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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셔

어느 금요일 요즘 친구들 만날 시간이 없다. 나도 바쁘지만 저들도 10주가 넘게 샤밧마다 데모에 가기 때문이다. IT쪽에서 일하면서 돈 많이 버는 친구들이 이번 데모의 선봉이다. 재미있는 나라다. 암튼 모처럼 시간이 난 금요일, 하루에 미팅을 세 군데에서 가졌다. 뭘 먹고 먹지 말아야 할지 굳이 고민해야 한다면 그 기준은 돈 정도일 것이다. 가성비를 따지느라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식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한 가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데, 음식 정결법 코셔이다. 물론 내 집에서 혼자 먹을 때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모처럼 여유롭게 호사를 누리는 금요일 오전, 음식점에서 사람들 시선을 받으며 뭔가를 먹어야 할 때, 갑자기 용기가 필요할 수 있다. 파스트라마와 닭고기를 넣은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고 나서야 아차.. 더보기
욤키푸르, 카파롯 나는 아직도 욤키푸르를 잘 모르겠다. 종교인들이야 하던 대로 하면서 이날을 좀 더 빡세게 보내는 거니까 그러려니 한다. 어차피 이들의 삶의 방식을 범인이 이해할 필요는 없으니까. 일 년 내내 아무런 종교활동을 하지 않고, 심지어 하나님의 존재에 대한 확신도 없는 세속인 유대인들이 의아하다. 욤키푸르에 상당수의 세속인들이 회당을 찾아가 유대교 열 순교자의 전설 같은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을 흘린다. 딩연히 금식도 한다. 왜 이날만, 갑자기 존재의 이유가 달라진 것처럼, 아무 갈등 없이 (종교적인 내러티브에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것인가. 더 깨는 것은, 그다음 날 조금의 여운도 없이 완전히 세속인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토록 종교적인 행위에 자신의 본질이 변화되지 않는데도 참여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