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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하마스 전쟁 일곱째 날

금요일 아침, 샤밧을 준비하기 위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데 집중이 어렵다. 지난 밤 이스라엘은 UN에 북부 가자 지역에서 24시간 안에 떠날 것을 요청했다. 가자 시민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는 하마스와 거리를 두라는 권고였다. IDF의 지상군 투입이 언제가 될지 나야 모르지만 이스라엘이 그 준비를 마친 건 맞다. 정치적 결정만 하면 된다. 미 국방부장관 로이드 오스틴이 이스라엘에 도착해 갈란트를 만났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거짓 선동에 넘어가지 말라며 피난을 막고, 전 세계 지지자들에게 이스라엘과 유대인을 공격하라고 호소했다.
 
가장 먼저 중국에서 반응이 있었다. 베이징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파견 직원이 칼에 찔렸다. 중국 같은 나라에서 외국 대사관 근처에서 칼부림이 일어나다니. 프랑스에서는 월드컵 우승 때처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며 데모를 하다가 말리는 경찰들과 대치했다. 프랑스의 무슬림들은 인종 대결 프레임을 놓지 않을 것이다. 가자를 위하는 게 하마스를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유대인 기구 대표에게 살해 위협을 하고, 마크롱 대통령한테 범죄의 공범자라고 욕을 한다. 프랑스도 참 갑갑하겠다. 무슬림의 인종 대결 프레임을 먼저 겪은 영국 수상은 유대인 기구를 방문했다. 중동이 흔들리면 유럽이 다음 차례라는 걸 잘들 느끼고 있을 것이다. 스페인도 잘해 보시라. 원조 아닌가.   
 
가자 공격을 반대하는 요르단의 대규모 시위도 시작됐다. 이들은 팔레스타인과 가자와 같은 민족이다. 하지만 유럽보다는 미묘하다. 압둘라 국왕이 제일 불안할 터이다. PA가 이들에게 대안으로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하마스가 이스라엘 영토를 다 차지하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꽂아 주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 불가능한 선동 대신 자신들의 나라를 세우고 자기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비전을 가진 자는 설 자리가 없다.
   

                  하마스가 가자 국경 펜스를 불도저로 부수는 장면, 안 믿긴다. 저게 얼마짜린데. 
 
북부 가자에서 적어도 백만 명이 탈출해야 한다. 분노로 치를 떠는 이스라엘 사람도 가자 민간인들이 죽어 마땅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하마스는 유엔이 감독하는 민주주의 선거로 당선됐다. 가자 사람들은 PA와 함께 이스라엘과 평화 맺기를 거부하고 이스라엘을 없애겠다는 하마스를 선택했다. 테러를 계속하면 이스라엘이 항복한다고 여겼으니까. EU와 카타르가 쏟아부은 자금이 3년에 한번씩 반복되는 로켓 공격으로 소모되었다. 무엇을 건설했나. BBC 기자가 가자를 취재하며 눈물을 흘린다. 참혹하다. 테러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침략해서 민간인을 죽이고 납치했지만, 국제법 아래 있는 이스라엘은 순순히 인질 협상을 해서 4500명 팔레스타인 죄수들을 내보내라고 말하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자 민간인을 걱정한다. 인간으로서 당연한 감정이다. 원더우먼 갈 가도트가 이스라엘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가자 민간인들을 함께 염려하는 멘트를 썼다가 이스라엘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해당 게시물은 바로 삭제됐다. 갈 가도트는 이스라엘 자위권을 옹호했다가 친팔레스타인 세력에 사이버 테러급 공격을 당한 적도 있는 이스라엘 출신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이스라엘이 악에 받쳐 있다. 남부 키부츠에서 어린아이들이 참수를 당했는데 중립의 고상함이 통하지 않는다. 가자 민간인을 책임지는 기관과 사람들이 있다. UNRA든 이집트든 구호단체든 제발 제역할을 하기 바란다. IDF의 경고 이후로 북부 가자에서 60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난 것으로 보고된다.    
 
12:15 아슈켈론 아슈돗 쉐펠라 지역에 공습 알람이다. 아슈켈론은 오늘 오전에만 벌써 세 번째다. 샤밧을 맞는 이스라엘 민간인들도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헤아리는 모양이다. 아직 오전인데 선반이 텅텅 비고 있다. 
 

 
12:50 Zikim 해변으로 침투 의혹이 감지됐다. 오테프 가자에 공습 알람이 계속된다. 
 
15:00 북쪽에 공습 알람이 있었다. 켈라 다비드, 다윗의 물맷돌이라 불리는 아이언돔 2.0이 로켓을 막아냈다. 
 
17:05 쉐펠라와 텔아비브 구쉬 단에 공습 알람이 울렸다. 우리 옆동네에 로켓이 떨어졌다. 아이언돔이 세 발 중에 두 발만 잡았다. 수백만 달러가 공중에서 부서지는 마당에 정확도까지 걱정해야 하나.   
 
19:00 아슈켈론 공습 알람이 울렸다. 레바논 국경 메슈가브 암에서 교전이 있었다. 헤즈볼라가 공식 인정했다. IDF는 헤즈볼라 기지를 공격했다. 설마 이게 3차 레바논 전쟁의 시작인가. 
 
