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의 비무장 정치국은 카타르 도하에 있다. 10월 12일 뉴욕커가 하마스 정치국원 Moussa Abu Marzouk과 인터뷰했다. 인질 문제 협상자로 나설 인물로 보인다. 이스라엘이 폭격을 멈추면 외국인과 여성 아이 노인 인질들은 석방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원래 이게 목적이었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의 보복이 있으리라는 걸 몰랐을 리 없고, 민간인으로 이스라엘 손발을 묶은 다음, 시간을 두고 납치한 이스라엘 군인들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교환 문제를 성사시키려 했을 수 있다. 그나마 하마스의 온건한 세력쪽에서는.
하마스는 전쟁이 발발하고 자신들이 이스라엘 민간인을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아부 마르죽은 이것이 무장세력을 따라온 가자 민간인들의 소행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가자 민간인이 무장단체보다 더 잔인하다고? 현장에서 전투 중 살해된 하마스 테러리스트 시신에서 IS 깃발이 나왔고, 최대한 많이 학살하라 등을 포함한 자세한 공격 명령이 발견됐다. 이슬람은 종교 자체가 거짓말을 죄로 여기지 않는다. 아부 마르죽의 말을 믿을 이유는 없다. 꽤 길게 진행된 인터뷰 도중에도 이말 저말 뒤섞어 기자도 이를 지적하고 있다.
가자 전쟁 일주일째가 됐지만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한 가지, 대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보복을 촉발할 뿐인 대학살을 벌여서 무엇을 얻으려 한 것일까? 아부 마르죽은 팔레스타인인이 국경을 넘어 자신들의 역사적인 땅에서 처음으로 이스라엘과 싸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팔레스타인과 가자는 국경 밖에서 전쟁을 벌이고 이스라엘에 죽거나 감옥에 갇혔는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래의 이스라엘 세대는 팔레스타인을 계속 점령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거란다. 이스라엘은 영원한 전쟁 속에 놓이게 됐고, 그렇게는 살 수 없다고 인정하게 될 거라고.
가자 민간인들은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렇게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데 동의한 걸까? 아마 의견을 말할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누가 공습을 받아 무너진 건물 잔해 사이에서 죽고 싶겠나. 하지만 하마스는 의미 없는 삶을 사는 것보다 정당한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훨씬 낫다고 주장한다. 아부 마르죽은 가자 시민이 자신들의 자유를 위해 훨씬 큰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단다. 과연 그럴까?
아부 마르죽은 올해 72세, 1951년에 태어났다. 그의 부모는 라파의 난민이었고, 신앙심이 깊은 그는 젊은 시절에 무슬림 형제단에 투신했다. 1982년 미국으로 이주해 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건설이 무엇인지 알 만한 사람인데. 1987년 형제단의 무장 분파 하마스가 처음 등장하자 그 지도자가 되어 미국과 중동을 오가며 활동했다. 1995년 뉴욕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구금되어, 맨해튼 메트로폴리탄 교정센터에 1년 넘게 독방에 갇혔다. 이스라엘이 주장한 테러를 교사했다는 혐의에 맞서 오랜 법정투쟁을 벌여 이스라엘로의 송환에 맞섰고, 1997년 미국 국무부는 그를 요르단으로 추방한다. 1997년 말에 미국은 하마스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하마스는 고의적으로 IDF를 유인해 왔다. 지난 몇 년 동안 가자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강경 입장을 완화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2017년에는 유대인 국가의 말살을 요구하는 하마스의 원래 헌장에서 공격적인 반유대주의 문구를 피하는 정책 문서도 냈다. 사실상 이스라엘과 조용한 안보 협정을 맺고 폭력을 고조시키는 건 이슬람 지하드라고 주장했다. 덕분에 IDF의 손으로 경쟁 조직의 사령관이 제거되는 행운을 누렸다.
하마스의 변화된 모습에 이스라엘은 수억 달러의 카타르 보조금을 승인했고, 가자에 더 많은 전력을 제공하고, 가자 해안에서 어업권을 확대하고, 가자 주민들이 이스라엘 영토에서 더 많이 일하도록 허가증을 늘렸다. 2020년에는 팔레스타인 총선에 참여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총선거가 무마된 것은 하마스 때문이 아니라 PA가 권력을 놓칠 우려 때문이었다. 핑계는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에서 선거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부 마르죽은 하마스의 이런 노력이 진실이었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과 서방이 하마스의 모든 노력을 좌절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는 점점 더 우파화되면서 엘악사 모스크를 침범하고 정착촌을 늘림으로써, 웨스트뱅크와 가자를 연결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의 열망이 좌절됐다는 것이다. 이스라엘보다 훨씬 약하고, 서방에게 거부당하고, 아랍 통치자들에게 버림받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환멸을 느껴서 하마스는 홀로 독립하기로 결정했단다.
사우디 왕가한테 대놓고 항의는 못하는 모양이다. 어떻게 우리를 버리냐고. 하지만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손을 자는 건 잠깐 미뤄졌을 뿐 대세이다. 아랍 국가들이 지역 최강대국인 이스라엘과 손잡으려는 시도를 어떻게 막나. 팔레스타인은 더욱 고립될 것이다. 하지만 하마스는 수천 명 이스라엘 사람들을 죽인 걸로 만족하려 한다. 미래를 위해 땀 흘리는 대신 보복의 피에 취해 기뻐하는 걸로. 아부 마르죽은 뭐라 해도 강경파가 아니다. 이스라엘과 미국과 손 잡아야 한다고 믿었던 인물이다. 왜 이곳의 평화는 후퇴하고 있는 걸까.
이스라엘 정부가 손 놓고 있는 일을 독일 언론이 하고 있다. Die Welt의 커버로 실린 하마스 공격에 희생된 이들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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