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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카트 람, 살림 슈피 묘

밥 때를 한참 놓치고 식당에 도착했는데, 이곳을 먼저 들러야 한다고 한다. 환장할 노릇이지만 이건 이 나라 사람들에게 무척 중요한 문제다. 저기서 사예레트 마트칼, 이스라엘 최고 엘리트 부대의 엠블럼을 못 알아보면 끝장이다. 낙하산에 날개 달린 건 전 세계 공용인 공수부대 엠블럼이다. 둘 다, 어마어마하다. 이스라엘 최초의 드루즈 장교 살림 슈피의 무덤이다. 이곳은 베르카트 람, 골란고원에 병합된 네 드루즈 마을 중 하나인 마사데 동쪽에 있는 곳이다. 

 

무덤을 둘러싸고 살림 슈피가 직접 심은 13그루의 나무가 서 있다. 사예레트 마트칼 시절 동료들을 상징한다고 한다.

 

Ram Pool. 손바닥 만해 보이지만 저기를 한 바퀴 돌려면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호수 바닥에 몇 개의 천연샘이 있어서 40만 큐빅 미터의 물을 뿜어 내고 있다. 예루살렘의 기혼 샘이 연간 60만 큐빅 미터니까 굉장한 거다. 이런 호수 옆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할 수 있는 것도 보통 기회는 아닐 것이다.

 

짐작대로 무덤의 주인공 Salim Shufi 자손들이 운영하고 있다. 살림 슈피는 골란고원의 드루즈 Council 수장을 오랫동안 지낸 인물이다. 이 근방에서 슈피라는 이름은, 최고의 명예로 통한다.   

 

베드로 물고기다. 맛이 너무 없지만, 홀리 랜드니까 굳이 먹어야 한다.

드루즈 식당이라 바 규모가 조촐하다. 

최근에 에어비앤비 사업까지 확대했다고 한다. 현재 아파트 6개가 지어졌고, 그 아래로 더 지을 계획이란다. 자연보호 지역인데 이런 허가가 잘 난다는 건 주인이 대단하다는 의미일 거다.

 

이 사진들이 많은 걸 보여줄 것이다. 2012년 살림 슈피의 장례식 때 에후드 바락과 네탄야후 등 쟁쟁한 거물들이 모두 참석했었다. 신문 기사로 그걸 보고 드루즈 지도자가 이스라엘 군대와 무슨 상관인가 궁금했었다. 살림 슈피는 그 정도가 아니다. 1931년 드루즈 마을 마잘 샴스에서 태어났는데, 유대인 거주지로 내려가 유대인 국가 건설을 위한 용병대 하가나에 들어갔고, 시리아 유대인들의 구출 작전 등을 수행했다. 1967년, 1973년 시리아와의 전쟁에서는 그가 아니었으면 이스라엘 측이 궤멸될 뻔했다고도 전해진다. 헬몬 산에서 눈폭풍에 갇힌 네탄야후 부대의 길잡이 역할로 이들을 살린 일화로도 유명하다. 죽을 때까지 그는 시리아의 동족에게 반역자로 여겨졌다. 

드루즈 인은 공부 잘하기로 유명한데, 매년 고등학교 졸업 자격 시험에서 최상위 성적을 낸다. 확실히 아랍인과 다르다. 드루즈 대학생에게는 살림 슈피를 기념하는 재단에서 수여하는 장학금이 제공된다. 그 장학금을 받았다는 친구와 이야기하다가, 부담스럽지 않냐고 물었다. 젊은 그는 말했다. 이스라엘 드루즈의 운명은 돌이킬 수 없다고. 

 

1981년 베르카트 람의 전기 구석기 아슐리안 고고학 발굴지에서 히브리 대학교 나아마 고렌-인바르가 발견한 자갈이다. 인위적으로 긁힌 자국이 의인화를 위한 의도적인 행위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다.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된 피규린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베르카트 람의 비너스라고 불리고(비너스가 이탈리아의 베르카트 람 여신이 되어야 올바르겠지만), 이스라엘 박물관에서 일약 독방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논란이 종결된 것은 아니다. 이 피규린의 목적은 여전히 애매하기 때문이다. 대체 이걸 왜 만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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