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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미, 에밀리, 도론의 생환

 

평화를 만드는 사람εἰρηνοποιοί 은 '신의 아들'이라 불리게 된다. 평화를 만들기는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평화는 친구 사이가 아닌 원수와 사이에서 만들어야 하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세상이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려는 마무리 단계, 과거에는 주로 북유럽 출신의 귀족들이 등장하곤 했다. 부유하고 품위있는 그들이 추악한 인간사의 한자락을 잘라내고 새출발을 매듭짓기 적합했던 모양이다. 그 귀족들을 나는 속좁은 편견 속에 평가절하 했던 것 같다. 그들은 정말 위대한 일을 해낸 건데. 그들의 상당수는 그 중재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이들에 의해 암살당하기도 했다. 

 

중동 전쟁의 마지막은, 이 전쟁을 매듭지을 '신의 아들'이 없어서인지, 더욱 저열했다. 양측 당사자들의 이해타산은 물론, 중재에 나선 자들의 계산 속까지 어지럽다. 노벨 평화상이 트럼프 당선자에게 주어지면 그야말로 아귀다툼의 완성이겠다. 가자의 하마스가 승리를 자축하며 인질 인계를 준비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죄수들 90명이 출소를 기다리고 있다. 78명은 웨스트뱅크에, 12명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간다. 이번 휴전 기간 풀려날 수감자는 모두 1904명이다. 사형제도가 없어 종신형을 받았던 이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책임 회피의 고수인 이스라엘 총리는 하루 전날, 이번 휴전은 잠정적이라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 방송에서 인질들을 위해 치를 대가를 제대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우파 기자의 쓴소리가 흘러나온다. 하나마나한 소리를 왜 하는 건지. 800명이 넘는 전사자들의 가족은 가자의 축제를 지켜보기가 쉽지 않긴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 돌아오는 인질들이나, 이 귀환을 목격한 이들의 남은 삶은 훨씬 유의미할 것이다. 

 

로미, 에밀리, 도론이 직접 걸어서 하마스의 차량에서 내렸다. 471일 만이다.

 

이 전쟁과 인질 협상의 진저리나는 טלטלה 롤러코스터의 경험에서, 아마도 이 웃음이 모두에게 힘이 되어줄 것이다. 에밀리가 어머니 멘디와 만난 후, 전화기로 기다리는 친구들과 통화를 나누고 있는 장면이다. 공포와 굶주림과 절망의 471일 후에 이렇게 웃을 수 있다면, 에밀리는 이 상처를 딛고 결국 일어설 수 있지 않을까. 멘디의 차를 만난 적이 있다. 창에 "딸이 가자에 납치돼 있다" 써 있었다. 멘디의 압도적인 슬픔과 낙담에 위로할 엄두도 나지 않았었는데. 다행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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