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국경에서 밤새 교전이 벌어졌다. 장기전이 확실하다. 전선이 두 개로 확대됐다. 오늘도 휴교령이다. 교육부는 다음주 욤리숀(일요일)부터 줌으로 수업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이스라엘의 초막절 명절은 기후적으로 가혹한 이 나라에 찰나의 기쁨을 주는 절기라, 순례객들도 유독 많다. 7일 공격이 시작되기 이틀 전, 전 세계에서 찾아온 수천 명의 기독교인이 예루살렘 행진을 했다. 서둘러 돌아가고 있지만 외항들이 취소되면서 공항에서 밤을 지새야 할 상황이다. 다행히 이스라엘 공항은 하늘이 두쪽으로 갈라지지 않는 한 닫지 않는다. 사방이 적대국으로 둘러싸여 하늘길만 열려있는 나라의 당연한 선택이다. 이스라엘 국적기 엘알도 편수를 줄이긴 하겠지만 전 세계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일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대한항공은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에 9일 스케줄을 10일로 미뤄 예약 승객들을 싣고 돌아가서 기약이 없다. 예약된 항공편이 일방적으로 취소되면 다른 편을 알아보면 된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뛴다. 한두 명도 아닌 단체라면 그 가격을 감당하는 게 쉽지 않다. 단체 순례객들은 요르단으로 넘어가 그곳에서 한국행을 연결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외교부와 대사관이 대단한 게, 교민들에게 일일이 전화해서 형편을 묻고 귀국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자랑스러운 나라다. 물론 다급히 나가야 할 형편에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힘들 것이다. 일상이라는 게 그렇게 소중한 거였다.
뉴스에 매몰되지 않으려고 할 일을 하면서 오전을 보냈다. 휴가를 낸 사람들이 많은데, 어차피 일에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상을 이어가려고 애를 써보았다. 어젯밤에 이어 아슈켈론에 로켓이 쏟아진다. 직격탄이 떨어져 집이 부서졌다. 시리아에서 드론 공격을 하는 등 북쪽 전선이 확실해졌다. 상부 갈릴리로 탱크가 들어간다. 착잡하다.
15:30 구쉬 단과 쉐펠라에 한참이나 쏟아졌다. 공습 알람을 듣고 마마드까지 뛰어가는 기분은 정말 적응이 안 된다. 마마드에서 나오면 한참 정원에서 나무 구경을 한다. 쿠킹 바나나 플랜테인 열매가 새로 나오고 있다.
17:00 이스라엘 비상 내각이 드디어 활동을 시작한단다. 네탄야후와 베니 간츠 정부다. 아이젠코트가 내각에 앉았다. 벌써 전쟁 마친 기분이다. 이들 앞에 있는 과제들이 얼마나 힘들지, 왜 하나님이 국가 지도자들을 위해 기도하라 하셨는지 절실히 느낀다.
희생자 시신을 수습 중인 네게브 키부츠의 소식들은 너무나 처참하다. 가자인들은 허가증을 받고 국경을 넘어와 이 키부츠들에서 일자리를 찾곤 했다. 일부러 가자 사람들을 고용해주는 키부츠도 있다. 그들의 경제가 나아져야 평화가 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네게브 키부츠만큼 가자와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이스라엘 시민들이 없다. 이런 학살을 저지르고 환호한 하마스 지휘부는 왜 이스라엘 아랍인들이 일어나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지 원망스러운가 보다. 실상 많은 아랍인들이 이스라엘을 위로하며 지지를 표하고 있다.
이스라엘 경찰이 실종자를 신고하는 시스템을 드디어, 5일 만에 수립했다. 찾아주는 것도 아니고, 신고하는 חמ"ל 일명 전쟁 방이다. 모케드 105. 경찰 장관 벤그비르는 유다 사마리아 정착촌 주민들이 자위 수단을 갖추도록 무기를 공급중이다. 한 나라의 장관이 나라 절반은 내팽개치고 자기 지지층만 챙긴다. 당분간 볼 일 없어서 참 다행이다. 피해자를 돕기 위한 구호활동도 활발하다. 분열과 반목과 정쟁으로 끔찍했던 이스라엘이 서서히 그들다움을 찾고 있는 듯하다.
