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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EFA U-21 챔피언십 8강전

모든 축구 팀의 문제는 감독이다. 게다가 국가대표 팀을 맡았다면 오장육부를 내려놓고 살아야겠지. 그래도 시끄럽다면 그 감독의 미래는 밝지 않다. 어차피 감독의 운명은 경질되는 거고, 이렇게든 저렇게든 잘리면 잊혀진다. 이스라엘 축구에서 중요한 건 마카비 하이파나 하포엘 텔아비브 감독이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국가대표 팀 감독한테 관심은 과하다.

 

그런데 지난 U-20 월드컵에서 오피르 하임 감독이 너무 떴다. 아랍계 선수들까지 아버지와 같다며 팀을 하나로 이끈 공을 성찬했다. 월드컵 동메달은 이스라엘 축구 역사에서 결코 사소한 게 아니다. 그 동메달을 따는 과정에서 작은 스캔들이 있었다. 결승 진출이 좌절되고, 그러니까 대한민국과 3-4위전을 앞두고 이스라엘 축구 협회가 주전 5명의 조기 귀국을 명령한 것이다. 유럽 U-21 챔피언십 연습(!)을 위해서였다. 아니 당장 경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훈련 소집 때문에 동메달 기회를 앞두고 있는 선수들을 소환하나? 그것도 주전으로 뛰는 선수 다섯 명이나? (물론 이런 쌩양아치 같은 어른들한테 실망한 어린 선수들이 열받아서 더 잘 뛰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대한민국 팀을 압도하는 놀라운 실력이었다. )

 

인간사가 다 그런 것처럼 모든 일은 정치적이다. 당장 이런 일을 벌인 U-21 감독 가이 루존을 일제히 주목했다. 이런 일 있을 때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이스라엘의 반응도 하나다. 니네 아버지 머 하시는 분이고? 이 경우는 삼촌이다. 아브라함 루존, 이스라엘 축구협회 회장이고, UEFA의 이스라엘 위원이고, 가이 루존이 감독으로 있는 마카비 페타흐 티크바 구단주다. 조카의 앞길을 삼촌이 친히 깔아주시는 중이다. 물론 조카의 실력과 운이 어림없는 지경은 아니다. 할 만 하니까 길도 깔리는 거다. 하지만 우리나라 축구협회 회장이 자기 조카를 대표팀 감독으로 꽂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리나라에도 문제점은 많지만 사회적 정의랄까, 보편적 평등이랄까, 이런 문제에 있어서 몹시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가족주의는 놀라울 정도다. 뭐 어때, 하는 분위기다. 

 

(최근 논란 중 하나는, 이스라엘 군대 최고의 엘리트 코스인 파일럿 아카데미 졸업생 6명 중 1명이 파일럿의 아들이거나 형제로 밝혀졌다. 신체적 조건이나 똑똑함은 유전적이니까 당연한 걸까? 시켜줘도 못 할 처지라 노코멘트.)   

 

 

그래서인지 이스라엘 U-21이 8강에 올랐는데 시큰둥한 경향이 있다. 가이 루존 감독이 예선전부터 차근차근 빌드업을 해온 감독이 아니라, 토너먼트 진출이 결정된 후 꽂힌 감독이라서일 수도 있다. 일단 보자고. 7월 1일 밤, 홈팀 조지아를 상대로 이기면 확실히 대접은 달라질 거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는 2024 프랑스 올림픽 진출권이다. UEFA U-21에서 세 팀이 올라가는데 개최국인 프랑스, Great British로 나가야 하는 영국은 논외다. 이스라엘에게 최악의 경우는 포르투갈과 우크라이나가 올라와 4강에서 4위로 밀리는 거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1968년 멕시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래 이스라엘은 50년 만의 올림픽 출전이다. 가이 루존도 삼촌한테 당분간 입 다물고 있으라 당부했다나 보다.  

 

1 Daniel PERETZ, 21 Stav LEMKIM, 6 Omri GANDELMAN, 9 Idan TOKLOMATI (20 Hisham LAYOUS, 13 Anan KHLAILI 와 교체), 2 Karem JABER, 7 Eden KATZEV, 11 Dor TURGEMAN, 10 Oscar GLOCH, 12 Roy REVIVO, 15 Eitan AZULAY, 5 Gil COHEN (아직 제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칼라일리가 들어와야?)

 

독일과 경기에서 두 개의 패널티킥을 막은 골키퍼 다니엘 페레츠는 (독일이 두 번이나 기회를 놓친 게 더 놀랍지만) 내년 유럽 리그에 진출할 것 같다. U-20 월드컵에 이어 U-21 유럽 챔피언십에서 최고의 관심을 받는 도르 투르지만은, 프랑스 올림픽이나 미주 월드컵에서 이스라엘 간판이 될 거다. 일단 다음 시즌에는 벤피카 저지를 입을 것 같고. 

 

올림픽은 나이 제한이 있다. 23살이니까 2001년 1월 이후 출생자여야 한다. 그 연상은 3명만이다. 몇 달 차로 출전이 불가능한 선수가 8명이나 된다. 일단 다니엘 페레츠, 3명의 연장자로 뽑히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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