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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구리온 vs 아구닷이스라엘, Status Quo

유럽에서 근대국가 건설에 성공한 부르조아는 이를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두 가지 전제를 발전시킨다. 왕이 없어진 이상 나라를 운영하려면 세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나라의 동량이 될 새로운 계급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이 나라를 위해 세금을 낼 수 있으려면 직업이 필요하겠지. 시민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시키기 위해 공공교육이 시작된다. 나라가 세금과 국방의 의무로 환수하기 위해 시민에게 투자하는 산업이 교육인 셈이다. 

 

이스라엘은 그런 점에서 특이한 나라다. 전쟁이 끊임 없는 나라에서 군복무의 의무도 지지 않고 나라에 세금도 안 내는 이들이 전체 인구의 무려 15퍼센트다. 토라와 탈무드는 다른 나라에 없는 이스라엘만의 고유한 스피릿이니 여기 종사하는 이들을 키워내는 것도 필요하겠지. 하지만 히브리 대학에서 하는 토라 연구에 대해서는 세금을 48퍼센트나 떼어간다. 하다 못해 이 나라에 관광차 왔다 가는 이들도 부가세 정확히 낸다. 이게 왜 문제가 안 되겠나.

 

그럼 이스라엘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1947년 11월 29일 유엔에 의해 유대인 국가가 세워지도록 결정될 때 에레츠이스라엘에 살던 사람은 대략 70만 명 이하였다. 아랍 인구는 두 배인 140만 명 정도였다. 지금 이스라엘 900만 명, 웨스트뱅크 300만 명, 가자 200만 명이니까 70년 만에 인구 폭발이 일어난 셈이다. 아무튼 당시 70만 명 가운데 의미있는 숫자가 옥서도스 신앙을 지키는 종교인들이었다. 유대교는 19세기 유럽에서 생존을 모색하면서 엄청난 분열이 일어나는데, 유대교의 옥서도스 신앙을 고수해야 한다는 이들이 당연히 많았다. 모세 멘델스존의 리버럴리즘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옥서도스는 이스라엘 땅에 시오니즘에 입각한 근대국가가 세워지는 것을 반대했다. 단지 반대 의견만 가진 게 아니라, 전 세계 연합체를 세워 조직적으로 방해했다. 유럽을 돌아다니면서 유대인 나라 세우면 큰일나요, 한 분들이다. 이 조직의 이름이 아구닷 이스라엘 (אגדת ישראל), 현재 아슈케나짐 하레딤 정당의 근본이다. 이들이 유대인 나라에 반대한 것은 그것이 종말을 미루는 일이기 때문이다("דחיקת הקץ"). **훗날 유럽 출신 유대인들의 상당수가 옥서도스 신앙을 버리는 계기가 홀로코스트이다.  

 

1947년 당시 유대인 정치 기구의 의장이었던 벤구리온은 성경을 사랑하는 인물이었다. 스데보케르에 있는 그의 서재 책상에는 네게브의 번성과 관련된 성경구절들이 즐비하다. 책상을 마주하는 서재에는 모세의 동상과 에스겔 선지자의 마른 뼈 환상 부조가 있다. 벤구리온은 히브리 성경 없는 유대인 국가는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회주의자이자 종교적 관습을 거부하는 세속인이다).

 

 

1947년 6월 19일 벤구리온은 아구닷 이스라엘 지도자들에게 편지를 쓴다. 유대인 나라가 세워질 경우, 이 독특한 분들에게 무엇을 약속해 줄 수 있는가를 다룬 편지다. 물론 아구닷 이스라엘이 벤구리온에게 최후통첩을 날리며 답을 재촉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벤구리온은 현상 유지(Status Quo)를 약속한다. 크게 네 가지다. 

 

샤밧: 유대 국가에 the legal day of rest가 있을 것이다. 다른 종교는 각기 다른 날을 갖는다. 이게 샤밧에 운행하는 차량에 돌을 던지는 걸 정당화할 수 있나?  