10월 7일 06:30 왜 이스라엘 보안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는지 내막이 발표되고 있다. 가장 큰 실패는 원격으로 통제되는 국경 울타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다. 첨단 기술 장벽이 있으니 대규모 군대가 물리적으로 국경을 방어할 필요가 없다고 군이 믿게 되었기 때문이다. 국경 근처에 주둔한 군인이 거의 없었던 것은, 이미 서안지구로 배치됐기 때문이다. 하마스는 원격으로 통제되는 드론으로 이스라엘의 통신 타워, 감시 센터, 원격 작동 기관총 등을 폭파하고 무력화시켰다. 보안 카메라 역시 비활성화해 국경을 즉시 무방비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또 많은 지휘관들이 국경 근처의 단일 군대 기지에 모여 있어서, 테러리스트들에 이 기지가 점령되자 지휘관들이 순식간에 사망, 부상, 납치된 것이다. 그후 공동 대응과 심지어 정보 전달마저 불가능했다. 많은 하급 병사들은 막사에서 자는 동안 표적이 되었다. 그래서 IDF가 국경 마을의 상황을 파악하고 테러리스트들을 진압하기 위해 적절한 군대를 파견할 때까지 반나절 이상이 걸렸다. 이 점은 첨단무기에 이미 경도된 많은 국가들의 군대에 경종을 울릴 만하다. 한국 매체들 가운데 아이언돔이 뚫렸다는 이상한 표현이 있던데, 그건 말도 안 된다.
18:00 아슈켈론에 안보 상황이 발생해 집 안에 머물라는 권고가 나왔다. 어젯밤 집중 포격이 쏟아질 때 이곳으로 침투한 무장세력이 있을 수 있다.
18:20 갈릴리 지역에 긴 공습 알람이 불었다. 원격 조종되는 비행 물체가 침투해 광범위한 지역을 공격한다는 모양이다. 끔찍히도 긴 공습 알람이 계속됐다. 벳샨은 국경을 넘기 위해 순례객들이 이동해야 하는 곳인데. 갈멜 산 위쪽으로 모두 위험하다면서 마마드에 머물라는 공지가 계속됐다. 레바논 국경을 통해 침투 시도가 있어 교전이 벌어졌다.
20:00 쉐펠라 지역에 공습 알람이 불어 마마드에 집결했다. 밥 먹다 온 사람들이 많아서 뭘 먹고 있었는지 맞추는 게임을 했다. 한참 웃다 나왔는데도 밤하늘을 볼 자신은 없었다.
20:20 놀랍게도 두 시간 이상 북쪽 국경을 걱정하게 만든 공습 알람이 '실수'란다. 저 빨간 표시가 모두 공습 알람이 울린 곳이다. 오테프 가자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에 놀란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와 히스테릭 발작을 경험하기에 충분했는데. 이게 실수라고? 2006년 이후로 공습 알람을 들어보지 못한 북쪽 사람들에게 예방 훈련이 되었기를. 하지만 모두 경계하는 편이 낫다. 후방이 동요하지 않도록 쉬쉬하는 것보다 실수를 인정하고 왜 그랬는지 밝히는 게 낫다. 처음 정보가 도착하고 이를 분석해서 올라온 과정은 타당했단다. 전 국민이 군대를 다녀왔으니 모두가 정보 해독력이 있고 엄청난 견해들을 내놓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경보가 진짜가 아니어서 너무 다행이다.
20:30 가자 국경에서도 스데롯과 아슈켈론을 향해 침투 시도가 계속됐다.
21:30 라파밀리아, 극우 축구팬들이 테러리스트 한 명이 텔아비브 쉬바 병원에 입원한 걸 알고 몰려들어 폭동을 일으켰다. 곳곳에서 증오를 표출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 히스테릭한 상황에서 누군들 태연할까. 군인들의 희생이 숨막히게 이어진다. 우려대로 그들이 전투병으로 소집되어 바쿰에 오던 날의 그 천진한 모습들이 나오고 있다.
리쿠드 국회의원이 이 전쟁통에 커피숍에 앉아 있다 들통났다. 지금 뭐하냐는 시민의 항의에 그의 친위대가 나서서 막말을 한다. 이 나라는 정계 진출 루트가 어떻게 된 건지 정치인들이 한결같이 표준에 못 미친다. 거기 붙어있는 측근들 수준이 나을 리가 있나. 이런 자가 어느 날 갑자기 장관이 되고, 그 측근을 자기 부서 관리자로 꽂는다. 그러니 행정 부서마다 아작이 나고, 전쟁 통에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 왜 이렇게 익숙하지? 장관들이 드디어 24시간 방송 뉴스에 출연하기 시작했는데, 엄연한 팩트를 들이대고 물어봐도 버젓이 거짓말을 하고 잘못을 지적하면 그저 목청을 높이며 그게 아니란다. 이에 대한 분노를 삼키기 어려워 자꾸 폭발한다는 친구에게 예레미야서를 읽어보라고 권했다. 너희 조상이 원래 그랬어. 특히 유다의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선지자들의 질책은 소름 끼치지. 덕분에 예레미야의 삶은 정말 슬펐단다.
이스라엘 희생자는 1200명, 부상자는 3000명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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