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파라샤가 시작되는 2025년 5월의 마지막주, 이스라엘은 마침 예루살렘 데이를 맞았다. 1967년 6월 7일에 있었던 사건, 바로 동예루살렘 정복을 기념하는 날이다. 히브리력으로 이야르 월 28일이라 매년 기념 날짜는 달라진다. 이날 종교인 청소년들이 올드시티의 무슬림쿼터를 휩쓸며 깃발 행진을 벌이는데, 당연히 거기 거주하는 아랍인들의 심기를 어지럽게 하고, 욱하기 쉬운 청소년들의 특성상 물리적인 패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경찰이 막는 데도 한계가 있으니, 아랍인을 보호하고 폭력을 지양하려는 보라색 조끼 단체가 등장했다. 꽃을 들고 와서 아랍인 거주자에게 전달하는 이벤트도 벌인다. 병주고 약주고의 이스라엘 버전인가.
2025년 깃발 행진이 끝나자마자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고 있는 아랍 국가들은 자국의 이스라엘 대사들을 소환했다. 그라믄 안대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은 왜 이스라엘 청소년들이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무슬림쿼터를 행진하면서 긴장을 야기하느냐고 묻는다. 깃발 행진의 목표가 정확히 그것이다. 과시와 도발. 그리고 종교인 청소년들은 이를 성경에서 배웠다. 민수기다.
성경은 우리 기대와 달리, 평화의 메시지가 넘치지 않는다. 하나님은, 특히 구약에서 당신 백성에게 가나안 이웃을 진멸하라는 지침을 주셨다. 그래서 한때 반유대주의 기독교학자들은 구약을 읽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요즘은 분별해야 한다 정도로 물러섰지만, 여전히 구약의 하나님은 온전치 않으며, 그러므로 신약의 배경 속에서 재해석돼야 한다고 믿는 경향이 남아 있다. 히브리 성경에 대한 나의 믿음은 단순하다. 예수님은 히브리 성경만 읽으셨다. 그 성경이 불완전하다는 건, 너무나 인본주의다. 민수기나 여호수아 등에서 등장하는 전쟁사는 특수하고 제한적인 시대 배경하에서 해석되는 게 옳다. 물론 그러니까 어쩌란 말이냐 하면, 나 역시 궁색하다. 민수기는 전쟁을 준비하는 책이다. 기꺼이 인정한다. 이 책은 너무나 어렵다.
1알리야 (1:1-19)
이스라엘 백성은 베미드바르 시나이, 시내 광야에 있다. "바미드바르"로 읽는 경우가 있는데, 이 광야가 그 시나이 광야라는 걸 압축하는 경우다. 때는 이집트를 탈출한 지 2년째 둘째 달(이야르 달)이다. 하나님은 모세를 통해 20세 이상 이스라엘 남자, 즉 "전투에 나설 자"의 수를 세라고 지시하셨다. 굴겔라, 소위 두당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또 전투 시 모세와 아론과 더불어 함께 지휘할 사람들도 지파별로 세우라 하신다. 이에 각 지파 군대 우두머리들이 언급된다. 이 명단에서 열두 지파의 순서는 의도적으로 정렬됐다. 레아, 라헬, 빌하, 질파가 낳은 자식 순서다. 레비가 빠지고 요세프의 두 아들 에프라임과 므나셰가 대신 들어와 열둘을 맞췄다. 유다 지파를 지휘하는 낙손이 중요한데, 유대교 전통은 모세가 지팡이로 가른 홍해로 가장 먼저 뛰어든 인물이 낙손이라고 본다. 낙손의 아버지가 암미나답이고, 누이가 엘리세바로 아론의 아내다(출 6:23).
2알리야 (1:20-54)
지파별 인구 수가 소개된다. 르우벤: 46,500 시므온: 59,300 갓: 45,650 유다: 74,600 잇사하르: 54,400 즈론: 57,400 에프라임: 40,500 므나셰: 32,200 비냐민: 35,400 단: 62,700 아셰르: 41,500 나프탈리: 53,400, 전체 603,550명이다. 유다 지파 남성이 저렇게 많은 이유는 뭘까. 비냐민은 또 왜 저렇게 적은가. 에프라임과 므낫세를 합하면 유다에 필적한다. 이 지파별 인구는 특정 시대의 지파별 헤게모니 대결을 반영하는 것 같지 않나.
레비 지파는 여기에 포함돼서는 안 된다. 그들은 회막의 성구와 비품을 운반, 조립, 관리, 보존하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막에 침입한 외부인은 누구든 사형에 처해질 것이다. 레비는 회막 근처에서 항시 번מִשְׁמֶרֶת 을 서야 한다.
3알리야 (2:1-34)
이제 어떤 순서로 행진해야 하는지가 나온다. 진을 칠 때는 한가운데 회막을 두고, 사방에서 그 회막을 향해 진을 친다. 각 진영의 군기דגל와 가문의 기호אות가 부대를 이끈다.
