔아비브 모처에서 계획된 로쉬 하샤나 식사를 취소할 뻔했다. 지난 밤 이란의 탄두 미사일 공격과 이에 대한 대응으로 밤잠을 설쳤고, 도무지 명절이랍시고 기분을 낼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레바논 국경에 들어가 있었다. 오늘 내일 부음을 들어서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차라리 재를 뒤집어쓰고 앉아 있고 싶었다.
교수님들께 전화로 안부 인사를 드렸다. 오래오래 망설이다가 그분께도 드렸다. 손자가 가자에 인질로 잡혀 있다. 그분의 지난 1년은 곁에서 지켜만 보기도 숨이 막혔다. 쉐티히예 레하 샤나 토바, 발음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눈물을 쏟았다. 한참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영어 액센트가 강한 히브리어도 그분도 축복의 말을 해주셨다. 전도서 3장은 또 이렇게 내 삶의 한 토막을 이루었다.
365일로부터 3일밖에 남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텔아비브 아를르조로브 빌딩을 지난다. 차가 많이 막혔는데, 사이렌 때문이 아니라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르호봇 이상으로 전역에서 실외 30명, 실내 300명 집회만 가능하다. 10월 7일 추모식에는 50만 명 이상이 몰릴 예정이었는데, 그 집회가 못내 못마땅했을 누군가는 고소해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식으로든 10월 7일 집회는 지켜질 것이다.
로쉬 하샤나의 상차림은 번거로움이야 유월절보다 덜하지만, 귀찮은 건 마찬가지다. 점점 더 많은 유대인들이 호텔이나 기관에서 주최하는 명절 상차림에 참여해 이방인의 시중 받는 걸 선호하는 분위기다. Chabad 랍비가 와서 기도문을 읽었다. 그 기도에 반응하는 게 나밖에 없지만, 이방인의 협조는 반갑지 않은 눈치다.
생선 대가리가 올라가는 이유는, 꼬리가 아니라 머리가 되리라는 신명기의 축복 때문이다. 저 생선은 잉어인데, 눈이 너무 또렷하다. 꿈에 나올 것 같다. 석류, 대추열매, 사과, 꿀 같은 이맘 때 수확물이 대거 올라온다. 콩이 좀 느닷없다.
예쁜 보자기를 쓰고 있는 할라 빵 두 덩어리. 아무도 손도 대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선 대가리에 마음이 쓰인다. 집에 갖고 가서 분해해 보고 싶은 걸 참았다.
티슈레이 월, 이 계절의 풍성함은 샐러드에서도 두드러진다. 굶주림 속에 있을 이들을 생각하며 샐러드를 만들었다. 그들을 위하여 샤나 토바를 외친다. 2024년, 잊을 수 없는 이 한 해의 쓰라림이 내년에는 달콤함으로 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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