19:10 IDF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가 250 전사자 가족과 120 납치자 가족들을 향한 호소문을 밝혔다. 가자 지역 안에 인질들의 위치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으며 이들을 구하기 위해 지상전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IDF가 납치자들을 위해 뭔가 하긴 한다고 말하고 싶은가보다. 하마스 지도부가 가자에서 자기 백성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맞다. 미국 대통령이 희생된 미국 시민들 가족과 90분이나 전화 통화를 했는데 이스라엘 총리는 물론 어느 누구 책임감을 갖고 납치자 가족을 만나려고 안 한다. 자신들에게 분노해 있을 피해자들을 만나기 두려워 나서지 못할 만큼 한결같은 겁쟁이다. 이스라엘 사회는 그동안의 분열도 심각했지만 이번 하마스 공격을 계기로 정말 봉합이 어려운 상태가 되었다. 정치는 왜 이렇게 더러운 직업이 됐을까.

Amos Biderman, HaAretz Cartoon. 그 와중에 남녀 자리 나눴다. 바나나는 왜?

 
19:30 밥 시간이 됐으니 기계적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습관처럼 샤밧 샬롬, 인사가 나온다. 이렇게 샬롬하지 못한 순간에. 아슈켈론에 공습 알람이 울리면서 마마드에 들어가 샤밧을 맞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메뉴를 들고 뛸 수 있는 걸로 바꿔야겠어. 샌드위치가 나을까. 마실 건 어떻게 하지.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이 가혹히 보이기 시작하면서 국제 여론이 급격히 식고 있다. 처음엔 안 돼 보였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냐는 으레껏 반복되는 패턴이다. 가자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proportion 타격이 말도 안 된다면서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거야 서방 민주국가들의 자유지만,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자신을 변호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그 역할을 맡은 장관이 오늘 아침 사퇴했다는 거다. 이미 충분히 영상 자료가 넘쳐나는데 예산 낭비란다. 소셜네트워크의 카오스와 국가 기관의 공식적인 견해가 같나?? 사임의 이유도 어이가 없지만 이 시국에 자기 기분대로 공직을 내팽겨치는 패기가 어이가 없다. 예레미야서를 펴보자. 유다의 장관들이 제 일을 했으면 나라가 안 망했을 거란다.
 
20:00 그 시간이 되었다.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정원에 나가서 이웃들과 얘기하는데 빵 폭발음이 들린다. 다들 거리에 있다가 뻥 쪘다. 공습 알람이 있었나? 꽤 먼 곳인데 이렇게 크게 들린 거였다. 피해는 없다고 한다. 
 
20:10 오테프 가자에 공습 알람이 계속된다. 보도진은 모두 오테프 가자에서 철수했다. 
 
20:50 오테프 아자, 가자 북쪽 국경 위로 공습 알람이 울린다. 가자 중부와 남부로 밀려났기 때문에 구쉬 단까지 로켓을 날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겠지? 
 
21:10 아슈돗에 공습 알람이 울린다. 이제 놀라는 사람도 없다. 네탄야후 총리가 나와서 연설한다는 예고가 떴다. 이스라엘 총리가 샤밧에 카메라 앞에 서는 건 참 오랜만의 일이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평화 회담은 동결됐음이 확실해지고 있다. 사우디기 미국과 이스라엘과 손을 잡고 서방으로 향하는 것을 막는 게 하마스의 이번 공격의 목적이었다. MBS는 그동안 원수로 여겼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대화도 했단다. 큰일했다. 이스라엘이 안보에 실패하지 않는 게 중동 평화에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분명해진다.
 
21:25 이스라엘 총리가 연설을 시작했는데 잠깐 물 마시고 왔더니 끝났다. 뭐야, 뭔 연설을 3분 만에 끝내? 이건 시작일 뿐이란다. 하마스를 없애겠단다. 이 말 하려고 샤밧에 카메라를 켰다고? 납치된 시민들, 전선에 있는 군인들에 대한 말 한마디 없이? 원래 준비된 말을 못하게 된 건가? 참 이상한 일들의 연속이다. 케이사랴, 미사일도 안 닿는 부촌에 있는 네탄야후 사택 앞에서 시위자들이 플래카드를 펼쳤다. 네탄야후 당신 잘못이라고. 그 앞에서 죽은 자들을 위해 초를 켰다. 나같은 쫄보는 이 증오의 깊이에 기절할 것 같은데. 전 세계 유대인에게 사랑받던 비비가 이 지경까지 됐구나. 
 
22:00 쉐펠라와 구쉬 단과 텔아비브에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리숀레찌온에 로켓이 떨어졌지만 부상자는 없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가능한 거지?
 
23:00 오테프 아자에 다시 공습 알람이다. 오늘밤 무슨 일이 있을 거라는 건 양쪽 모두 인지하는 바인데, UN 안보리가 회의중이다. 보통 이러고 휴전 권고가 나오고 이스라엘은 멈추라는 압박을 받는다. 이스라엘이 멈출 수 있을까? 중국 입장이 궁금하네. 
 
가자 북부에 있는 Al Awda 병원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병원 환자들을 지키겠단다. 환자 이송이 복잡하다는 게 이유다. 이스라엘이 오전 6시까지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내일 아침 외신 헤드라인은 정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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