제일대ראשונה : 앞쪽 즉 동쪽에 유다, 잇사하르, 즈불론 186,400
제이대שנים : 남쪽에 르우벤, 시므온, 갓 151,450
그 다음을 레위인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회막과 함께 행진한다.
제삼대שלישים : 서쪽에 에프라임과 므나셰, 비냐민 108,100
후대אחרונה : 북쪽에 단, 아셰르, 나프탈리 157,600
인구 수대로 조정해 동서남북 사면의 군대가 비슷한 형세를 이루게 만든 것이다. 당연히 가장 많은 병력이 선봉에 선다.
60만 명이 넘는 군대가 자기 군기를 흔드는 모습은 장관이었을 것이다. 60만 명이라. 우리나라 국군의날 행사에 참여하는 군인도 만 명밖에 되지 않는데.
초막절에는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에서 행진을 하는데 이때 깃발을 드는 이유도 민수기 본문과 관련돼 있다.
4알리야 (3:1-13)
먼저 아론과 모세가 낳은 자손이 소개된다. 결과적으로는 아론의 네 아들만 나오는데 그 중에서도 살아남은 엘르아살과 이다말이 제사장 역할을 맡게 된다. 레비는 아론과 제사장을 시중든다. 즉 레비는 아론에게 맡겨진다. 레비만이 회막의 성구를 지킬 수 있다. 아론과 아들들은 제사장의 직무를 한다. 외인이 회막에 가까이 오면 죽을 것이다. 이 본문을 근거로 하면 레비는 제사장이 아니다. 하지만 신명기에는 레비 제사장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레비가 제사장 직분을 수행한 건 훗날 인구가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원래 그랬다가 금지된 중간기가 존재한 건가?
5알리야 (3:14-39)
레비 중에 생후 일개월 이상된 남자의 인구를 계수한다. 게르손은 7,500, 고핫은 8,600, 므라리는 6,200이다. 총합은 22,300이다.
게르손은 성막 뒤 서쪽에 진을 치고, 성막과 장막과 덮개, 휘장, 울타리 휘장, 제단을 맡았다.
고핫은 성막 남쪽에 진을 치고, 증거궤, 떡상, 등잔대, 제단, 기구들과 휘장을 맡았다.
므라리는 성막 북쪽에 진을 치고, 성막의 널판, 빗장, 기둥, 받침, 기구, 성막 둘레의 기둥과 받침, 말뚝, 줄을 맡았다.
성막 동쪽에는 모세와 아론과 아들들이 진을 친다.
6알리야 (3:40-51)
하나님이 레비를 애지중지하시는 이유가 나온다. 이집트에서 이스라엘 백성의 맏아들도 죽어야 했지만 하나님은 이들을 거룩하게 구별하시고 살려주셨다. 레비는 이들을 대신한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전 지파에서 일개월 이상 남아들의 숫자를 셈해22,273 여기에서 레비 숫자22,000를 제한다. 여기서 사본상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LXX는 고핫의 수를 8,300으로 줄여서 레비의 숫자를 22,000으로 맞춘다. 그러면 레비의 수를 초과하는 273명이 남는다. 이 숫자만큼 5세켈씩 속전세를 계산해 1365셰켈을 아론과 제사장에게 지불한다.
7알리야 (4:1-20)
회막에서 일할 30세에서 50세 사이의 고핫 자손들을 따로 인구 조사한다. 고핫 자손들은 가장 거룩한 물건들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는다(민수기 16장에서 고핫 자손이 반란을 일으키는 이유와 관련있지 않을까).
진영을 떠날 때 아론과 아들들은 언약궤, 떡상, 등잔대, 각종 기구들을 모두 천과 가죽으로 덮어야 한다. 덮개로 사용되는 천은 청색 트헬렛과 자색 아르가몬 두 종류였다. 진설병과 제단 등 뭔가 뜨거운 것은 자색을 사용했고 나머지는 청색이었다. 이렇게 성구를 포장해 놓으면 고핫 자손들이 성막 안으로 들어와 그것들을 들어 올린다. 고핫 자손이 성물을 직접 만지면 죽을 것이다. 고핫 자손은 성구를 자기 어깨에 짊어지고 이동해야 한다.
아론의 아들 중 엘르아살이 등유, 향료, 소제물, 기름, 성막 안에 있는 성구를 담당했다.
하나님은 고핫 자손이 성소를 봤다가는 죽을 것이므로 그들이 죽지 않도록 보존하라고 모세와 아론에게 명령하신다.
'Parasha' 카테고리의 다른 글
파라샤 나쏘 (민 4:21-7:89) (0) | 2025.06.07 |
---|---|
파라샤 바야크헬 (출 35-38) (0) | 2024.03.07 |
파라샤 키 티사(출 30:11-34:35) (0) | 2024.03.01 |
파라샤 테짜베 (출 27:20-30:10) (0) | 2024.02.23 |
파라샤 트루마 (출 25-27) (1) | 2024.0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