 

코셔: 유대인 국가 정부에 속한 모든 기관의 주방은 코셔를 따른다. 그래서 전투 훈련을 마치고 온 군인도 샤밧이라는 이유로 식어빠진 피타 한 조각 먹고 끝이다. 군대에서 음식 때문에 종교성을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라도 군대를 절대 못 보내겠다고 결사항전할 일인가? 

 

개인의 지위: 인간은 태어나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여차하면 이혼하고 재혼하고 죽어 묻혀야 힌다. 이 모든 과정을 오직 옥서도스 유대교만 독점한다. 유대인이 아닌 사람은 이스라엘 땅에서 결혼할 수 없다(시민 결혼이 없다). 결혼식에 랍비를 초대하지 않으면 그 결혼은 무효다(유대인 결혼이 아니므로 자녀는 법적 유대인이 아니다). 유대인이 아닌 사람은 유대인 묘지에 묻힐 수 없다(종교별로 묘지가 엄격히 구분되는데, 만약 배우자 종교가 다르다면 같이 묻힐 수 없다).

여기까지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조리함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을 만하다. 불편해도 '다른' 방식을 인정하고 피차 거리를 두면 되기 때문이다. 벤구리온은 마지막 네 번째, 교육에 대해 고심했다.  

 

교육: Full autonomy!

 

현대 국가는 국가제도를 유지하기 위해 시민이 필요하고, 교육을 통해 그들을 훈련시킴으로써 국가에 필요한 인재를 조달받는다. 그런데 자기 하고 싶은 공부만 하겠다고? 그것도 평생 동안? 나라에 보탬이 되지 않는데 왜 Support해야 하지? 이스라엘 정부는 국가 보조금을 받으려는 교육기관은(ממלכתי)은 반드시 필수과목(לימודי ליבה)을 가르치도록 규정했다. 수학과 영어다. 그런 공부를 가르치기 싫으면 방법이 있다. 전적으로 자기 힘으로만 기관을 운영하면 된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기 때문에 상당수의 종교 교육기관이 나라에서 지원금을 받기 위해 억지로 이것들을 가르치는 척 한다. 척만 했기 때문에 종교인 학교를 졸업해도 영어나 수학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친다. 

 

이들이 하는 공부가 하나님 말씀이고, 말씀은 진리이니 그것만 공부해도 세상 살아갈 이치를 터득하는 거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종교의 세계는 그렇게 간단치 않다. 이들이 자기 자녀들에게 수학과 영어를 가르치지 않는 이유는 그걸 배우면 세상에 나가 독립적으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 직업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종속되지 않는 이들이 종교 지도자에게 절대 복종할 이유가 없다. 이스라엘 정부가 종교 기관에 지급하는 보조금이나 체데카라고 부르는 기부금은 모두 Sect를 이끄는 지도자 랍비 손에 있다. 인간은 별수 없기 때문에 랍비 중에도 감옥에 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가 그렇게 막나가는 것은 그를 제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 많은 Status Quo는 이스라엘 정부가 바뀔 때마다 쉼없이 검토되었다. 이 때문에 하레딤에게 주는 보조금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치인도 나왔고, 그런 정치인을 사탄이라고 하레딤이 욕하기도 하며, 세속인과 하레딤의 갈등 양상이 2차 성전 멸망 시기 내전 상태와 유사하다는 말도 있다. 

 

그런 와중에 네탄야후 전 총리가 하레딤 득표를 독려하기 위해 종교인 학교도 일반 학교와 동등한 국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물론 네탄야후 전 총리가 선거에서 이겨 총리가 되고, 이에 대한 이스라엘 대법원의 판단도 들어야 하지만, 이 뉴스가 이스라엘 사회에 어떤 분노를 야기했을지 상상해 보시라. 

 

 

 

220913 하레딤들의 교육기관 예산 동등화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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