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를 신의 대리자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무슬림의 마지막 선지자는 당연히 그분이고, 시아파 이슬람 지도자가 그 위치를 대신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도 '선지자'에 대해 무슬림이 갖는 감정은 기독교나 유대교 신학과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연구를 해도 안 나오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이슬람 신학을 전공한 교수는 말끝마다, 근데 무슬림은 다르게 말할걸, 이라고 한다. 종교에 관해서는 맞고 틀리고 하는 개념 자체가 무리다. 우리는 뭐 이런 걸 공부하나.
인생은 그가 보낸 말년을 통해 총평이 가능하다. 왜 이란 최고성직자의 말년이 이런 지경이 되었을까.
이스라엘이 하메네이도 암살을 계획했었다는 말이 나온다. 이란 핵시설 공격 첫날, 이란 군 사령관들과 핵과학자들처럼 하메네이도 목표였지만 백악관이 비토했다는 것이다. 가짜 뉴스라고 한다. 당연히 가짜 뉴스겠지. 이란 "내부" 소식통 두 명이 인용됐는데 그날 밤 하메네이가 테헤란 북동부 라비잔의 지하 벙커로 급히 이동해 가족과 함께 숨어 있는 게 파악됐다고. 지금도 아마? 이스라엘 뉴스에 여러 번 "IDF 테헤란 북동부 공격 중"이라는 자막이 나왔다. 테헤란 북동부가 어딘데 굳이, 괜히 더 궁금했다.
이스라엘 뉴스는 일요일, 이스라엘에서 약 2,300km 떨어진 지역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뉴스로 무슨 암호를 주고받나? 다음날 해설에 따르면 거기는 마슈하드라는 곳이고, 이란의 공중급유기를 공격한 것은 하메네이를 향한 경고였단다. 뭘하고 있는지 다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월요일 이스라엘 군은 마슈하드를 공격중이다.
미국 미디어가 이스라엘 관리들을 불러 하메네이를 어떻게 할 셈이냐고 자꾸 묻는다. 누가누가 애매하게 말하나 대회하는 것 같다. 무튼 이스라엘이 이란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내세우는 건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현 상황이란, 미국의 사담 후세인 트라우마? 중동 국가에서 정권 붕괴는 얼핏 대안인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해서 등장한 다음 정권은 번번히 더 악화일로였다. 단 한 차례의 예외도 없었다. 중동 상황을 모두 영국 제국주의 시절의 과오로 치환하는 이론가들은 이 부분을 진지하게 다루어주면 좋겠다. 왜 이들 나라에서 잘 좀 해 보려는 시도는 매번 실패하는 걸까. 미국으로서는 그나마 현재 통치자가 항복하고 상황을 추스리는 편이 낫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란은 무슬림 국가 치고 선거가 보장된 나라지만 정권을 위협할 만한 야당 지도자들이 남아 있지는 않다.
독재자도 자기 국민의 고난에 무심하지 못한 법이다. 지금이라도 이스라엘이 전투를 끝내면 이란은 못 이기는 척 그만둘 생각도 없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란이 자발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해체할 수 있을까? 결국 이스라엘이 테헤란의 핵 프로그램 재건을 불가능하게 만들지 않으면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전쟁의 시작은 이스라엘의 전투 개시지만, 이란의 선전포고는 50년 동안 계속되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는 게 목표인 나라다.
이란이 핵무기 실험을 했고, 그 결과물을 후티 반군에게 지원하려 했다. 핵무기를 보유한 이슬람 국가가 왜 그렇게 문제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파키스탄도 핵무기가 있는 걸 아니까. 차이는 이란은 이스라엘의 파괴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국가라는 점이다. 핵무기를 추구하는 이유가 유대인 집단 학살을 위해서다.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권리가 있고, 그래도 이스라엘이 그걸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집단 학살을 지지하는 것이다. 유대인은 죽어도 된다고 여기는 것이다. 반유대주의의 핵심이다. 이스라엘이 경제지수를 폭락시키며 전 세계에 민폐를 끼친 게 화나는 사람들도 많다. 이스라엘은 자기 생존을 다른 이에게 부탁할 처지가 아니다. 어차피 이스라엘이 어떻게 되든 관심 없겠지만. 이스라엘 국내 경제 걱정을 하는 사람도 많다. 유대인은 가진 걸 모두 주고도 목숨을 건지지 못한 과거가 있다.
이 상황에서 분쟁 해결사로 나설 지도자가 변변치 않다는 것은 이 지역 분쟁의 또 다른 불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만 하고 있다. 제일 희한한 게 "곧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평화가 찾아올 것!"이란다. 어떻게요? 그러면서 또 기자들한테 둘이 합의 좀 했으면 좋겠지만 "때로는 싸워야 할 때도 있다"며 코헬렛, 전도자 같은 발언을 한다.
그나마 키프로스의 Nikos Christodoulides 대통령이 눈에 들어온다. 이름조차 "그리스도의 종들"인 분이다. 이란이 키프로스한테 사정을 한 모양이다. 이스라엘한테 말 좀 건네 달라고. 물론 이란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다. 키프로스 대통령이 이집트, UAE, 그리스 지도자와 통화를 했다는데, 누가 봐도 이중에 인물은 없다. 참, EU는 뭘 하고 있나? 이 시각 제일 수상한 이들이다. 이 모든 사태 전개를 지켜보면서 최소한 외교장관 회의도 소집하지 않는 게 이해가 가나? EU에게도 이란의 핵무기는 러시아 푸틴만큼 골치아픈 문제였다. 전 세계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이 스스로 나섰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을 것이다. 물론 가자 문제로 이스라엘과 심하게 어긋난 처지라 대화 상대가 없을 수도 있다. G7이라는 기관도 있긴 할 텐데.
이스라엘 군사 작전의 목표는 "외교로 회귀해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만큼 이란 핵 프로그램에 충분한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이란은 중개자를 통해 "이스라엘이 공격을 중단하면 자신들도 공격을 중단하고 협상으로 돌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먼저 공격을 중단해야 한다는 건, 아직 지켜야 할 게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으로 이란이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 평가를 진행 중이다.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지상 시설뿐 아니라 나탄즈 지하 시설도 피해를 입었는지가 관건이다.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포르도 핵 시설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군대를 투입해 완전히 끝낼 것인지, 외교 협상으로 결말을 내던지 미국이 결심을 해야 할 시점이다.
알리 하메네이에게는 선택이 남아 있을까. 이 전쟁이 이란의 전쟁이라면 그의 의견이 궁금할 필요도 없다. 이슬람 공화국의 전쟁이므로 그가 오롯이 해결해야 한다. 혹시 누가 제발 자리 좀 깔아 주기를 바라지는 않을까. 왜 이렇게 답 없는 상태가 된 것일까. 미국으로 망명한 레자 팔레비 전 왕세자가 14일 성명을 발표했다. 과연 이란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이란이 이스라엘과 절친했던 79년 이전이 정말 그렇게 최악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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