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7일 눈을 떴는데 묘한 느낌이 들었다. 시계를 보니 6시 28분, 어젯밤 명절 식사 후에 정리하고 12시 넘어 잠들었는데 이렇게 일찍 깼다고? 그런데 너무 조용하다. 초막절의 마지막 날이자 안식일 아침에 시끄러울 이유는 없다. 그치만 우리집은 새들이 유독 많이 몰려와 짹짹거리는 편인데. 좀 추운 것 같아서 뭐라도 걸치려고 일어섰는데 그때 울렸다. 굳이 음절로 표시하자면 피히히히와 삐이이이가 허공에서 바람을 만나며 엉키는 소리다. 일반적인 소음을 확고히 웃도는 날카로운 고음인데 사람을 벌떡 일으켜 세우기에 충분하다.
이날 아침 경고음 아자카אזעקה의 특이점은 한두 번으로 그치지 않고 3시간이나 이어졌다는 것이다. 우리집은 가자 국경에서 5번째 반경에 있어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하면 1분 30초 안에 마마드, 쉘터로 피해야 한다. 가자와 물리적으로 가까운 도시도 아니고, 군사적으로 큰 의미있는 시설도 없어서 대규모 물량을 퍼부을 때나 아자카가 울렸다. 물론 그 간간히 있는 기억조차 끔찍하지만 가자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트라우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끝났나 싶어 마마드를 나와 몇 걸음 걸으면 다시 아자카가 터졌다. 우리집이 이 정도면 가자 인근은 어떨까. 누구나 이번 공격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기에 애써 농담하며 떠들던 사람들도 점점 가라앉았다.
3시간 후에 마마드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번번히 패닉에 빠지지 않으려 애를 쓰긴 했지만 약간의 호흡 곤란이 왔다. 이웃 중에 한 명이 현직 군인인데 처음에는 빈손으로 왔다가 잠시 조용해졌을 때 M16을 갖고 돌아왔다. 그러는 게 맞긴 하다. 집이 비어 있는 동안 누가 쳐들어와 그걸 차지하면 우리는 다 죽는 거니까. 그렇긴 한데 그 좁은 공간에서 M16 총구를 의식하며 마음 졸이는 것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뉴스에서 들리는 소식은 참담했다. 1973년 욤키푸르 전쟁만큼이나 충격적이다. 40명 사망, 750명 부상, 무엇보다 52명의 민간인과 군인이 가자로 납치됐단다. 가자와의 분쟁은 지역적 특수성 때문에 보통 operation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이스라엘 수상이 이제 '전쟁'이라고 선포했다. 가자의 전투원들이 보트와 패러글라이드를 사용해 이스라엘 영토로 침투해 스데롯을 비롯한 국경 근처 이스라엘 거주지를 접수하려고 시도했다. 이스라엘 군이 남쪽에서 텔아비브를 향해 올라오는 테러리스트 공격을 막기 위해 4번 고속도로를 막았다. 이스라엘은 대규모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칸 유니스에서 국경을 넘은 가자인들이 이스라엘 군의 탱크를 장악했다.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갑작스레 총상을 입은 사상자가 천 명 가까이니 헌혈이 시급하다.
지금 이스라엘에 브루노 마스가 와 있는데 토요일 밤 공연은 결국 취소됐다. 카플란 시위대도 시위를 멈추고 IDF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번 가자 기습작전의 이름은 투폰 엘악사, 엘악사의 홍수이고, 이스라엘의 반격은 철검 swords of iron חרבות ברזל이다.
뉴스를 안 볼 수는 없지만, 너무 여기에 집중하는 것도 좋지 않다. 전화번호 하나가 뜬다.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쿠파트홀림의 친절한 상담 전화다. 여차하면 마마드로 달려가야 할 판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기는 하다. 길거리가 끔찍히도 고요하다. 고속도로에 진지를 구축하고 시가전을 벌이는 건 대한민국에서도 본 적이 없건만. 미디어의 현장중계로 시청하는 전쟁 트라우마는 또 얼마나 심각할지.
저녁 8시가 되자 다시 로켓 공격이 시작됐다. 다시 피히히히와 삐이이이의 이중주 속에 벌떡 일어나 마마드로 달려간다. 아무래도 오늘밤은 잠을 제대로 못 잘 것이다. 한나절이 지나고 이스라엘 희생자는 200명으로 부상자는 1100명으로 늘었다. 아무도 말하지 않지만 번져가는 불길한 생각, IDF가 전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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