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 2주 동안 진행되는 UN 정상회담은 지구 공동체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에 대해 살짜꿍 생각해 보는 계기는 된다. 올해 주제는 여전히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리비아 홍수, 아프리카 대륙의 쿠데타, 남반구와 북반부 간의 경제 불균등, 아이티의 위기, 기후 변화 등이다. 해당 나라들에는 미안하지만 다 별수 없어 보인다. 부디 잘들 헤쳐나가시길.
이 행사가 해외로 싸돌아다니며 대접받으려는 국가 원수들의 출장 같이 보이는 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78회기는 더욱 더 이 행사를 왜 하나 싶은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에서 미국을 제외하고 아무도 안 와서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영국 찰스 국왕의 국빈 방문을 맞이한다는 핑계로 안 왔다. 아프리카 문제는 어차피 프랑스 독차지인데 굳이 뉴욕까지 와서 하나마나 한 충고를 듣고 싶지 않겠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뉴욕에 내리자마자 체포될 거니까 올 리가 없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언제 온 적은 있나? 통치 기간이 오래 돼서 기억도 안 나네. 영국 수낵 총리는 좀 이상한 느낌이 드는데, 왜 이렇게 수줍어할까. 감출 게 많아서 그런가? UN 전문가들은 5국가 중 1국가 참석은 유엔 역사에서 특이한 일은 아니라고 한다.
140명의 국가 정상 혹은 정부 수반은 8일 동안 오전과 오후녁 세션으로 나누어 지정된 연설을 한다. 말 그대로 연설일 뿐 뭐 어쩌자는 건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몰라도 된다. 그래도 나름 최고 엘리트들이 작성한 연설문은 해당 언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는 들어볼 만하다. 매번 첫 연설자로 나서는 브라질, 미국, 요르단, 터키까지는 듣게 된다. 올해 상황 때문에 이란과 팔레스타인도 찾아 들었다.
유엔이 있아나마나한 것 같아도 작은 나라들로서는 세계 앞에서 자신의 우선순위를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이다. 강대국 간의 경쟁 상황에서 그래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텐데. 연설로 미루어 짐작한 대한민국은, 올해도 국제 정세와 상관없는 참 태평성대다. 유엔에서 할 얘기가 저렇게 없나. 하다 못해 권한을 남용해 민주주의를 제한하는 사람들에 항의하는 목소리라도 낼 만한데.
올해 유엔은 러시아에게 갱생 자격증을 발부할 참이다. 흑해의 곡물 거래에 러시아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으니까. 2021년에 방탄소년단을 부른 유엔이 이번에는 로저 페더러를 불렀다. Sustainable Development Goal 4.2의 일환으로 유치원 교육 보장을 주장하고 있다. 영국 윌리엄 왕자는 기후가 어째야 한다는 걸 홍보하러 UN을 방문했다. 덕분에 UN행사가 Royal Rumble로 떡상했다. 세계의 기나긴 위기 상황에 대해 누가 말발이 좋은가 경주 같다.
유엔 총회는 막후 정상회담이 찐이다. 미국과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확실한 진전을 보고 있다. MBS가 "우리는 날마다 확실히 가까워지고 있다"고 인정했다. 네탄야후 총리는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 시설 설립에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별 트집을 잡으면서 미국-이란 핵협상을 거부했던 이스라엘이 거의 똑같아 보이는 사우디 상황에는 '안전장치'가 있을 거란다. 라이스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사우드 평화가 팔레스틴 뒤통수를 칠 거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스라엘과 사우디 손을 이으려 하자, 중국은 시리아 대통령 아사드를 초청했다. 항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개막식에 참석한단다. 시리아 대통령이 얼마나 궁색하면 중국 비행기를 타고 왔네. 시리아 내전이 시작되고 중국이 20억 달러 지원을 약속했는데, 아직도 입금이 안 됐다나 보다. 외상으로 달아놀 이유야 많았겠지. 시리아 재정이 위기는 위기인 모양이다. 사치 부리기로 유명했던 아스마 옷차림이 모처럼 소박하다. 어쩔 수 없이 2011년 프랑스 Vogue의 낯 뜨거운 기사 '사막의 장미 한 송이'가 생각난다. 감쪽같이 묻어서 인터넷에서도 볼 수 없다는 기사다. 이 기사를 쓴 Joan Juliet Buck이 유대계 프랑스인이라 더 어처구니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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