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7일 일어난 사건 중에서, 개개의 우주가 파괴되는 참혹한 내러티브 속에서, 나할 오즈 기지의 여군들은 유리체의 부유물처럼 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보호 본능이 이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말라고 권했다. 과연 우연이라도 이들에게 생각이 미치면,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이제서야 이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국경수비대 414부대는 전략적으로 여성들을 정찰병에 배치한다. 이들의 업무는 가자 국경 근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상세히 모니터링하고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다. 이들은 충실히 임무를 다했다. 이들 중에 몇몇은 가자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서를 썼다. 19-20살의 젊은 여성들, 이들이 아무리 임무를 잘 해도 군대 조직의 위계 질서를 뚫고 상관을 설득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냥 계속 더 살펴보라는 답이 고작이었다.
10월 6일 밤, 정찰병 유닛의 대략 23명의 여군은 11일에 제대할 예정인 샤하프 니사니, 시반 아스라프의 송별 파티를 했다. 이날이 이들이 기지에서 밤을 보내는 마지막 샤밧이었던 것이다. 19살, 20살, 막 세상을 마주한 이들의 꺄르륵 깔깔, 발랄 유쾌한 파티 현장은 SNS를 통해 가족들에게 전송됐다. 보는 사람도 덩달아 웃게 만드는, 여전히 소녀인 이들의 천진하고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다음날 새벽 6시 30분,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가자 지구의 최전선 기지는 최정예 하마스 부대원의 공격 목표가 됐다. 기지의 총사령관이 살해되고 그 시신이 모욕당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졌다. 전체 기지에서 50명 이상이 살해됐다. 여군들은 총도 소지하지 못했다. 잠옷 바람으로 일어나 몸을 숨겼다가 17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간신히 살아남은 이들은 납치됐다.
다른 많은 희생자들처럼, 샤하프 니사니는 죽을 운명임을 깨닫고 아슈켈론에 있는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들을 향해 총알이 날아오고 있다며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샤하프는 자기 핸드폰을, 미처 폰을 챙기지 못하고 도망친 동료에게 넘겨주었다. 자기 가족과 계속 이야기하는 대신에. 그 소녀에게도 가족과 이별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샤하프는 끊임없는 가자의 로켓 공격을 받는 아슈켈론에서 자라면서 불안 장애를 겪었다. 그것을 치료하며, 아니,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전투병으로 입대했던 것이다.
정찰병 가운데 일부는 하마스 공격 당시 근무조였기 때문에 가족과 마지막 통화나 메시지 전송도 할 수 없었다. 현재 가족들은 마지막 근무조였던 이들의 교신 목소리를 전달해 달라고 인권재판소에 상정한 상태다. 이들의 교신 내용은 하마스 공격 당시 상황을 드러내는 주요 증거이기도 하다. 이게 공개되면 파장이 클 수도 있다.
노아 마르치아노는 IDF의 군사작전이 진행되던 중 부상을 입었다가 결국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마스는 노아가 인질로 잡힌 지 4일 후의 영상과 함께 시신을 공개했다. IDF는 노아의 죽음을 11월 14일에 발표했다. 노아의 시신은 며칠 후 가자 시의 시파 병원 옆 건물에서 수습돼 이스라엘로 반환, 매장됐다.
로니 에셸은 10월 7일 이후 부모가 필사적으로 확실한 정보를 간청하면서 한 달 이상 실종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결국 공격 초기 사망했음을 11월 9일 IDF가 확인했다. 로니의 아버지 에얄은 여러 인터뷰에서 로니가 가자 국경에서 하마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정찰병들의 보고가 왜 IDF 고위 정보망에 올라가지 못했는지 문제를 제기했다. 로니의 부모는 로니에게 닥친 일을 알기 위해 마치 새끼를 보호하려는 사자들처럼 35일이나 맹렬하게 싸웠다.
노아와 로니의 여동생은 각각 1년 후 IDF에 입대했는데, 이들 가족은 텔아비브의 신병 소집 현장에서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고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나할 오즈 기지 근처에 희생된 정찰병들의 기념비가 세워졌다.
Lili Albag, Karina Ariev, Agam Berger, Daniella Gilboa, Naama Levy는 여전히 하마스 손에 잡혀 있다.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총알과 수류탄 사이에서 부상당한 이들을 희롱하며 찍은 영상이 공개됐다. 무엇보다 하마스는 이들을, IS가 사용한 '성노예'라는 용어로 불렀다.
정찰병 가운데 유일하게, 오리 메기디쉬는 10월 30일 IDF의 군사작전으로 구출됐다. 오리는 자신이 잡혀 있는 곳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에 신호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삶이란, 풀어내야 할 신비가 아니다. 삶에서 만나는 한계에 가까운 심연은 그저 통과하며 겪어내야 할 그 무엇이다. 나는 그게, 삶이 놀라운 방식으로 내게 항복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느낀다. 그저 그 과정을 겪어내고, 그 속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차례로 경험해 내는 게 할 수 있는 전부 같다. 내 안에 있는 생명력이 마침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바닥에서부터 항복하고 느껴야 한다. 그 과정을 마칠 때쯤 선명해지는 것이 바로 진정한 나의 모습이다. 이 불의 시련이 지나길 기다리며, 언젠가 다시 일어나면 그때, 있는 힘껏 춤을 추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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