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밤 11시 30분 구쉬 단과 쉐펠라 지역에 아자카가 울렸다. 가자 지역에서는 치열한 밤을 보냈다.
9일 셋째 날 아침 크파르 아자에서 땅굴이 발견됐다. 하마스 무장단체의 진입로였을 것이다. 가자 국경을 침범하는 무장단체의 교란이 계속되고 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방장관이 이스라엘에 군함과 항공기를 파견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이탈리아 군과 합동 훈련을 마친 항공모함 제너럴 포드가 오는 모양이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단다. 미국 민주당은 이번 일로 지지율이 오르고는 있다.
하마스는 납치된 민간인들을 이용해 네탄야후 총리를 단단히 묶어둘 모양이다. 민간인 인질 130명을 잡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범죄자(대부분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테러를 벌인) 4500명 전원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슬람 지하드는 자기들 수중에만도 30명의 인질이 있다고 과시했다. 카타르 중재로 인질 교환 협상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키부츠 브에리의 거주민 야파 아다르, 85세다. 크파르 아자에서 하마스에게 납치되는 장면이 비디오에 찍혔다.
75년 전 세워진 조국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며 가자 국경을 가꾼 결과가 이거라니, 담담한 표정이 더 아프다.
일론 머스크의 X가 큰일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키부츠를 공격해 살해하고 납치하는 과정을 찍은 비디오가 무작위로 배포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사기를 꺾는 심리전이다. 저들이 가자에 잡혀 있는데 이스라엘 공군이 폭격을 해도 되나 주춤하게 된다. 어쨌든 가족과 친구들은 그 역겨운 영상을 뒤져서라도 실종된 이들의 행방을 확인하고 있다. 메시밧 테바 음악 페스티벌 참석자가 3천 명 가량인데(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확인된 시신은 260구다. 납치로 확인된 숫자는 100명을 넘었다. 거주지 경찰서를 찾아가 실종 신고를 해도, 전쟁 중에 들을 수 있는 대답은 뻔하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살해, 납치, 실종된 사람들 중에는 당연히 외국 국적자들도 있다. UN 주재 이스라엘 대사가 미국 국적자의 납치와 실종 가능성을 인정했다. 블링켄은 미국 국적자의 사망과 납치를 확인하기 위해 초과 근무 중이란다. 공식 발표는 9명 사망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국적자들이 이미 시신으로 발견됐다. 해당 국가 외무부는 실종자와 납치자를 파악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네게브 키부츠에는 태국에서 온 노동자들이 5천명 가량인데, 현재까지 사망자가 2명으로 확인됐다. 태국 외무부는 태국인 11명이 인질로 잡혀 가자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태국인 노동자들은 이 뭣같은 중동의 분쟁과 아무 상관도 없지만 어쨌든 태국 정부도 꽤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안타까운 네팔 학생들 소식도 있다. 이스라엘의 유명한 물 관리 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키부츠 네티봇에 있는 스도트 네게브 농업 훈련 센터에 1년 프로그램으로 와 있는 네팔인 학생 49명이 있는데, 10명이 사망하고, 4명은 병원 치료중이며, 1명이 실종이다. 뜨겁고 거친 네게브에서 힘들게 공부하다가 축제가 열린다니 모처럼 휴일을 맞아 기쁘게 찾았을 테지.
타임 스퀘어 광장은 다시 한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의 격돌 현장이 됐다.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이스라엘 700인 희생을 기뻐하며 팔레스타인의 자유와 승리를 노래했다. 팔레스타인에 우호적인 셀럽들의 화려한 인스타그램이 왜 아직 조용한지 일반인이라 모르는 건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의 석방에 이토록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당연히 이것이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PA는 더 약해지겠지. 팔레스타인 수감자의 운명만큼 팔레스타인 사람에게 감정적인 일도 없다. 1967년 6일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웨스트뱅크를 점령한 이후 약 750,000명의 팔레스타인 사람이 이스라엘 감옥을 통과했다. 어지간한 팔레스타인 남성은 감옥에서 시간을 보냈거나 최소한 감옥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을 알고 있다. PA는 이런 수감자들의 가족을 지원하는 데 정부 예산의 약 8%를 투자하고 있다. 그 돈이 결국 또 다른 이스라엘 상대 테러행위의 지원 자금이 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웨스트뱅크의 치안 문제에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는 벤그비르가 네타냐후 총리의 딜레마에 어떻게 대처할까. 이제까지 입장에 비추어 보면 맹렬한 반대 외에는 없다. 야이르 라피드 야당 대표는 하마스 공격 이후 극우파 종교 시오니즘 세력, 오츠마 예후디트(벤그비르 정당)를 퇴출시키는 조건으로 긴급 통합 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베니 간츠는 코로나 때 그랬던 것처럼 전쟁의 최전선 지휘권을 전제로 정부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리베르만도 동의했다. 하지만 네탄야후는 답이 없다. 애초에 동지였던 세 사람과 등지게 된 이유가, 참나, 그러하다.
