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나라는 명절 물가라는 게 있다. 인구 이동이 커서 여론 형성이 용이한 기간에는 국민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물가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다. 이스라엘도 물가 인상은 유월절 아니면 초막절 다음에 이뤄진다. 최근 지속적인 물가 인상으로 명절 후 가격 인상이 반복되자, 꼼수가 나타났다. 명절이 끝나기 전에 수퍼들은 물건을 안 들여오고, 소비자는 사재기를 하는 것이다. 덕분에 우유 사러 몇 군데를 돌아다녀야 할 지경이다. 우리집 정원에 세들어 사는 고양이가 새끼를 많이 낳아서 평소보다 우유를 더 많이 사느라 등이 휠 지경이다. 2023년 10월 현재 1달러가 3.84셰켈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가 점점 달러가 세지면 어쩌자는 걸까. 변수만 하나 생겨도 금방 4셰켈이 될 수 있다.
이스라엘은 10월 31일 지방 선거가 있다. 5년에 한번 시장 등 지자체 수장을 뽑는 선거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선거 전까지는 정부가 물가를 틀어쥔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경제부처가 정부 말을 안 듣는다. 정부가 잘하든 못하든 투표 향방이 전혀 달라지지 않는, 뚝배기 같은 나라라 그런가.
이 마당에 돈을 아끼는 15가지 방법이 신문 기사로 올라왔다. 그렇지, 요즘 살기가 어렵긴 하지. 이런 게 뉴스로 올라올 만큼 한갓진 나라가 아닌데. 돈을 버는 방법만큼이나 절약하는 방법도 이스라엘 사회를 잘 보여주는 창이다.
1. 창고 정리
이스라엘 집들은 명절과 샤밧에 자주 손님을 초대해서 그런지 유독 깔끔한 편이다. 생활 소품이라고 하나, 자잘한 것들을 어디다 두고 사는지 궁금했다.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장롱 위에 얹어 놓는 물건들이 안 보인다. 이 나라에는 장롱이 없고 대신 방 옆에 드레스룸이 딸려 있는데, 결국 또 하나의 방이다. 가구가 아닌 공간으로 해결하기엔 인간은 사소한 물건을 너무 많이 끌어안고 산다. 그런 것들을 집에 딸린 창고에 보관하고 매달 비용을 낸다. 아파트라면 배정된 창고가 있긴 한데, 그게 부족해서 더 빌리는 사람들도 많다. 매달 백 세켈 이상을 내야 한다. 창고에 저장해야 하는 물건이란 사실 쓰레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창고에 넣어둬도 될 물건이라면 몇 년 후 쓰레기통으로 향하기 마련이다. 자전거조차 일단 창고에 들어가니 꺼내기 싫어서 몇 년 후 쓰레기가 된다. 창고를 과감히 비우고 월 지출을 줄여보라.
2. 가정에서 이유식 만들기
여성의 사회 참여가 당연시되는 나라에서는 아기용품이 발달한다. 이스라엘 수퍼에도 선반 가득 이유식 종류가 많다. 하지만 그걸 절약할 때가 되었다. 경제 위기가 여성의 사회 참여를 가로막는 이유를 알 만하지 않나. 집에서 이유식 만들 여유가 없다고 지레 포기하지 말란다. 많은 양을 미리 만들어 놓고 얼리면 된다고. 전업주부 많은 우리나라에서 이런 기사 나오면 뼈도 못 추릴 텐데.
3. 영수증 검토
이스라엘의 판매대는 믿어서는 안 된다. 바코드를 찍을 때 지켜봐야 하고, 영수증을 받고 나서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제품들의 바코드가 전자동이 아니고, 캐셔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야채나 과일은 제품 번호를 캐셔가 찍어넣어야 하는데 실수가 많다. 캐셔라는 직업군에 새로 온 이민자들이 많다. 언어가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심지어 기계 사용이 그렇기도 하다. 나중에 어쩌다 돈이 안 맞는 걸 알아봤자 그걸 바로잡느라 스트레스 받느니 포기하는 게 낫다. 영수증은 그때 그 자리에서.
4. 천연 살충제
이스라엘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고, 따라서 벌레도 많다. 뱀이 안 나오는 게 어디냐 한다. 매년 정기적으로 해충약을 뿌리러 사람을 부르는데 그 비용을 절약하라는 거다. 방법은? 천연 해충 제거 방법을 인터넷으로 찾아보란다.
