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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스라엘 국민 가수 리타

 

 

나는 모성이나 부성이 본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식을 버리는 부모를 너무 많이 봤다. 특히 이데올로기나 신앙을 그 핑계로 대는 경우는 더더욱 이 주제에 신랄한 편이다. 오히려 모성이나 부성은 자기애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내 자식이기 때문에 끔찍한 그 무엇, 자신을 보호하려는 수단이라고 말이다. 부정적인 자기애라면 자녀에 대한 학대로 발현되기 쉬운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이스라엘은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영토와 국민에 대한 실제적 침입보다 더 큰, 가치와 신념의 붕괴 때문이다. 세속인일지라도 유대교의 아름다움에 수긍할 수 있는, 자기 민족을 뛰어넘어 전 인류에 영향을 끼친 그 종교의 가치에 대한 자부심이 밑둥부터 흔들렸다. 유대인은 다른 유대인을 해할 수 없고, 절박한 유대인을 먼저 구원할 의무가 있으며, 특히 포로로 사로잡힌 자를 구원하기 위해 몸값을 지불하는 것아 첫째 계명이다. 그런 사람들이, 장장 1년 4개월 동안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난리를 친 것이다. 그게 미래를 위한 국가 전략이란다. 단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전 재산을 잃고 가족의 생사조차 알지 못한 채 도움을 청하는 동족에게 배신자(우리말로 하면 빨갱이)라며 계란을 던졌다. 역사상 이런 일은 없었다며 그들은 놀라 절망했다.

 

2023년 11월 1차 인질 협상 이후 1년 이상이 지나고, 우여곡절 끝에 2차 인질 협상이 타결됐다. 비교적 어린 인질들, 특히 여성들이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이들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유독 떠오르는 것이 부모였다. 그게 미디어 때문인지, IDF의 편의인지는 모르겠다. 국경에서 돌아오는 젊은 여성 인질들을 맞이한 건 그녀들의 어머니였다. 19살 여군들을 맞이한 건 그녀들의 어머니와 아버지였다. 유난히 강인했던 리리 알바그의 아버지, 엘리. 키카르 하투핌에서 그가 서 있는 것을 여러 번 보았다. 대가족이라고는 하지만 리리 알바그의 사진은 특히 전국 어디나 붙어 있었다. 다 귀한 생명이지만 251명 인질 모두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건 아니다. 가족들이 애를 써야 뉴스에도 등장하고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그 긴 시간 동안 지침 없이 딸의 귀환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울 수 있었을까.       


이스라엘의 국민 가수 리타의 노래가 마침 "메하케(기다리며)"이다. 리타는 스스로 가사를 쓴다. 작곡자는 내한 공연까지 했던 이단 라이헬이다. 언젠가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날 테고 두려운 건 아무것도 없다는 내용이다. 이 나라는 무슨 인질 협상 전용 노래까지 있나 싶을 만큼 이 시국에 어울리는 내용이다. 실제로 인질이었던 카르멜 가트가 터널에 갇혀 있을 때 이 노래를 자주 불렀다고 했다. 카르멜은 끝내 그 일을 보지 못하고 살해당했다. 왜 이 민족은 이렇게 기다릴 일이 많을까. '님의 침묵' 같은 우리네 처연한 기다림과 결이 다른 절박함이다.    

 

인질 마탄 징가우케르의 어머니 에이나브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리타란다. 이날 메하케를 불러주었는데, 노래를 다 못하고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리타는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가수가 되어 성공한 후 라미 클라인슈타인이란 작곡가와 결혼해 낳은 딸이 지금 배우로 활동중인 메시다. 메시가 군복무를 마치고 여행을 나설 때 편지를 썼고, 그에 대한 답장으로 메시가 엄마에게 보낸 메시지가 2007년 듀엣의 노래로 탄생했다. 크히 라흐, "가지고 가"이다. 세상을 향해 떠나는 딸에게 엄마의 사랑과 포옹과 키스와 자긍심을 가지고 가라는 내용이다. 

 

네 명의 여군들이 생환한 날, 리타는 텔아비브 공연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다가 오열했다. 암사자같이 싸웠던 여군들의 어머니들이 떠올랐다고 한다. 어느 노랫말처럼, 젖지 않은 눈은 하나도 없었다אף עין לא נותרה יבשה. 

 

온 국민이 시름에 빠져 있을 때, 그들을 위로할 수 있는 국민 가수란 참 대단한 소명이다. 노래가 새삼 위대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