셋째 날 12:05 로켓 공격이 재개되더니 이스라엘 전역으로 공격이 확대됐다. 예루살렘과 공항 부근에도 경보가 울렸고 쉐펠라, 특히 텔아비브를 겨냥해 엄청난 물량이 쏟아졌다.
아이언돔이 막지 못한 로켓의 피해가 저런 식이다.
아슈켈론과 아슈돗에서 폭격으로 인한 피해가 보고됐다. 스데롯은 줄곧 직격탄을 맞고 있는데, 가자 주변 지역 정착촌과 달리 스데롯 거주민의 대피는 없을 거란다. 가자 인근 키부츠와 거주지 주민은 10일 밤까지 대피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스라엘 국방부장관 갈란트가 이번 전쟁이 상당히 길게 몇 주 간 이어질 거라고 말했다. 지상군 투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오후 3시 라맛 나프탈리, 북쪽 지방에 공습 알람이 울렸다. 거주지 피해는 없었지만 곧이어 헤즈볼라 테러리스트 3명이 국경을 침범해서 교전이 벌어졌다. 이스라엘 군인 3명도 부상당했다. 전선이 북쪽으로 확대되는 건 정말 바람직하지 않은 일인데. 이번 가자 공격에 앞서 이집트 정보부가 이스라엘에 가자에서 "뭔가 큰 것"을 준비중이라는 정보를 넘겼다고 밝혔다. 네탄야후 총리는 이를 부인했다. 양쪽 다 이렇게 안 믿기기도 참. 후폭풍은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다.
오후 17:07 예루살렘 일대에 공습 알람이 울렸다. 왜 방향이 이쪽일까. 때를 맞춰 북쪽 레바논과 국경에 미사일 공격이 시작됐다. 이제 웨스트뱅크까지 일어나면 1973년 국제전처럼 전 방향 공격이다.
오후 18:08 하늘이 우루루 쾅쾅 이상해진다. 밤 10시 이후에 천둥 번개가 치더니 강한 비가 내린다. 야외에서 대기하는 군인들에게 혹독한 날씨다.
오후 20:00 네탄야후 총리 연설이 예고됐는데 시간이 계속 미뤄진다. 쉽게 입을 못 열 테지. 사흘이나 할 말을 못 찾다가 비상 정부 구성 가능성이 있으니 핑계김에 나오나 보다. 야당한테 조건 걸지 말고 비상 정부에 참여하란다. 언제나처럼 자기가 책임질 일은 없다고 보는 게 확실하다. 네탄야후는 연설만 할 뿐 질문받지 않은 지 오래됐다. 그의 각료들도 며칠째 코빼기도 안 보인다. 총리실 매니저가 나와 인터뷰를 한다. 공직에서 담당한 구린 짓이 한두 문장으로 요약되지 않는 분이다. 가장 최근은 미투 사안이고.
이스라엘 예비군은 48시간 만에 30만 명이 자원했다. 역사상 가장 빠른 콜업이다. 이스라엘이 이제껏 살아남은 것은 진저리나는 정치가들이 아니라 이런 사람들 때문이다. 야이르 골란, 1962년생, 올해 61세다. 저 계급장 좀 보시라. 이스라엘 군에서 가장 높은 참모총장 바로 아래, 소장급이다. 예비군으로 들어가 가자 전선에서 싸우고 있다. 저 계급장을 보는 병사들은 얼마나 든든할까. 그 어느 때보다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이 전선에 있다. 그들의 어머니와 아내와 자녀들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이 많은 생명의 주인이신 그분의 심정 또한.
2023 가자 전쟁 셋째 날, 이스라엘 사망자는 900명, 부상자는 2600명이다. 아슈켈론 병원 입원 환자가 500명에 육박하는데 그중 100명이 오늘 하루 만에 도착했다. 가자의 희생 또한 클 것이다. 하마스는 민간 가옥을 폭격하면 이스라엘 인질을 처형하겠다고 협박했다. 민간 가옥 아래 로켓 발사대를 설치해 두었으니까. 치열할 것 같던 밤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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