5. 보증 연장 무시
이스라엘은 제품을 구매하면서 보증 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낸다. 냉장고 세탁기 같은 제품이다. 세계적인 수준의 가전 회사가 달라붙어 고장만 나면 달려와 고쳐주는 우리나라 사람은 이해 못한다. 이 나라는 서비스센터 자체가 없다. 모든 제품이 수입이므로. 그래서 일단 고장나면 버려야 한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사용하기 위해 보증 연장을 하는 건데, 결과적으로 그게 쓸데없는 일이라는 거다.
6. 정수기
이스라엘은 물을 사 먹어야 한다. 그래서 광천수를 6병씩 한 묶음으로 판매한다. 당연히 비싸다. 정수기를 사고 정기적으로 필터를 가는 게 덜 비싸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브리타가 최고다.
7. 페이팔 수수료 프리
"친구 및 가족" 옵션을 선택해서 지불하면 커미션을 피할 수 있다. 쪼잔해 보이지만 현명한 팁이다. e-commerce, digital wallets 분야에서 이스라엘만큼 미친 속도로 성장하는 시장이 없다. 애플 페이, 구글 페이가 이스라엘에 런칭된 게 2021년 말이었는데, 전자지갑 결제는 전자상거래에서 점유율 26퍼센트를 보이고 있다. 보수적인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 은행 전용 앱을 사용하는 편인데, 하포알림 뱅크의 비트 앱이 제일 많다.
8. 카페 방문 자제
이스라엘 사람들은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는 게 그냥 습관이다. 이걸 멈추면 꽤 많이 아낄 수 있다. 하지만 이걸 멈출 사람들이 있을까. 우리나라야 자판기도 있고, 무엇보다 달달한 봉지 커피를 좋아하지만 이 나라는 하푸흐에 맞설 대안이 많지 않다. 집에 만 세켈이 넘는 커피 머신이 있다면 모르지.
카페에 가면 커피를 어디에 마시겠냐는 질문을 한다. 왜 이런 질문을 하나 너무 이상했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커피 잔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진다고 믿는다. 일반적인 머그는 도자기인데, 아라비카 커피의 원조 모로코 출신들은 커피는 유리 잔에 마시는 걸 고수한다. 여러 번 시도해 봤는데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다. 아직 이 나라는 종이컵 사용 제한법이 없다. 코셔를 지키는 곳에서는 일회용 종이컵이 최고다.
9. 섬유 유연제의 대안
환경을 위해서라도 재사용 가능한 건조 공(아마존에서 9 달러)을 사용하란다. 식초도 직물에 좋단다. 우리나라 같은 빨래의 민족에게 배운 팁인가 본데, 이 나라에서는 쉽지 않다. 빨래를 일단 묵혔다가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날마다 빨래 하는 우리하고는 결과가 같지 않을 것이다.
10. 신문 잡지 구독 중단
인터넷으로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신문 잡지, 혹은 저렴한 전자책이 많다. 종이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도서관에 가시라. 가슴 아픈 시대다.
11. 케이블 서비스 중단
이스라엘은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이 많지 않기 때문에 케이블이 필수다. 스포츠 중계도 대부분 케이블에서 한다. 하지만 훨씬 저렴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눈을 돌리면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손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시라.
12. 전용 청소용품 구매 중지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리, 목재, 철, 변기, 싱크, 주전자 등 재료별로 전용 세제를 모두 구비하는 편이다. 하나하나 모두 비싸다. 드디어 이 나라도 베이킹 소다와 레몬을 사용해 세제를 만들 때가 됐다.
13. 체육관 회원권 반납
아마 텔아비브에 살고 있는 2-30대 미혼 인구는 굶어죽을지언정 체육관 회원권을 고수할 거다. 알다시피 체육관에 다니려면 유니폼도 구입해야 하고 자잘한 악세사리를 구비해야 폼이 난다. 폼도 나지 않는데 귀찮은 운동을 하기는 쉽지 않다. 집에서 운동하기는 힘들지만, 큰 절약임에는 틀림없다.
14. 명품 포기
이스라엘은 브랜드 요가 팬츠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다. 우리나라처럼 명품 구입 1위가 되지 못한 건 인구가 적어서일 뿐이다.
15. 땡큐 카드 생략
아름답고 재치있는 카드를 주고받는 문화는 참 바람직하지만, 대개 쓰레기통으로 향하게 되어 있는 카드가 이스라엘은 참 비싸다. e-카드 문화가 이렇게까지 정착이 안 되는 이유가 뭘까.
15가지나 늘어놓았지만 돈을 절약하는 방법은 하나로 요약된다. 돈을 쓰지 마라. 단 하루도 돈을 안 쓴 날이 없지만, 그 돈이 전부 필요한 지출이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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